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정신이 섞여 온전히 서로를 이해하다

바람 따라 나아간다 바람은 길이다
2021년 9월 27일
크로스오버의 역사를 가장 외곽에서 확장해내는 밴드
2021년 9월 28일
52021년 9월 27일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얼이섞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2021년 신작 <얼이섞다>가 11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고양어울림누리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번 작품은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의 전통 소리를 소재로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얼이섞다>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지원사업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중 문예회관 예술단체 공연콘텐츠 공동제작 프로그램으로, 고양문화재단·천안문화재단·춘천문화재단·포항문화재단과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이하, 앰비규어스)가 함께 만드는 작품이다.

11월 12일~13일 춘천문예회관을 시작으로 19일~20일 고양어울림누리, 25일~26일 포항문화예술회관, 12월 3~4일 천안예술의전당까지 현대무용 공연으로는 드물게 연속 투어로 관객을 만나게 된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얼을 찾아서

<얼이섞다>는 기존의 ‘어리석다’라는 단어를 새롭게 해석하여 만들어진 제목이다. 본래는 ‘얼이 썩었다’는 의미로 슬기롭지 못하고 둔하다는 뜻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얼을 섞다’라는 뜻을 품는다. ‘얼’은 정신 또는 영혼을 의미하므로 ‘정신을 섞다’ ‘영혼을 섞다’ 나아가 ‘서로의 정신이 섞여 온전히 서로를 이해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얼이섞다>에서 주목할 점은, 기존의 앰비규어스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음악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앰비규어스가 그동안 선호해왔던 규칙적인 비트가 아닌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서 공개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자유로운 전통 소리를 소재로 한다는 것이다.

‘목도 소리’ ‘멸치잡이 소리’ ‘밭가는 소리’ ‘동그랑땡’ 등 가사가 있는 것부터 무의미한 흥얼거림이나 감탄사까지 춤의 배경으로 사용된다. 음악인 동시에 소리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음원은 불규칙성이라는 점에서 앰비규어스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특히 앰비규어스만의 신명을 보여줄 2부의 클럽 장면에서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원형에 테크노를 입힌 편곡이 사용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구체적 서사를 두지 않는 <얼이섞다>는 이러한 ‘소리’들에서 발견한 리듬과 그 속에서 도출되는 움직임을 ‘춤’으로 엮어 “표현을 위한 동작이 아니라, 동작 자체가 표현이 되는” 김보람 안무가의 예술적 지향점을 보여줄 것이다. 추상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현대무용, 그것이 앰비규어스 작품의 색이라 할 수 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피버>

경계를 단정 짓지 않는, 애매모호한 무용단

‘앰비규어스(Ambiguous) 댄스컴퍼니’는 번역하자면 ‘애매모호한 무용단’인데, 그렇게 이름을 붙인 이유는 “추는 춤이 애매모호해서”라고 한다. 그건 앰비규어스가 춤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무용 장르를 수용하면서 그 경계를 단정 짓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김보람은 앰비규어스의 예술감독이자 안무가로 2007년 창단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현대무용, 힙합, 스트리트 댄스, 발레 등 다양한 춤 장르를 배경으로 동시대 현대무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또 ‘음악 이전의 소리’, ‘춤 이전의 몸’으로 돌아가 독특한 음악적 해석으로 안무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구체적인 음악과 춤의 조화 속에서 관객과 더 친근하고도 깊이 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앰비규어스는 최근 밴드 이날치의 곡 「범 내려온다」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대중과 더 활발히 소통하는 중이다.

올해 6월에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신곡 「하이어 파워」(Higher Power)의 두 가지 버전 뮤직 비디오와 명품 브랜드 구찌 홍보 영상에도 출연하며 현대무용 단체로는 드물게 트렌드의 중심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앰비규어스의 대표작으로는 <공존> <바디콘서트> <인간의 리듬> <피버> <브리드> <철저하게 처절하게> 등이 있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하이어 파워」(Higher Power)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오늘의 현대무용과 옛 소리의 만남

비주류 장르인 현대무용 안에서도 비주류 출신이었던 앰비규어스가 어느새 현대무용 장르를 문화계 주류로 이끌고 있다. 이들의 인기가 일시적 화제에 그치지 않고 대중과 소통하며 서로의 예술적 눈높이를 맞춰가는 긴 호흡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얼이섞다> 무대에서도 자신들의 색을 어떻게 펼쳐낼지, 그 재기발랄한 도발이 기대된다. 오늘의 앰비규어스와 옛 우리 소리의 만남! 현재와 과거, 미래에도 존재할 우리의 문화를 상상하며 깊은 소통을 이끄는 작업이 되길 기대한다.

