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하지만 위대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2021년 8월 24일
미술관에서 세계 8개 도시 투어를!
2021년 8월 24일
82021년 8월 24일
2021 신작 움직임극 <돛닻>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10월 29일(금)부터 31일(일)까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움직임극 <돛닻>이 공연된다. 무용수 이선태의 인생을 거슬러 오르는 한 편의 수필 같은 이 작품은, 춤 추는 게 그저 즐겁던 한 소년이 국내를 대표하는 무용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그린다.

배가 나아가려면, 돛을 펼쳐야 한다. 돛이 바람을 품으면, 배는 바람길을 따라 나아간다. 배가 떠밀리지 않으려면, 닻을 내려야 한다. 닻이 땅에 박히면, 배는 단단히 고정된다. 인생을 항해에 비유한다면, 바람을 읽을 줄 알아야 할 터. 바람이 길이다.

이선태를 설명하는 ‘대중’과 ‘예술’의 키워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돛닻>에 대해 말할 때 이선태에 대한 소개가 우선이다. 그의 여러 이력 중,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댄싱9>일 것이나 이에 대한 소개는 뒤로 미루기로 한다. 그의 인생 여정을 거슬러 오르는 게 작품의 의도를 따르는 일일 것이다. 작품의 내용과는 무관하더라도.

그는 현재 ‘대중의 예술화’를 목표로 2014년 창단한 현대무용단 STL Art Project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또한 ‘예술의 대중화’를 기치로 출범한 현대무용협동조합(COOP_CODA)의 일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짐작할 수 있듯, ‘예술’과 ‘대중’은 그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그 시너지가 폭발적으로 터진 건, <댄싱9>일 터. 그는 2013년과 2015년, 엠넷(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에 출연했다. 2013년 MVP 결정전에서는 심사위원 평가 400점 만점에 399점을 받아 최고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덕분에 그의 인지도도, 현대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움직임극 <돛닻>

인생 여정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가는 조력자, 김설진

여기서 잠깐, 이번 <돛닻>에 함께 출연하는 김설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돛닻>은 이선태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엮은 수필 같은 작품이지만, 이야기를 함께 풀어내는 조력자 역으로 김설진이 등장한다. 최근 방영한 드라마 <빈센조>와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에 출연하는 등 이제는 연기자로 익숙하지만, 김설진이 대중에게 가장 먼저 각인된 건 <댄싱9>을 통해서였다.

그는 2014년 <댄싱9>에 출연하며 ‘갓(God)설진’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댄싱9> 출연을 따지면 김설진은 이선태의 후배지만,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선배다. 이번 <돛닻>에서 그는 후배 이선태를 위해 작은 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타고난 춤꾼이 펼치는 ‘피지컬시어터’의 가능성

다시 이선태의 이야기로 회항하자. <댄싱9>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안겨주었지만, 그 전에 이미 그는 LDP무용단 정단원으로 활동하며 이 바닥에서는 꽤 알려진 무용수였다. 사족이나, LDP무용단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창단한 현대무용단으로, 현대무용단체 중 거의 독보적으로 젊은 여성 팬층을 거느렸던 무용계의 아이돌 군단으로 불렸다. <댄싱9>에서의 활약과 LDP무용단의 활동 등 ‘무용수’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그가, 중학교 시절엔 스트리트 댄스를 추었던 ‘춤꾼’이라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돛닻>은 이런 이선태의 개인사를 역으로 거슬러 오르며 들려준다. 아니 보여준다. 이야기를 재편집한 이는 ‘간다’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민준호다. ‘간다’는 고양아람누리 상주단체로 최근 <나와 할아버지> <템플> <뜨거운 여름> 등을 새라새극장에서 선보인 바 있는데, 민준호는 이들 작품을 쓰고 연출한 장본인이다.

여담으로 이선태, 김설진과는 지난해 우란문화재단에서 트라이아웃으로 공연되었던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를 통해 합을 맞춘 바 있다. 이 작품을 비롯, 민준호 연출은 최근 몸 등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을 창작 중이다. <템플>도 그중 하나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피지컬시어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돛닻>을 통해 다시 한 번 몸을 통한 대화를 시도한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움직임극 <돛닻>

미풍이 일으킨 작지만 큰 결과

다시 바람을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태풍은 그의 인생을 결정짓는 아주 큰 사건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생은, 아니 인생의 대부분은 소소한 일상이 쌓인 결과물일 것이다. 미풍처럼 사소한 사건들이 어쩌면 인생을 결정하는지도 모르겠다. <돛닻>은 태풍 같은 큰 바람보다는, 이선태의 인생에 불었던 미풍으로 꾸며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 김일송(공연칼럼니스트)
사진. 노승환

고양문화재단에서 알려드립니다

이 포스트에 소개된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 혹은 전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포스트 제작 당시와 달리) 일정이 변경되었을 수 있으며, 추후에도 진행 여부 및 일정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 점 널리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