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art? – 현대미술 쉽게 보기展

8월 버스킹데이 & 고양 돗자리 영화제 현장 리뷰
2016년 9월 5일
2016년 서울 흔남, 1956년 명동 훈남 되다! [뮤지컬 명동로망스]
2016년 9월 18일
02016년 9월 6일

 What is art? – 현대미술 쉽게 보기展

10人10色 – 열 명의 작가, 열정의 작품세계

난해한 현대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나만의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미술 애호가들은 물론 미술 관람 초보자들에게도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What is art? – 현대미술 쉽게 보기’展이 오는 9월 25일 막을 내린다. ‘나만의 시각’, ‘나만의 해석’을 인정하는 이 친절한 전시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면, 긴 추석 연휴를 이용해 아람미술관으로 가볍게 나들이해보는 건 어떨까. 10명의 참여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였는지, 그 열정적인 작품세계를 온라인누리에서 소개한다. [편집자주]


주사위에 나온 숫자대로 그림이 되다

작가 위영일

위영일의 알레아토릭 시리즈는 기존 회화의 미술사에서 존재했던 양식을 하나의 도표로 압축하여 풀어낸 작업이다. 도표는 가로, 세로 6칸씩 총 36개의 칸으로 나뉜다. 가로는 주제, 틀, 스타일, 배경, 중간단계, 마무리단계로 작업의 순서가 구분되고, 세로는 6가지의 표현방식으로 나뉜다. 이렇게 작업순서×표현방식(6×6)으로 나뉜 도표는 총 46,656개의 표현방식을 가진 그림으로 나온다. 총 6번의 주사위를 굴려 주제부터 마무리단계까지 표현방식이 도표의 숫자로 결정이 되고, 나오는 숫자의 순서대로 작가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주사위를 던져 순서대로 나온 일련의 숫자들이 바로 이 형식으로 결정된 작품의 제목인 셈이다.

이 매뉴얼만 있다면 작품의 제목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회화가 작업이 진행되면서 체계를 만들었다면, 이 시스템 페인팅은 체계를 잡고 작업이 진행된다. 작가만의 페인팅 시스템을 만들고, 그 수열에 의해 기존의 미술사가 가진 인습적 태도를 전복시킨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예술의 태생적 한계인 동어반복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표면상에서만큼은 그것을 은폐하려 한다고 언급한다. 작가는 미술사에 대한 허점을 찾고 이를 드러내어 표현하고자 한다.

크기변환_0906온라인누리_2016현대미술쉽게보기_1.위영일_알레아토릭시리즈 (5)

위영일 작가 작품

 

흉상의 얼굴을 상상하라

작가 권현조

우리들이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각’이라는 형태는 관념적으로 고대 로마,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진 조각이 아닐까?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실에서 누구나 한번쯤 봤을 법한 아그리파, 비너스의 석고상은 우리가 마주한 첫 번째 조각 작품일 수도 있다. 권현조는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조각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흉상에 대한 편견을 뒤집어 얼굴 없는 흉상을 제작하고, 우리에게 그 위의 공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 흉상은 작품을 바라보는 내 자신이 될 수도 있고, 타인이 될 수도 있다. 흉상 위는 관람객의 상상에 의하여 재창조된다.

캡션 시리즈는 우리가 작품을 볼 때 우리의 상상을 방해하는 요소에 대해 질문한다. 작품만 온전히 느끼는 것이 아니라 캡션 → 작품 순으로 감상함으로써 우리는 캡션에서 나타나는 제목으로 작품에 대한 사고를 고정시키게 된다. 작품의 해석은 각자가 느끼는 것에 있는 것이지, 작품 제목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크기변환_0906온라인누리_2016현대미술쉽게보기_2.권현조 (4)

권현조 작가 작품

 

기억의 근원을 찾아나서다

작가 Bo Kim

Bo Kim의 작품은 ‘기억’에서 출발한다. 우리의 기억은 ‘사실 있는 그대로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있던 사실을 ‘재해석’하여 저장된 것에 불과하다. A라는 사실이 우리의 머릿속에는 A′ 혹은 A″로 조금씩 다르게 남아 있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우리의 기억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사실이 기억으로 바뀌고, 바뀐 기억이 작가의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 기억의 근원으로 찾아가기 위한 것이 곧 그녀의 작업인 것이다. 작품을 통해 작가의 의식 혹은 무의식에서 나온 형태를 나만의 기억으로 탈바꿈시켜 재해석해보도록 하자. 모든 형태는 자기만의 기억으로 환원될 것이다.