자기 지역의 무용 공연에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런 날

<얼이섞다> 안무가 김보람과의 일문일답

 

Q. <얼이섞다>는 어떤 작품인가요?
A. 우선 제목 <얼이섞다>는 기존의 ‘어리석다’ 단어가 가진 “얼(영혼)이 썩었다”는 부정적 의미를 “영혼이 섞였다”는 긍정적 의미로 바꿔보려 한 것입니다. 춤을 통해 영혼의 섞임 즉, 사람들 간의 소통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런 내용을 표현하는데 첫 번째 요소로 찾은 것은 음악입니다. MBC라디오를 통해 알려진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서 소스를 찾아 춤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Q. 음악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작업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전통 민요라니 큰 변화가 느껴집니다.
A. 그렇죠. 이번 음악은 박자를 분석하고 철저히 따르는 이전의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무용수들도 고생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부른 음원을 그대로 채집한 ‘우리의 소리’는 박자를 정해서 안무를 하려 해도 속도나 리듬이 계속 바뀌거든요. 그런 변칙적 생동감을 함께 느끼며 옛 소리의 호흡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생소한 소리들이 우리 움직임을 통해 관객에게 친근하게 들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작품 <얼이섞다>는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어르신들의 소리 원형을 사용하고 2부는 원형을 동시대적 감성으로 재구성해 테크노사운드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Q. 현대무용 작품이 4개의 극장에서 공연되는 일은 흔치 않죠. 각 극장마다 다른 컨디션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요?
A. 무용수 12명에 러닝타임은 1시간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2부 클럽 장면은 막을 다 올려서 레어 스테이지(뒷무대)를 오픈합니다. 극장마다 다른 구조를 갖고 있잖아요. 조명감독님에게 다 다른 클럽처럼 보이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같은 공연이지만 극장마다 다른 느낌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Q.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춤뿐 아니라 의상 등 시각적 요소들이 독특함을 완성하잖아요. 이번 작품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요?
A. 음악이 원초적인 것이라서 의상은 화려한 것보다 몸 자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무용수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중요해요. 시각적 요소의 변화라면 그동안 우리 공연에 무대 세트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에는 세트를 제작하려 합니다.

 

<얼이섞다> 안무가 김보람

 

Q. 앰비규어스는 요즘의 인기와 관심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A. 요즘 트렌드의 흐름이 빨리 지나다 보니 올해 초 콜드플레이와 협업으로 받은 관심이 어느새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크게 연연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주력 활동인 극장 공연과 연습에 집중하고 있어요. 물론 꾸준히 다양한 프로젝트에 협업 의뢰가 들어오고 그중 몇 가지는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대중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어떤 변화가 느껴지나요?
A. 일반 팬이 늘어나면서 티켓 판매 걱정을 덜고 있어요. 무용 공연에 관심 높아진 것을 체감합니다. 대중의 반응은 유튜브 댓글로 봐요. 사람들의 생각을 읽으며 이런 관심과 응원을 어떻게 극장으로 연결하고 소통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요? 단원들의 반응은 어때요?
A. 안 좋은 댓글에 시청자들 간의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해요. 그리고 모든 영상에 무용수 한 명, 한 명 이름과 설명을 남겨주시는 분이 있는데 신기하고 감사합니다. 우리 무용단은 공연 때 늘 선글라스를 끼다 보니 (저를 제외하고) 단원들을 알아보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 우리는 현대무용단체로서 기분 좋은 것까지 즐기되 흔들리지 말자, 관심을 일과 구분하자고 말합니다.

Q. 올해 하반기 남은 활동도 많지요?
A. 일단 <얼이섞다>에 집중하려 해요. 남은 활동으로는 상주단체 지원사업으로 연말에 광명문화재단에서 갈라쇼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현대무용 단체가 자신의 레퍼토리로 갈라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우리는 해보려고 해요. 이를 위해 오래 전 출연했던 무용수들까지 20여 명을 섭외해 놓고 있습니다.

Q.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A. 저희는 지금 현대무용단으로는 이례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점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현대무용 장르가 대중화되기 어려운 것을 압니다. 저희 단체가 계속 추구하는 것은 적어도 자기 지역에서 열리는 무용 공연에 찾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런 날이 오는 것입니다. 큰 숙제라고 생각해요. <얼이섞다>도 지역에서 초연되는 작품으로 운이 좋게 4곳의 극장에서 공연하게 됐습니다. 무용이 지역 극장의 후원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처음인데, 앞으로 다른 무용 공연도 이런 기회가 많아지길 바라면서 사명감도 느끼고 있어요.

Q. 끝으로 <얼이섞다>를 찾아주시는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이번 작업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음악을 듣는 것이었어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서 찾은 소리들은 한국의 진짜 문화이고, 몸으로 이어온 진솔한 소리입니다. 우리 소리에 ‘흥’이 많았고 자유로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번 무대를 통해 관객 여러분들도 우리 소리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예림(무용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고양문화재단에서 알려드립니다

이 포스트에 소개된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 혹은 전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포스트 제작 당시와 달리) 일정이 변경되었을 수 있으며, 추후에도 진행 여부 및 일정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 점 널리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