크로스오버의 역사를 가장 외곽에서 확장해내는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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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트링 10주년 기념 투어 콘서트

블랙스트링은 10여 년, 조금 더 소급하면 20여 년 국악 크로스오버 역사를 가장 외곽에서 확장해내는 첨단의 밴드다. 11월 13일(토)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개최되는 10주년 기념 투어 콘서트를 통해 지금까지의 10년을 종합하고 새로운 변화를 완성하겠다고 하는 그들. 과연 그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

BTS로 한국 음악계가 떠들썩하지만, 그만큼 더 떠들썩해야 하는 건 국악 크로스오버 계열이다. 이런 음악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퓨전’은 모호한 중복이고 ‘크로스오버’는 지나친 범용이다. ‘월드뮤직’이 적당해 보이지만 그렇다면 ‘국악’을 넣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이날치가 자꾸만 호랑이를 불러내 신드롬을 만들기 전부터 이쪽 장르는 탄탄했다. 대략 10년쯤 되는 것 같다. 1990년대부터 원일, 장영규 같은 인물들이 있었지만 확실한 경향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10년 세계 최대 월드뮤직마켓인 워맥스(WOMEX) 오프닝에 토리 앙상블, 바람곶, 비빙이 초청받으면서부터다.

이후 정부는 음악인들의 해외 진출을 정책적으로 도모했고, 그 중 유독 월드뮤직, 국악 크로스오버 성향의 팀들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10년은 블랙스트링의 활동기간과 일치한다.

국악 크로스오버 그룹 블랙스트링

고유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다

블랙스트링은 토리 앙상블의 허윤정(거문고)이 보다 역동적인 월드뮤직을 주창하며 2011년에 탄생했다. 바람곶의 이아람(대금)이 내러티브를 만들고 황민왕이 소리와 타악으로 주술적 에너지를 선사한다. 기타리스트 오정수는 ‘탈주하는 전통’을 담아내는 모던한 그릇 역할을 한다.

이날치가 국악을 소재 삼아 새로운 팝을 만들었고, 잠비나이가 국악기로 새로운 록의 문법을 만들었다면, 블랙스트링은 단단한 즉흥을 축으로 다양성을 확장해간다. 연주자들의 즉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재즈에 가깝다.

2016년 독일의 재즈 명가 ACT와 계약하고 낸 첫 앨범 『Mask Dance』(마스크 댄스)는 정면 돌파하는 앨범이었다. 국악과 크로스오버 사이에서 굳이 눈금을 매기자면 국악 8, 크로스오버 2 정도랄까. 대중성이라는 미명 아래 국악의 요소를 변형하지 않고도 현대성을 획득하겠다는 연주자들의 결기가 느껴진다.

분명 국악인데, 당대 재즈의 첨단처럼 느껴지는 점이 블랙스트링의 특징이다. 퓨전을 위한 퓨전이 난무하는 때에 이 앨범은 국악 크로스오버가 지향할 곳을 가리키는 어떤 깃발처럼 펄럭였다.

두 번째 앨범 『KARMA』(카르마, 2019)는 자신들이 가진 일종의 전통 중심주의를 뒤집고 월드뮤직으로 확장한 앨범이다. 남아메리카 민속음악에 영감을 받고, 대금으로 중동음악을 표현하고, 심지어 밴드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커버하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그러면서도 블랙스트링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블랙스트링에게 전통, 혹은 국악이라는 것은 지켜내야 할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그저 자유로운 표현 수단일 뿐이다. 색소폰 대신 대금이, 피아노 대신 거문고가, 드럼 대신 소리와 타악이 있을 뿐이다. 연주자들의 고유한 상상력은 지금까지 어떤 재즈에서도 월드뮤직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다. 블랙스트링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왼쪽부터 블랙스트링의 허윤정(거문고), 이아람(대금), 황민왕(소리와 타악), 오정수(기타)

또 한 번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찾다

한국 월드뮤직이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프로모터 중 한 명이자 블랙스트링의 다섯 번째 멤버이기도 한 계명국은 이번 10주년 기념 투어 콘서트가 지금까지의 10년을 종합함과 동시에 두 번째 변화를 완성하는 단계라고 말한다.

한국적 신체에다 세계적 관점을 부여해 확장한 앨범 『KARMA』가 첫 번째 변화라면, 두 번째 변화는 블랙스트링의 악기로 다양한 협연을 꾀하는 것이다. 재즈의 관점에서 봤을 때, 희소성을 가진 악기로 단단한 앙상블을 이룬 밴드가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것은 그만큼 이 경향의 역사가 젊고 재미있다는 방증이다.

블랙스트링은 10여 년, 조금 더 소급하면 20여 년 국악 크로스오버 역사를 가장 외곽에서 확장해내는 첨단의 밴드다. 이번 공연의 관람객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내가 그 자리에 있었지, 하는 격양된 증언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글. 최지호 음악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엔플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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