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이 한마디에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힘이 있다. 어디를 갈까,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볼까, 숙소는 어디로 정할까, 계획을 세우는 그 시간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이번 전시 역시 설렘으로 시작한다. 김덕기 작가가 여행을 떠나는 설렘 가득한 모습을 작품 속에 담았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의 행복한 감정이 그림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의 작품을 따라 같이 여행을 하다 보면 이국적인 남프랑스의 에즈 빌리지, 생폴드방스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다음 여행지는 발리의 해변. 한석경 작가는 ‘비바리’(제주도 방언으로, 밀려들어오는 해초나 조개를 채취하는 처녀라는 뜻)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을 공계할 예정이다. 바다에서 채집한 물건들로 전시 공간을 꾸미고 벽면에는 시원한 바다 영상이 나오도록 하여, 감상하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해변을 거니는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는 발리의 감성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규태는 인스타그램에 자신만의 색채가 담긴 드로잉을 올리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가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한없이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에게 있어 뉴욕의 여행은 잊지 못할 선물과도 같았다고 하는데, 그러한 감정이 온전히 담겨 따뜻한 뉴욕의 모습을 이번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만 보던 그의 그림을 실물로 볼 수 있는 기회로, 손바닥만 한 그림 앞에서 가만히 그의 그림을 응시하고 있으면 어느 새 뉴욕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일 것이다.
필자가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한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이다. ‘가우디 성당’으로 잘 알려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00년이 넘도록 지어지고 있는데,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우디의 유산이 잘 보존된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에서 유학 시절을 보낸 이미주 작가의 손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밝고 경쾌한 회화와 설치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작가의 바르셀로나가 우리에게 어떠한 기쁨을 안겨줄지 기대된다.
한 번 가보면 두 번 가고 싶고, 두 번 가면 세 번 가고 싶은 낭만의 도시 파리는 일상의 물건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작업을 선보여온 오유경 작가의 신작을 통해 만나보자.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은 물론, 예술의 도시 파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와 물건들로 재탄생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오유경 작가가 재해석한 파리는 실제 파리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박준은 우리나라 1세대 작가·여행가로 그의 책 <On the Road(온더로드,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은 여행 부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에게 여행가가 아닌 작가로서 이번 전시에 참여해주기를 부탁했는데 특히, 그의 첫 책의 배경이기도 했던 방콕 여행기가 전시 공간에 펼쳐지기를 바랐다. 그의 일생은 여행이었고, 그의 여행 사진과 이야기에는 그의 삶이 온전히 녹아 있다. 여행을 통한 그의 느낌과 생각, 삶에 대한 깊은 고찰이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최보희 작가는 독일 유학 당시 다양한 유럽의 도시를 오가며 ‘여행자 시리즈’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런던’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런던의 상징인 빨간 2층 버스, 그 앞에 놓인 여행 가방들 사이로 각국의 말소리가 들리면서, 실제로 우리가 런던 여행 중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최보희의 ‘여행자 시리즈’는 앞으로도 도시를 옮겨 다니며 이어질 예정이다. 다음 여행지는 과연 어디일까?
마지막 여행지는 아프리카 모로코의 마라케시이다. 이승연 작가가 북아프리카 모로코, 포르투갈 북대서양, 사하라 등 지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느꼈던 환상의 기록을 태피스트리(실의 날줄 씨줄로 직물을 짜서 그림을 표현하는 기법)로 작업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는 멀게만 느껴지지만, 이색적인 태피스트리와 그 앞에 놓인 여러 오브제를 감상하다 보면 미지의 영역이라 느껴졌던 모로코가 한 발짝 내 앞에 서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이 휴가 중 떠나는 여행은 1년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요, 학생들이 방학동안 즐기는 여행은 공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청량제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껏 떠날 수 없는 이 답답한 시간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가 없다. 불확실한 기다림으로 지친 우리의 마음을 아람미술관의 ‘팔팔한 도시 여행’을 통해 조금이나마 달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