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봄은 그렇게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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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봄은 그 순서를 건너뛰는 법이 없다.”
No winter lasts forever, No spring skips its turn.

할 볼란드, 뉴욕타임즈 출신의 기자, 작가

등산 전문가처럼 보일 듯한 두터운 점퍼를 입고, 목까지 지퍼를 채우고 나서던 아침 출근길마다 언제고 내 곁을 떠나줄까 생각하며 추운 겨울과의 이별을 소망했는데, 소리 소문 없이 겨울은 떠나버렸다. 마치 손님으로 묵은 집에서 자신의 존재가 불편하게 느껴지자, 새벽 동이 트기 전 조용히 짐을 싸 들고 집을 나선 과객과도 같이 말이다. 그렇게 원망스럽거나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갑작스레 떠나버린 겨울의 공기와 분위기가 부재한 것이 낯설기만 하다.

점심 즈음의 늦은 오전, 전기장판 깔린 이부자리 바닥의 더운 기운이 버거워 잠에서 깼다. 무심결에 휴대폰을 들어 바깥 기온을 확인해보니 영상 10도를 표시하는 것이 아닌가.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고 내 차 앞으로 차가 갑자기 앞질러 들어올 때의 당혹스러움에 비할 정도였다. 이렇게 아무 기별도 없이 봄이 온 건가 싶었다. 겨울 점퍼를 세탁소에 너무 일찍 맡긴 감이 들어 후회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일어난 김에, 환기나 시킬까 싶어 창문을 여니, 웬걸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봄비였다. 비가 내려 한결 시원하고 청량한 공기를 마시면서, 따뜻한 바깥 날씨가 느껴지니, 이젠 정말 봄이 왔구나 싶어 적응이 되었다. 이제 모든 게 시작하려는 시기구나, 생각이 들었다. 한 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여기저기서 망울망울 꽃이 피기 시작하는 춘삼월이 마음도 두근대고 울렁이면서 시작에 더 어울리니까 말이다.

봄은 그렇게 다시 돌아왔다. 따스한 날씨에 그간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녹이고, 움츠리고 있던 자신에게 다시 한번 힘을 불어넣어 보자. 조금은 상기된 마음으로 봄이라는 계절이 선사하는 낭만적인 분위기와 새로운 기회에 몸을 움직여 보는 게 어떨까. 춥다는 핑계로 쉬고 있던 운동을 시작한다거나, 퍽퍽하고 버거운 마음에 그저 소망만 하고 있던 여행을 다녀온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날씨는 더욱 좋아질 것이고, 점점 더 외출에 안성맞춤이 될 것이다. 이번 봄이 그대의 삶을 더욱 활동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슬슬 나갈 채비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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