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함께 부르고 싶었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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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고양상주단체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제목부터 슬그머니 웃음을 짓게 한다. 노래방이라니 이게 무슨 새삼스러운 소재와 고전적인 감성인가 싶었다가도 친교의 장에 있어 노래방이 여전히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운 감정이 든다. 청소년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노래방은 참으로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터이자 친교의 공간인 것이다. 아니 대체 노래방이 뭐길래? 노래 자체의 힘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노래 ‘방’ 그 폐쇄된 공간에 방점이 찍히는 것일까?

노래방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있어 친숙하고도 없어서는 안 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노래방으로 끝나지 않는 모임이나 회식이란 많지 않았다. 그 시절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단순히 가무를 즐기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즐겁게 하기 위한 처절한 행위였던 적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말하자면 노래방은 원초적 인정투쟁의 장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 인정투쟁은 단지 사회생활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도 유효한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노래를 부르며 인정을 받으려고 할까? 춤으로 구애를 하는 직조새라도 되는 양 노래방에서는 누군가를 향한 애끓는 마음과 인정투쟁이 이 방 저 방 할 것 없이 펼쳐진다.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의 하나 밖에 없는 룸에서 울려 퍼지는 애절한 노래들은 상대에게 도달하지 않는 구애의 춤이나 다름없게 느껴진다.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에서 노래방은 급하게 개인적 공간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꽤나 효과적인, 가성비 좋은 공간을 제공한다. 여차하면 노래도 부를 수 있다. 가공된 정보와 감정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노래는 비교적 솔직한 감성을 이끌어내는 효과적이고도 진실된 (혹은 과장된) 감정의 통로다.

마치 옆 좌석 커플의 싸움을 엿듣는 듯 한 묘한 죄책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실적인 이 상황극은 소통 자체가 소통의 목적이 될 때 오히려 소통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제목에서부터 ‘얘기 좀 할까?’ 라고 소통을 강요하고 있는데, 얘기하자고 덤벼들어서 얘기가 잘 되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 자신의 얘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바라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저 제목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다. 작품의 의도가 소통을 꾀하는 욕망과 진심이 매번 어긋나버리는 아이러니 자체라는 것을 극을 다 본 후에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복고적인 감성이다. 이 복고적 감성은 인물들의 면면에 드러나는 진지함과 순정, 그리고 그 순정을 표현한 ‘그때의 노래들-감히 표현하자면 명곡들-’에서 드러난다. 아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아버지, 여자친구에 대한 순정은 있으나 표현이 거칠기 짝이 없는 아들, 그런 남자친구가 싫어 이별을 고했으나 그의 순정을 떠올리며 눈물 훔치는 여자친구, 이들 모두가 복고풍의 감성을 보여준다.

이 밀려오는 순정의 감수성에 적당히 찬물을 끼얹거나 추임새를 넣으며 균형을 잡는 것은 노래방 주인인데, 노래방 주인은 극의 안팎을 오가며 손가락질하고 놀리는 광대의 역할을 한다. 특유의 말재간과 상황에 맞는 즉흥성으로 극에 대한 몰입과 거리 두기를 반복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노래방 주인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공연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TV프로그램에서 아주 예전에 활동하던 가수들을 불러내거나 하는 쇼 프로그램이 전 세대에 걸쳐 폭넓은 사랑을 받는 것처럼, 복고적인 감성과 노래들은 전 세대를 포괄하는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다. 노래방에 가서 흥을 띄우려면 일단 옛날 노래부터 섭렵하는 것은 오래 된 노래일수록 ‘모두가 아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의 호불호를 떠나 모두가 아는 노래를 선택할 정도로 ‘함께’라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지도 모른다.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선택하려는 마음과, 결국 함께 부르지 못한 노래 사이에 이 작품이 존재한다. 울고 싶지만 웃음이 나오는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8월 25일(토)부터 9월 1일(토)까지,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남궁경(자유기고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얘기 좀 할까?>

기 간  8.25(토) ~ 9.1(토) *8.27(월), 8.28(화) 공연없음

시 간  수목금 8:00pm / 토 3:00pm, 7:00pm / 일 3:00p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관람료  전석 2만원

대    상  중학생 이상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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