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온화하게, 때로는 첨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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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 로열 클래식 4 – 이진상 & 김태형

12월 18일(토) 국내 최정상 피아니스트의 듀오 공연이 아람음악당에서 펼쳐진다. 이진상과 김태형, 빼어난 솔리스트인 동시에 앙상블리스트인 두 피아니스트의 무대를 관람하며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

빼어난 솔리스트인 동시에 앙상블리스트

피아노 듀오라는 연주 형태는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하며 음악의 마법을 연출해야 하는 조합이다. 성공적인 사례가 주로 피붙이나 연인 사이에서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듀오 연주가 어렵다는 방증이리라. 특히 거장 간의 만남치고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 외에 그 결과가 좋았던 기억은 별로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겨울 고양아람누리에서 이진상과 김태형이 함께 연주할 무대는 오랫동안 그들의 무대를 지켜본 필자로서는 각별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둘 다 빼어난 솔리스트인 동시에, 누구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앙상블리스트인 덕분이다.

먼저 이진상은 피아니스트라고만 칭할 수 없는 예술가이다. 완벽한 피아노 사운드에 대한 갈망이 제작 공정에 대한 학습으로 이어졌고, 결국 스타인웨이 함부르크 공장에서 피아노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한 일화를 살펴보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이해할 수 있다. 각종 지면에 소개된 그의 글을 읽으면서도 예술에 대한 통찰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베토벤 트리오 본’(Beethoven Trio Bonn)의 한 사람으로서, 실내악은 물론이고 현악과 성악 등 각종 연주회에서 따뜻하고 소박하면서 배려로 가득한 아티스트로서 이진상의 연주를 접했다. 국내 무대에서 슈만과 브람스 등 독일 피아노 사운드를 가장 빼어나게 연주하는 솔리스트 역시 이진상이었다.

김태형 또한 어떤 무대이든 그의 이름을 발견하면 신뢰가 간다. 독주, 협연, 실내악, 반주 등 오랫동안 그의 연주를 다양한 형태로 들었지만 언제나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꾸준한 아티스트도 참 드문 것 같다. 화려한 스타성으로 승부한다기보다 그야말로 장인정신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느낌이다.

특히 실내악, 솔리스트와의 듀오 무대에서 그런 인상이 짙었다. 솔리스트의 연주를 최대한 화려하게 비춰주는 연주였다. 물론 엘리소 비르살라제(Eliso Virsaladze)의 제자답게 매섭고 예리한 음색과 강력한 테크닉을 구사하기에 이번 고양아람누리 공연에서 이진상과 함께 때로는 서로를 배려하는 온화한 화음을, 때로는 각자의 개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대조의 미학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이진상, 김태형

모차르트와 라흐마니노프, 슈만, 차이콥스키까지 한자리에

이번 연주회는 코로나19로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음악 애호가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함께 용기와 희망을 안겨줄 레퍼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첫 곡인 모차르트의 소나타 제16번은 누구나 ‘아, 이 곡!’ 하면서 환하게 웃을 작품이다. 단순하고 친근하면서도 아름답고 고전적인 형식미로 가득한데, 그리그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편곡한 버전으로, 의외성과 해학을 가미한 흥미진진한 순간을 만들어낼 것이다.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울 때 접하는 작품이기에 현재 교수이기도 한 두 피아니스트가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이어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듀엣을 위한 6개의 소품」 가운데 ‘뱃노래’ ‘스케르초’ ‘왈츠’ ‘슬라바’ 등 네 곡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강철 같은 타건(打鍵)과 초절의 기교를 요하는 대목이 군데군데 있으나 주로 서정적인 감성과 매혹적인 멜로디로 가득하여 두 사람의 스타일과 더할 나위 없이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다. 서로를 배려하며 아름다운 곡조를 이어갈 장면을 떠올리니 벌써 흐뭇해진다.

슈만의 「안단테와 변주곡」은 작품에 담긴 조금은 음울하면서도 미묘한 정서 때문에 두 연주자 간의 호흡이 쉽지 않은 곡이다. 누구보다 슈만 연주에 능한 이진상의 깊이 있는 연주를 기대해보자.

공연은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과 함께 연말 레퍼토리로 빼놓을 수 없는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인형> 모음곡으로 마무리한다. 흔히 접하는 발레가 아닌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편곡으로 즐긴다면 조금은 색다른 기분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르헤리치와 함께 동곡의 음반을 남겨 유명세를 탔던 사이프러스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겸 작곡가, 니콜라스 에코노무(Nicolas Economou)의 버전이다. 두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통해 아깝게 요절한 니콜라스 에코노무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준형(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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