크기변환_0906온라인누리_2016현대미술쉽게보기_3.Bo Kim (1)

Bo Kim 작품

 

소비 생태계의 도시 생명체를 형상화하다

작가 이병찬

소비사회 속 도시의 생태계를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이병찬은 비닐이라는 평범한 소재로 평범하지 않은 작품을 제작한다. 물건을 담으려고 사용하는 비닐은 우리에게 하나의 도구 혹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이병찬은 이러한 ‘비닐’이라는 소재에 집중했다. 사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비닐은 어찌 보면 버리는 그 순간 가장 쓸모없는 것으로 바뀌어버린다. 비닐은 가장 썩지 않는 처치 곤란한 물질이다. 이병찬은 과학의 발달로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그 편리함 그 이후에는 애물단지로 변모해버리는 비닐을 도시생명체로 형상화 하였다.

소비사회에서 만들어진 비닐은 그에 의해 ‘도시생명체’로 해석된다. 작가는 “소비 생태계에서 등장하는 도시생명체 작업을 통해 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기형적인 모습은 현대인들이 소비 생태계에 합류하지 못할 때 소외되어, 소비라는 신체의 일부분이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마치 사회적 장애와 같은 결함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이야기 한다. 그의 작업은 기형적인 사회구조를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크기변환_0906온라인누리_2016현대미술쉽게보기_4.이병찬 (4)

이병찬 작가 작품

  

공간을 통해 사회를, 내면을 들여다보다

작가 도수진

도수진은 공간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 공간이 갖는 의미에 대해 모색한다. 「Motel Paradise」는 모텔이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의 사회구조를 들여다보고자 하였다. 야자수로 낙원의 이미지를 표방한 모텔은 사실 주차장 가리개로 고립되어 매우 폐쇄적인 공간이다. 작가는 ‘모텔’과 ‘파라다이스’라는 어울리지 않는 언어로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질적인 사회상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Motel Paradise」가 한국 사회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Game Over」는 작가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Game Over」는 보기에는 게임이 끝난 테트리스로 보이겠지만, 위에서부터 천천히 모양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하나의 단어로 완성되는데, 그 단어는 바로 ‘OBSESSION’이다. 모든 공간이 꽉 채워지도록 블록들을 맞춰야 하는 게임의 특성처럼 작가들 또한 작업을 하는 데 있어 각자의 강박증을 갖게 된다. 그녀는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면서 표출되는 강박증을 테트리스의 모습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마지막 공간은 작가 내면의 공간이다. 작가의 상상 속 판타지가 노란색 방으로 표현되었다. 한국 사회의 공간에서 작가의 공간으로, 마지막으로 도수진 작가의 내면의 공간으로 넘어오면서 관람객 또한 자기만의 사색의 공간으로 점차 빨려들게 될 것이다.

크기변환_0906온라인누리_2016현대미술쉽게보기_5.도수진 (5)

 도수진 작가 작품

 

보드게임에서 작가들의 삶이 보인다

작가 유목연

게임을 하고 있으면 생소한 단어들일지라도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각종 용어들은 게임의 룰 안에서 반복되어 짧은 시간 안에 우리의 뇌에 입력된다. 놀이는 이처럼 우리 마음과 머리의 경계심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더 아티스트 보드게임 국내편」은 유목연 작가만의 유머러스함이 나타나는 작업이다. 작가들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볍고 경쾌하게 보드게임으로 풀어냄으로써 보는 사람들과 참여하는 사람들이 게임하듯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관람객들은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의 현실적인 문제들과 맞닥뜨리게 되면서 작가들의 삶을 알게 된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허황되지도 않은 작품 속 텍스트들을 보고 있으면 작가는 작품을 통해 생소할지도 모르는 예술계의 단어들을 알려주려는 듯 보인다. 작가 자신이 직접 개입되어 있는 작품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고충을 알게 된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더 많이 참여하길 바랄 뿐이다. 참여와 과정을 통해 관람객은 작품 그 자체가 된다.

