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고 세련되게 울려오는 오늘날의 전통음악

가족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은 공연
2021년 6월 24일
인생을 담아, 예술을 담아 운율과 영혼을 담아
2021년 6월 25일
92021년 6월 25일
송소희×두번째달×김대일
2021 국악콘서트 ‘모던민요’

고즈넉한 고궁의 정원을 거닐 듯 기분 좋은 선율이 실려 온다. 널리 알려진 경기민요의 맑은 가락과 세계의 민속음악이 세련된 균형을 맞추고, 소리꾼의 판소리 대목이 더해지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시간의 흐름까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오는 9월 3일(금)과 4일(토), 고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열리는 송소희×두번째달×김대일의 2021 국악콘서트 ‘모던민요’는 국악과 에스닉 퓨전, 판소리를 한데 아우르는 선선한 잔치 한 마당이다.

국악소녀와 에스닉 퓨전 밴드의 만남

이번 공연은 송소희와 두번째달이 2018년 함께 발표한 앨범 『모던민요』를 기초로 한다. 송소희는 현재 국악계에서 가장 저명한 가수 중 한 명. 다섯 살에 전국 시조경창대회에서 수상한 이후 경기민요를 전공하며 ‘국악소녀’로 이름을 알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보니 국악인으로서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감이 있으나 매년 꾸준히 공연을 펼치며 국악과 대중가요 사이에 다리를 놓아왔다.

특히 2017년부터 본인이 직접 기획한 ‘기진맥진 프로젝트’를 주목해야 한다. 장르 불문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음악 영역의 확장을 꿈꾸는 프로젝트로 “기운을 더하여 맥박이 오른다”는 모토 아래 아쟁 명인 이태백, 피아니스트 양방언, 작곡가 이지수와 함께 색다른 시도를 펼쳤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제주 민요 「오돌또기」를 함께한 팀이 바로 송소희와 『모던민요』를 발표한 에스닉 퓨전(ethnic fusion) 밴드 두번째달이다.

국악인 송소희

세계 민속음악에서 국악을 향한 번짐

2004년 드라마 <아일랜드>에 삽입되어 익숙한 「서쪽 하늘에」부터 <궁> <구르미 그린 달빛> <푸른 바다의 전설> 등의 드라마 삽입곡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두번째달은 세계 각지의 민속음악을 서정적인 색채의 음악으로 그려왔다. 드럼, 바이올린, 기타, 건반, 베이스 기반에 만돌린, 아이리시 휘슬 등 토속 악기를 가미한 이들은 켈틱풍의 아이리시 음악과 유럽 집시풍의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임과 동시에 <궁> 사운드트랙에서 그랬듯 국악의 퓨전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두번째달의 국악 프로젝트는 2014년 퓨전 국악 밴드 고래야와의 합동 공연을 시작으로 2015년 두 번째 정규 앨범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에서 소리꾼 이봉근과 함께한 「사랑가」를 거쳐, 이듬해 2016년 『판소리 춘향가』를 발매하며 구체화됐다. 이 앨범에서 그들은 춘향가의 대목을 골라 고수의 역할을 밴드의 음악으로 옮기며 김준수, 고영열 두 소리꾼과 함께 풍부하고 산뜻한 판소리의 현대적 재해석을 선보였다.

송소희와 두번째달의 「오돌또기」

『모던민요』는 『판소리 춘향가』 이후 두번째달의 새로운 국악 프로젝트인 동시에 저변을 넓혀가는 송소희의 색다른 시도를 담은 작품이다. 그 결과물은 우리에게 친숙하고도 새롭다. ‘기진맥진 프로젝트’로 먼저 선보인 「오돌또기」 외 「군밤타령」 「정선아리랑」 「강원도아리랑」 「태평가」 등 모두 익숙한 가락의 노래들이나, 곳곳에 독특한 시도를 가미하며 새로운 인상을 더했다. 5박으로 편곡한 「강원도아리랑」에는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와 중동의 타악기를 다수 사용했고 산뜻한 「태평가」는 멜로디언과 바이올린 연주가 기분 좋은 울림을 선사한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며 유연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노래를 들려주는 송소희 역시 균형을 잡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공연을 통해 성숙한 목소리를 선보이며 더욱 합을 맞춰가는 모습이다. 유일한 창작곡 「비나이다」는 경기12잡가 중 「십장가」의 부분을 가져와 간절한 바람을 노래하는 곡으로, 웅장한 오케스트라 편곡으로도 손색없는 절절한 울림을 전한다.

이번 고양어울림누리 공연에서는 『모던민요』 수록곡 외에 『판소리 춘향가』에 수록된 대목 역시 만나볼 수 있다. 「적성가」 「사랑가」 「이별가」 「어사출두」 등의 대목을 함께할 소리꾼은 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판소리 퍼포먼스 그룹 ‘미친광대(美親廣大)’를 이끌며 국악의 현대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김대일이다.

국악인 김대일

전통을 허물지 않고 다가서는 새로운 흐름

최근 몇 년 동안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퓨전 국악 작품들이 등장했다. 오래전부터 비평가들에게 주목받은 잠비나이와 동양고주파, 이자람 등의 주자부터 무가를 차용한 추다혜차지스와 악단광칠, 재즈와 국악을 결합한 블랙스트링 등 점차 면모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특히 국제 시장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그룹 씽씽과 이날치의 성공은 대중에게 생소한 국악의 세계를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했다.

퓨전에 있어 가장 강조되어야 할 부분은 바로 전통이다. 전통의 요소를 살리지 않은 퓨전은 대중가요와 비교해 특색을 갖추지 못한다. 공연에 참여하는 소리꾼 김대일이 말하듯 “국악의 현대화는 뿌리를 흔드는 게 아닌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대중에게 다가가는 데 힘써야 한다”. 송소희와 두번째달, 그리고 김대일은 각자의 영역에서 전통을 허물지 않고 국악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편안하고 기분 좋게, 또한 신선하게 이들의 ‘모던민요’ 한 마당을 즐겨보자.

두번째달의 공연 장면

글. 김도헌(대중음악평론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