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배우들이 들려준 연극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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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와 함께하는 연극 데이트
‘민준호 X 진선규 X 이희준 – 연극 이야기’ 리뷰

고양아람누리 상주단체인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지난 11월, 시민과의 만남 프로젝트를 개최했다. 연출가 민준호와 함께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를 탄생시킨 주역, 배우 진선규·이희준이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연극의 매력을 들려주었다.

2016년부터 고양문화재단과 인연을 맺고 있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는 과감한 실험성이 돋보이는 신작을 고양아람누리에서 제작해 선보이는 동시에 ‘배우 체험 프로젝트’(2017), ‘소리와 움직임의 이야기’(2018), ‘연기 & 움직임 워크숍’(2019) 등 다채로운 연극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함께 연극을 탐구해왔다.

연습실에서 주로 이루어지던 기존의 워크숍과 달리, 올해는 <타르튀프>(11.3.) <십이야> (11.10.) 등 두 편의 낭독공연과 함께 토크쇼 형식의 ‘민준호×진선규×이희준 – 연극 이야기’(11.24.)가 공연장에서 펼쳐졌다. 특히, ‘명품 배우’로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진선규와 이희준이 참여해 연극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11월 24일 저녁, 민준호, 진선규, 이희준은 어색한 듯 쭈뼛쭈뼛한 모습으로 새라새극장 무대에 들어섰다. 하지만, 나란히 의자에 앉아 서로에 대한 첫인상을 털어놓기 시작하면서부터 세 사람은 연극을 향한 열정이 가득했던 17년 전 그때로 금세 시간 이동을 했다.

왼쪽부터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연출가 민준호, 배우 진선규와 이희준

놀이처럼 시작한 ‘간’략하고 ‘다’양한 연극

몸의 움직임 표현에 관심이 많았던 세 사람은 애크러배틱 동아리를 직접 꾸려 활동하다가 ‘대사 대신 몸짓으로 말하고, 음악 대신 사람 목소리로 연주하는 뮤지컬’을 만들기로 한다. 하지만, 아무리 참신한 발상이어도 풋내기였던 그들의 실험에 함께하려는 이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민준호가 직접 극작과 연출을, 주연은 진선규가 맡았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놀이처럼 시작한 연극은 만드는 사람은 물론, 보는 사람도 즐겁게 했다.

“극단 ‘간다’의 레퍼토리는 모든 단원들과 공동으로 창작한 거예요. 작가로서 제가 한 일은, 단원들의 의견을 듣고 끊임없이 작품을 바꿔나간 것이죠. 역할의 구분이 없는 ‘비합리성’이 ‘간다’ 작업의 특징인 것 같아요.” _ 연출가 민준호

걸개그림 하나에 배우들이 모든 무대와 소품을 몸으로 표현하며 아카펠라로 음악까지 연주한 첫 작품이 바로 <거울공주 평강이야기>(2004)였다. 재미와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공연 요청이 쏟아졌다. 그에 대한 응답으로, 연극을 위한 최소한의 본질만 갖추고 어디든 달려가 다양한 연극의 매력을 선보이겠다는 뜻을 담아 ‘간소할 간(簡), 다양할 다(多)’의 극단 ‘간다’를 만들었다. 이후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나와 할아버지> <유도소년> <뜨거운 여름> <신인류의 백분토론> <템플> 등 간소함 속에 풍부한 재미와 감동을 가득 담은 ‘간다’표 작품들이 다채롭게 이어졌다.

관객들에게 받은 질문을 읽고 답하는 배우 이희준(왼쪽)과 진선규(오른쪽)

함께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재미

가난과 행복 사이에서의 갈등,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고민이 없지는 않았다. ‘돈 걱정 안 할 때 다시 연극을 하자’며 잠시 쉼을 갖기도 했다. ‘간다’의 주축 배우들이 다른 공연과 드라마, 영화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시점이었다. 진선규와 이희준 역시 TV와 스크린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인기를 얻었다. 많이 바빠졌지만 무대에 대한 갈증은 깊어졌다. 결국 이희준은 민준호와 함께 내년 1월 대학로에서 공연할 ‘간다’의 신작을 위해 목하 연습 중이다.

“공연만의 매력이 있어요. 내 앞의 공기가 이 사람들과 닿아 있구나, 하는 생생한 느낌이죠. 카메라 앞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매력이에요.” _ 배우 진선규

“두어 달 동안 같이 연습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창작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연극의 가장 큰 장점이죠. 저는 무대 뒤에 대기하면서 느끼는 커튼의 먼지 냄새조차 좋아요.” _ 배우 이희준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 속을 터놓는다는 세 사람은, 서로의 작품 활동이나 인간관계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나누고 있다. 이 시간이 서로에게는 새롭고 든든한 동력이 된다. “같이 늙어가면서 재밌게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세 사람에게 연극은 언제까지나 즐거운 놀이이지 않을까.

“배운다는 느낌으로 연극을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름 있는 곳, 유명한 선배에게 가서 연극을 하기보다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같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재미있게 연극을 만들어가시면 좋겠어요.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이 연극의 매력이니까요. 다른 사람이 이미 이룬 것을 따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_ 연출가 민준호

글. 류민영(고양문화재단 정책기획팀)
사진. 오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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