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 우리는 좋은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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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렁스>

환경 문제와 기후 변화, 공존하는 삶에 관한 연극 <렁스>가 12월 11일(토)부터 12일(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공연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두 남녀의 여정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플라스틱 생수병과 스티로폼 조각을 먹은 물고기들이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닌다. 세계 곳곳의 다이아몬드 광산과 커피농장, 카카오농장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날로 뜨거워지는 지구 곳곳에 산불이 일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텀블러와 에코백을 사용하고, 공정무역 제품을 찾아보는 것?

국가는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무공해 에너지에 집중하지만, 텀블러를 생산하며 유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플라스틱 컵을 만들 때보다 많게는 100배 이상이라 하고,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글로벌 기업의 윤리의식을 신뢰하는 이는 아직 많지 않다. 전기차가 보급됨에 따라 폐건전지가 차곡차곡 쌓여간다는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는 좋은 사람일까.

삶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표’와 ‘느낌표’

‘여자’는 삶의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지구 환경에 대한 박사 논문을 쓰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이어가고 싶은 무명의 음악가인 ‘남자’와의 관계에서도 현재, 그리고 미래에 좋은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 쉼 없이 생각하는 그녀다.

남자는 그녀에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좋은 사람이 아닐까”라고 답한다. 자신들을 감싸고 있는 이 지구를 위해,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가는 서로를 위해 애정 어린 대화를 주고받다 충돌하고, 발맞춰 나갔다 엇갈려 되돌아오는 순간의 연속들. 연극 <렁스>는 텅 빈 무대 위 단 두 명의 대화를 통해 ‘삶’에 대한 물음표와 느낌표들을 던진다.

연극 <렁스>

인류에게 직면한, 다소 불편한 이야기

명확한 것이 없는 복잡한 세상이다. 일면과 이면이 중첩되고 최선과 차선은 수시로 바뀐다.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더욱 혼란스럽다. 사랑하는 이와 관계를 형성하고 그 사이에서 생명을 잇는다는 것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그리는 것. 에펠탑 무게만큼의 거대한 탄소를 발생시키는 새로운 생명체를 이 지구상에 보태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지 두 사람은 고민하고 소원한다. 여자와 남자, 이들의 이해와 오해는 둘의 내일을 어떻게 만들어갈까.

<렁스>를 쓴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Duncan Macmillan)은 마약, 알코올, 우울증, 기후 변화 등 인류에게 직면한, 때로는 이야기하길 꺼리는 것들을 무대 위에 올려 조명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더욱 민감한 단어로 떠오른 ‘폐’를 뜻하는 <렁스>(Lungs)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생각해보아야 할, 그래야 ‘숨 쉬고 살 수 있는’ 오늘의 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구 환경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이며 세상 아니던가. 물과 바람, 자연과 생태계로 시작된 이들의 대화는 결국 자신과 서로를 향하는데,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자기장은 서로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한다.

끝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길고 긴 여정, 인간사 희로애락이 치열하고 먹먹하게 펼쳐지는 놀라움으로, 연극 <렁스>는 2011년 워싱턴 초연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여전한 설득력으로 객석을 사로잡는다.

연극 <렁스>

나와 우리를 닮은 희망의 무대

대사 한 마디, 몸짓 하나만으로 순식간에 시공간이 변하는 무대극의 마법도 <렁스>에서는 더욱 짜릿해진다. 거대한 장치도, 현란한 조명도 없이 텅 빈 무대 위에 두 명의 배우만이 자리하지만, 공연 시간 90분 동안 일어나는 일흔아홉 번의 시공간 변화는 매끄럽다.

무기 없이 전장에 나선 장수와도 같은 배우들이 리드미컬한 대사로 펼쳐놓는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 그곳에서 맘껏 헤엄치는 것은 관객의 특권이다.

‘인생에서 어떤 길을 따라가야 하는가’에 대해 사색하던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인간의 역사가 멈추지 않은 것은 답을 찾았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한순간도 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생각, 이것이 인류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희망 아닐까. <렁스>를 ‘나와 우리를 닮은 희망의 무대’라 부르는 이유다.

글. 황선아(공연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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