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하지만 위대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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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레미제라블>

뮤지컬과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며 세계적으로 사랑받아 온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 11월 5일(금)부터 6일(토)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연극으로 공연된다. 200년 전 프랑스 시민들을 위로했던 작품이 오늘날 우리들에게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까.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에게 <레미제라블>은 「원 데이 모어」(One Day More)나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Do You Hear The People Sing)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가득한 뮤지컬로 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원작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가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쓴 대하소설이다. 프랑스어로 쓰인 가장 긴 문학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며, 번역본 분량만도 2,5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다.

방대한 규모만큼 각양각층의 다양한 인물군상이 등장해 크고 작은 이야기를 펼쳐나가지만,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역시 주인공 장발장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작가 위고는 이렇게 또렷한 원톱 주인공을 극의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작품의 제목에는 ‘장발장’ 대신 ‘레미제라블’, 즉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를 가져왔다. 실제로 이 작품 속에는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들이 정말 많이 등장한다. 장발장, 팡틴, 에포닌, 마리우스 등 주요사건을 이끌어가는 인물 외에도 빈민가의 거지들과 죄수들, 공장의 노동자들과 혁명군 등 사회의 밑바닥을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들이 매 장면 등장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고는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19세기 프랑스라는 당대의 현실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왜 이렇게 가난하고 비참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현실 고발적인 시선을 담고자 했다. 조카를 위해 훔친 빵 한 조각 때문에 십 수 년을 감옥에 갇혀야 했던 장발장이나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결국 몸까지 팔아야 했던 팡틴, 죽음을 무릅쓰고 바리케이드를 치며 혁명을 부르짖은 학생군의 모습 등을 통해 무엇이 이들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세웠는지 한번쯤 생각하게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연극 <레미제라블>

가장 낮은 곳에서의 희망

장발장을 비롯해 이들 <레미제라블>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현실에서 가난하고 비참하게 살아가다 죽음을 맞이하지만, 또 한편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다른 누군가, 혹은 어떤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팡틴은 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장발장은 의붓딸인 코제트를 위해 전 인생을 바치며, 에포닌은 짝사랑하는 마리우스가 코제트를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위해 죽는다. 또한 파리 시내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혁명에 앞장선 학생군들 역시 고립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꿈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작가 위고는 이처럼 가난하고 비참한 상황을 살아가면서도 ‘남’을 위해, 혹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에서 이 이야기를 썼다. 가난하고 비참하지만 누구보다도 위대했던 사람들. 그래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장발장 한 사람이 아니라 이들 모두라 할 수 있고, 그들을 지칭하는 ‘레미제라블’이 바로 작품의 제목이자 긴 여운을 남겨온 주제인 것이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  

연극 <레미제라블>은 바로 이러한 원작의 의도, 즉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다 같은 주인공이자 서로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무대를 통해 강조하는 공연이라 할 수 있다. 윤여성, 이호성, 문영수, 박웅 등 관록 있는 원로배우들과 단단한 존재감으로 무대를 받쳐주는 중견배우들, 여기에 젊고 신선한 에너지를 지닌 신인배우들과 귀여운 아역배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이 한데 모여 ‘가난하지만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또한 이 모든 배우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내는 무대 위의 장관은 ‘함께하는 예술’인 연극의 매력을 새삼 실감하게 만든다.

글. 김주연(연극평론가)
사진제공. 극단 로얄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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