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은 영국문화원과 협력하여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공식프로그램으로 영국과 한국의 최근 현대 회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 ‘페인팅 쇼’를 7월 5일(수)부터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영국문화원이 주목한 영국 회화 작가 15명과 한국 회화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작가 8명의 다채로운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맞이하여 전통적인 예술 영역인 회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한국과 영국 작가의 다양한 시선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다.
(Merlin Carpenter, 1967~)
멀린 카펜터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현대 미술계의 보이지 않는 법칙과 권위를 해체하는 작업을 한다. 단어가 지닌 진정성과 가치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과 퍼포먼스를 만드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경찰’이라는 강력한 권위에 도전하는 작품을 출품한다.
(Stuart Cumberland, 1970~)
영국 왕립 예술 학교에서 수학한 스튜어트 컴벌랜드는 스크린 페인팅 기법의 미적 특징을 본 떠 붓, 스페튤라(spatulas), 롤러, 창문닦이를 이용해 작업한다. 최근의 회화들은 정물화의 요소와 함께 동물과 인간을 담고 있다. 단순하고 마치 만화 같은 이 작품들은 순수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Dexter Dalwood, 1960~)
덱스터 달우드는 소설가 또는 음악가가 작업 하듯이 다양한 개인들을 반영해 배경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자신의 회화에 담는다. 대중잡지, 미술사, 정치, 음악, 문학 그리고 예술가의 인생까지 모든 삶과 이야기들이 그의 작품의 소재가 된다. 달우드는 미술의 역사가 ‘실제’ 역사와는 동떨어진 것에 주목하여, 대중들이 인식은 하고 있으나 시각적으로 연상하지 못하는 사건이나 상황을 묘사하며 사건이 일어난 장소나 시간에 따라 그의 표현 양식을 바꾸어 작품이 마치 디오라마(diorama) 무대 세트처럼 작용하도록 만든다.
(Kaye Donachie, 1970~)
영국 왕립 예술 학교에서 수학한 카예 도나치는 문학적 히로인 또는 특정 여성 캐릭터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그녀는 작품에서 대상을 설명하기보다 시적인 묘사에 주력하는데 작품 제목 역시 일기나 문학 작품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다. 도나치는 주로 파스텔 컬러의 색을 사용하는데 이것이 작품을 더욱 몽환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Michael Fullerton, 1971~)
마이클 풀러튼은 정치, 역사 속에서 간과된 인물들을 초상화로 그리지만 그의 작품은 간과된 한 개인의 역사를 보여주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오히려 초상화라는 것이 한 개인의 특성을 모두 보여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럼으로써 회화와 초상에 대한 신뢰성에 대해 질문하고 폭로한다.
(Celia Hempton, 1981~)
실리아 햄튼은 즉석 만남을 위한 채팅창에 접속했을 때 화면에 비춰지는 대상을 그리는 작업을 한다. 이 회화들은 디지털 사회에서 이뤄지는 익명성과 순각적인 사회 교류에 대한 기록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가 가능하게 만든 취약성, 노출증과 관음증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Neal Jones, 1969~)
닐 존스는 버려진 것들로 재미있고 반反문화적인 조각과 회화를 만든다. 나무파편, 깡통, 플라스틱 양동이 같이 쓰레기통 안 혹은 주변에 버려진 것들을 사용해 일상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작업을 한다.
(Morag Keil, 1985~)
모랙 케일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지배당하는 인간의 정체성에 주목한다. ‘좋아요’ 또는 ‘하트’ 개수에 따라 이미지의 가치가 측정되는 온라인 콘텐츠의 특성을 폭로하고 풍자하는 작가의 작품은 소셜 미디어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우리 자신 그리고 서로의 이미지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Fiona Mackay, 1984~)
피오나 맥케이는 아주 얇은 캔버스에 바틱 염색과 왁스를 사용해 작업한다. 의도적이면서도 우연적인 이 기법을 통해 작가는 통제와 우연 사이의 균형을 다룬다. 우연성을 작품에 허용함으로써 맥케이는 그녀의 예술적 독자성을 안료에게 양보한다. 이를 통해 예술가가 지닌 의도의 역할과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Lucy McKenzie, 1977~)
루시 맥켄지는 쿼들리벳(quodlibet) 형식을 이용해 핀 보드식 배경에 여러 가공품들을 배치하는 작품을 주로 그린다. 소품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유산, 전통, 우정은 맥켄지 작업을 설명하는 주요한 키워드들이다.
