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은 공연

소녀의 감성과 삶의 연륜이 가득한 경쾌한 그림세계
2021년 6월 24일
신선하고 세련되게 울려오는 오늘날의 전통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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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21년 6월 24일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전자전 모차르트’

올 8월 모차르트 부자가 고양을 찾아온다. 최고의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뛰어난 교육자이자 음악인이었던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음악이 그것. 관현악곡과 협주곡, 아리아, 서곡 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연주될 예정이다.

레오폴트의 교육열과 볼프강의 재능이 만나

레오폴트 모차르트(Leopold Mozart, 1719~1787)는 잘츠부르크 궁전의 부악장까지 오르며 독일 전역에 이름을 떨친 음악가였다. 막내아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가 태어난 해에 바이올린 교본 <Versuch einer gründlichen Violinschule>(국내에는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연주법>이란 제목으로 출간)를 집필해 유명세를 탄 음악 교육자이기도 했다.

부인 안나 마리아 모차르트(Anna Maria Mozart, 1720~1778)와의 사이에서 일곱 자녀를 낳은 가운데 볼프강과 여섯째인 딸 마리아 안나(Maria Anna Mozart, 1751~1829)만 살아남았다. 두 자녀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는데, 특히 볼프강은 세 살 때 피아노 3도 음정을 짚는가 하면 다섯 살에는 배우지도 않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등 가히 ‘천재적인 재능’의 소유자였다. 자녀의 재능을 꽃피우게 하고 싶었던 레오폴트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직접 가르칠 뿐 아니라, 함께 음악 여행을 다니며 여러 작곡가와 교류하고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볼프강은 아버지와 함께 궁정음악가로 활동하던 25세 때 의견 충돌로 독립하며 본격적인 ‘프리랜서 작곡가’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35세에 세상을 뜨기까지 볼프강은 무수히 많은 교향곡과 협주곡, 오페라 등을 남기며 세기를 넘어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현 시대에도 ‘치맛바람의 원조’라 불릴 만큼 잘 알려져 있는 레오폴트의 교육열에는 빛과 그림자가 모두 있겠지만, 덕분에 볼프강이 최고의 작곡가로 성장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왼쪽)와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오른쪽)

흥미로운 해설로 만나는 모차르트 2代의 음악

8월 고양아람누리를 찾는 ‘부전자전 모차르트’는 부자(父子) 모차르트의 음악을 통해 그들의 삶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작년 ‘코로나19 극복 경기도 예술단체 우수공연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 공연의 연주는 1997년 2월 창단해 극장음악 전문 오케스트라로 인정받고 있는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지휘는 서울대 작곡과 지휘 전공 교수인 장윤성이 맡고, JTBC 드라마 <밀애>에서 주인공 이선재(유아인 扮)의 연주 대역을 했던 피아니스트 송영민이 해설과 피아노를 맡는다. 쉽고 재미있는 해설이 곁들어져 온 가족이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여기에 오케스트라 수석주자인 전석호의 트럼펫 연주, 소프라노 서선영과 바리톤 박정민의 아리아가 공연을 더욱 빛내줄 예정이다.

왼쪽부터 지휘자 장윤성, 해설을 맡은 피아니스트 송영민, 소프라노 서선영, 바리톤 박정민, 트럼펫 전석호

레오폴트의 곡으로 시작해 볼프강의 곡으로

이번 공연은 레오폴트의 교향곡 내림나장조(Symphony in B♭ Major)로 첫발을 뗀다. 한동안 볼프강의 교향곡 2번으로 알려졌던 이 곡은, 최근 들어 레오폴트의 3악장 원곡을 볼프강이 4악장으로 변경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어서 레오폴트의 대표곡 「장난감 교향곡」 1악장과 「트럼펫 협주곡」 라장조 2악장이 연주된다.

「장난감 교향곡」 또한 20세기 중반까지 하이든이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후에 레오폴트가 작곡한 「장난감 악기와 관현악을 위한 카사치오네」 중 3악장을 따온 것임이 밝혀졌다. 뻐꾹 소리를 내는 뻐꾸기 피리처럼 장난감 악기들이 등장해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전한다. 「트럼펫 협주곡」은 트럼페티스트 전석호의 연주로 곡의 경쾌하면서도 달콤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다음으로는 아들 볼프강의 작품이 바통을 받는다. 먼저 프랑스의 극작가 피에르 보마르셰(P.A. Beaumarchais, 1732~1799)의 동명 작품에 바탕을 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 네 곡을 선보인다. 원작은 정치적 풍자가 짙었던 반면, 볼프강은 이를 사건과 인물이 얽히고설킨 러브 스토리로 표현한다.

2막 첫 장면에 등장하는 백작 부인의 아리아 「사랑을 주소서」, 1막 6장에서 피가로가 부르는 흥겨운 행진곡풍의 「이제는 날지 못하리」, 3막에서 지난 시절을 반추하는 백작 부인의 아리아 「그리운 시절은 가고」와 1막의 카바티나 「춤추기를 원하신다면」을 소프라노 서선영과 바리톤 박정민이 부른다.

이어서 피아니스트 송영민이 협연하는 볼프강의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K.467 2악장과 3악장을 들려주고, 교향곡 제41번 다장조 K.551 「주피터」 1악장과 4악장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며 공연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서로를 완성시킨 퍼즐 조각 같은 모차르트 부자

모차르트 부자의 음악을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것은 비단 음악 감상만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해설, 성악가들의 아리아를 통해 우리는 레오폴트 모차르트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삶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며 의지했고, 불화하기도 했으나 결국 서로의 성장을 도운 조력자였음을 알게 된다.

조각이 하나라도 빠지면 퍼즐을 완성할 수 없듯 레오폴트와 볼프강은 서로를 완성시키는 퍼즐 조각과 같았다. 우리의 부자 사이, 가족이 그렇듯. 그러니 이 공연은 우리의 가족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될 수도 있겠다.

글. 노윤영(계간 <누리> 편집실)
사진 제공.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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