크기변환_0906온라인누리_2016현대미술쉽게보기_6.유목연 (1)

   유목연 작가 작품

 

물건이 지닌 일상적인 의미를 넘어서라

작가 최태훈

최태훈의 작품 「Wall/Door」는 사람들을 멈칫하게 만든다. 진입금지 테이프로 제작된 이 벽은, 막혀 있는 벽이 아닌 열릴 수 있는 형태 구조로 기존의 사회적 통제수단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시도한 작업이다. 벽이 사람의 동선을 차단했던 것과 반대로 「Wall/Door」는 자유로운 동선 이동이 가능한 만큼 통제라는 심리적, 물리적 기능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은 이 테이프 천막을 뚫고 지나가면서 관람객은 그 테이프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통념의 인식에서 벗어나 테이프 색이 가진 미(美)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물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이다.

최태훈의 다른 작품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우리는 손 안에서 인터넷 뱅킹, 일정관리, SNS, 이메일 확인 등 모든 것을 하게 되었다. all-in-one의 형태로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단어가 된지 오래이다. 작가는 이렇게 하나의 물건에 모든 기능이 들어간 스마트폰을 보고 모든 것이 가능한 all-in-one의 형태를 가진 작품을 만들었다. 처음엔 청소기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부모님의 멀티태스킹 기계를 만들게 되었다. 최태훈의 이 작품은 그들이 살았던 아날로그 시대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를 연결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과연 우리들의 부모님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해주는 장치가 아닐까?

크기변환_0906온라인누리_2016현대미술쉽게보기_7.최태훈 (7)

최태훈 작가 작품

 

거울 속의 무수한 길에서 나를 만나다

작가 오순미

「봉인된 시간」 시리즈는 거울에 새겨진 길을 따라 우리를 과거, 현재, 미래로 안내한다. 이 공간 안에 들어서면 거울에는 무수히 많은 길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는 우리가 걸어왔던 길,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봉인된 시간-과거」의 길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밝은 빛은 나의 어두운 과거를 환하게 비춰 현재의 내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한다. 거울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다. 작가 오순미는 관람객이 이 공간 안에 있는 동안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시간 설정을 해체하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인 자신의 삶을 온전히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기를 희망한다.

오순미 오순미 작가 작품

 

화폐가치 말고 추억가치를 교환하자

작가 손민아

  손민아는 「선반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에 생명을 부여한다. 누구나 가지고는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집에 한가득 쌓여 있을 것이다. 이런 물건에 담긴 이야기와 추억을 환기시키고 사용하지 않는 즉, 죽어 있는 물건이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요즘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공유경제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손민아는 물건을 단순히 경제적 가치로 취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물건이 가지고 있는 ‘추억’의 가치를 교환하는 것으로 「선반 프로젝트」를 정의한다. 기존의 ‘아나바다 운동’(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이나 ‘아름다운 가게’ 등의 나눔 형태와는 다른 차이점을 드러낸다. 이는 모든 물건을 화폐가치로 취급하는 지금 시대에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작가의 외침이 아닐까?

손민아

손민아 작가 작품

 

당신은 예술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작가 강정훈

강정훈의 「What is art?」 작품은 관객 참여로 완성이 되는 작품이다. 작가는 예술을 ‘표현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소통’이라고 이야기한다. 소통에는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는 예술이 소통할 때 듣는 입장을 더 필요로 할 것이라 말한다. 동시대 미술에 있어서 어떠한 것이 예술인지, 왜 관람객들은 점점 더 현대미술을 어렵다고 이야기하는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작가로서 관람객에게, 그리고 예술에 더욱 다가가고자 한다.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 중 누군가는 예술이 ‘돈’이라 써놓았고, 누군가는 예술이 ‘인간’이라고 써놓기도 했다. 동시대 미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 것이다. 강정훈 작가의 「What is art?」 는 각기 다른 예술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한 곳에서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0906온라인누리_2016현대미술쉽게보기_10.강정훈 (1)

강정훈 작가 작품

 

                                                                                                                                      

What is art? – 현대미술 쉽게 보기展

최종_What is Art_poster

 

 

 

 

 

 

 

 

 

 

What is art? – 현대미술 쉽게 보기展

기간 : ~9.25(일), 월요일 휴관, 9.15(목) 추석 당일 휴관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도슨트 전시 투어 : 오전 10시, 11시 / 오후 2시, 3시 (1일 4회) **9.14(수)~9.16(금) 추석 연휴 기간 도슨트 투어 없음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입장료 : 일반 5천원, 청소년·어린이 4천원 상세보기

문의 : 대표전화 1577-7766 / 아람미술관 (031)960-0180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