(Dawn Mellor, 1970~)
던 멜러는 여러 분야와 시대의 유명인사, 아이돌, 아이콘들을 그로테스크하게 해체시키는 작업을 한다. 보통 연작으로 만들어지는 이 회화들은 병적인 범행들이나 성적 취향과 연관되며 광적인 팬이나 스토커의 시점을 취한다. 이번 출품작에서는 캐릭터에 행한 변형된 패러디를 통해 국적이라는 이슈, 영국의 계층 구조를 강조함과 동시에 유명 인사들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추종자들의 부조리함을 강조하고 있다.
(Alan Michael, 1967~)
앨런 마이클은 텍스트 회화, 포토 리얼리스틱 이미지와 이 둘을 종합한 회화를 주로 그리고 있다. 광고에 사용되는 윤이 나는 표면을 똑같이 묘사해 인터넷 시대의 이미지 과잉과 화가로서의 노동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Michael Simpson, 1940~)
마이클 심슨은 지난 30여 년 간 종교의 역사와 관련된 아이디어들을 탐구해왔다. 중세시대에 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 한센병 환자들이 밖에서 미사를 보도록 만든 나병자 창문을 주제로 한 이번 출품작은 형태, 선, 구도라는 예술의 근본적인 요소만을 탐구하여 회화로 완성시킨 작품이다. 그의 작품들은 추상과 재현의 사이, 깊이감과 평면감 사이를 오가는 느낌을 선사한다.
(Pádraig Timoney, 1968~)
파드리그 티머니는 회화, 사진, 설치,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범주의 작업을 한다. 그에게 예술은 하나의 공식 또는 단 하나의 시각, 시각적 해법, 또는 기법으로 환원될 수 없는 과정에 대한 질문이다. 그만큼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작업한 것처럼 다양한 표현 방식을 추구한다. 이번 출품작을 통해서도 그의 다양한 기법들을 확인할 수 있다.
(Sue Tompkins, 1971~)
수 톰킨스의 작품은 원초적이며 자유로운 느낌이 특징이다. 본래 그녀는 문구, 단어, 가사들을 수집하여 퍼포먼스나 텍스트로 재가공하는 작업을 위주로 했다. 그러다가 2013년에 회화 작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언어를 회화로 표현하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간혹 캔버스를 칼로 베어 내어 캔버스라는 그 모든 역사적 무게에 도전하기도 한다.
(1954~)
김을은 1980년 후반부터 회화에 입문, 2001년부터 2006년까지 2차에 걸친 드로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수년간 드로잉 작업에 몰두했던 그는 이제 오브제나 사진과 같은 타 매체들을 드로잉 안으로 끌어들인다. 작가는 올오버 페인팅 위에 두 세 개 등의 작은 창문을 부착해 회화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실제로 창문 너머로 존재하는 약 10cm 정도의 공간은 회화 작품에 입체성과 동시에 조형성을 부여한다.
(1965~)
공성훈은 낯익은 풍경을 과도한 글래이징 효과, 키치스런 색채와 구도, 속도감 있는 붓질을 사용해 비현실적으로 만들고 상투적인 풍경이 지닌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그는 최근 들어 거대한 자연의 힘을 보여주는 풍경화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광활한 자연 풍경을 통해 통제 불가능한 자연이 지닌 속성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느끼는 인간 본연의 정서적 불안을 표현한다.
(1965~)
유근택은 동양화의 기본 재료인 한지와 먹 외에 호분, 과슈, 템페라, 아크릴을 도입하여 동양화의 현대화를 제시한다. 그가 그리는 풍경화는 단순히 풍경을 그린 것이라기보다 장면을 담은 그림에 가깝다. 작가가 구사하는 짧고 가벼운 붓질의 모필 소묘를 통해 일상에 역사성과 서사성을 부여하고, 이로써 그의 회화는 관념적인 동양화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으로 확장시킨다.
(1969~)
정수진의 회화에는 다양한 인물과 사물들이 어떤 연관성이나 내러티브 없이 배치되어 있다. 무엇을 그렸는지는 알 수 있지만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이 도상들의 배치는 구상과 추상을 오가며 의식과 무의식의 공존의 관계성을 보여준다.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 두 가지가 합쳐진, 그 접점이 이 평면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작가에게 회화는 의미와 상징을 담은 것이라기보다 색채와 형태간의 조합, 도상간의 비관계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1972~)
건축, 미디어, 목공예에 관심이 많았던 민성식은 색면의 조합들로 건축물을 만드는 회화 작업을 한다. 그러나 어딘가 모호하게 구성된 이 공간들은 비현실적이고 낯설게 다가온다. 이 공간이 현실 속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일상 밖의 상상 속 공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보트, 텐트, 자동차, 카약, 낚싯대와 같은 소품들은 작가가 실제로 좋아하고 갖고 싶어 하는 것들로 이 공간이 이상향의 공간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가는 현대인들이 꿈꾸는 일탈, 휴식, 쉼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1976~)
정직성은 도시공간과 건축들에 주목한다. 작가의 초기 작업은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오피스텔들을 우울한 단색 톤으로 캔버스에 빽빽하게 채워 놓은 작품들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단색톤의 주택들이 화려한 색채의 필획들로 변화하면서 보다 추상화에 가까워졌다. 매일 같이 건설과 파괴가 동시에 일어나고,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도시의 성격을 회화로 구현하기 위해 작가는 그림을 스프레이로 지운 뒤 다시 그렸다. 그리기와 지움을 반복하여 완성된 그의 회화는 그 자체로 건축과 재건축을 반복하는 도시의 성격을 담아내고 있다.
(1979~)
안지산의 작업은 인터넷, 신문, 잡지나 영화에서 가져온 이미지를 가공의 세트 안에서 재구성한 것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미 복제된 매체를 다시 회화로 복제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 그는 그릴 대상을 관찰하고 직접 만지고 느낀 후 캔버스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직접 자신의 손과 발에 물감을 묻히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이를 기록한 후 그림으로 그린다. 이 외에도 물감을 씻거나 닦는 행위를 기록하여 관객에게 생소한 행위를 보여줌으로써 작가가 느낀 촉각적 기억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1983~)
김하영은 과도한 기술로 인해 첨단기술에 종속되면서 개성과 인간성을 상실한 채 획일화, 사물화 되어 유령처럼 공허하게 영혼 없이 사는 인간에 주목한다. 2011년부터 전시한 드라프팅 필름에 그려진 그림은 마치 스마트폰 화면이나 컴퓨터 스크린을 연상시킨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현대 기술 문명으로 아바타화 된 인간, 복제화 된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개인성을 상실한 채 인공적인 화면 속에 배치되어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화려함 속의 허무함, 공허함을 전달한다.
글. 이지윤(고양문화재단 큐레이터)
상시 교육 프로그램 1. 나만의 비치백 만들기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비치백을 만들어보는 교육 프로그램
(참가비 3,000원)
상시 교육 프로그램 2. 스크래치 페인팅 액자
스크래치 기법을 이용하여 직접 긁어내고 만들어보며
나만의 스크래치 페이퍼 작품을 만들어보는 교육 프로그램
(참가비 3,000원)
INFO.
한영 현대미술 교류전 – ‘페인팅 쇼’
기 간 : 7.5(수) ~ 9.24(일)
시 간 : 화~일 10:00am~6:00pm/ 매주 월요일 휴관
관 람 료 : 일반 6천원/ 24세 이하 청소년 5천원
장 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문 의 : 1577-7766 / www.artgy.or.kr
참여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