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프랑스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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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송영훈의 러브레터 season 2 – 로맨틱 프렌치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프랑스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마도 비슷한 모습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낭만이 둥실둥실 떠다닐 것 같은 공기와 함께 에펠탑이 사뿐히 솟아 오른 느낌이랄까요? 다른 분들의 프랑스는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프랑스는 대충 이런 분위기입니다. 고양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18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 송영훈의 러브레터 Season 2, 그 마지막 콘서트인 로맨틱 프렌치에서 우리는 프랑스로 갑니다. 그리고 저와 마찬가지로 나름의 프랑스를 간직한 작곡가들이 만들어낸 작품을 듣게 될 것입니다.

프랑스를 사랑했던 작곡가들의 세계로

왼쪽부터 지휘자 아드리엘 김,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

2018년 10월 25일 목요일 오전 11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진행될 이번 음악회에서 호스트 송영훈은 첼로를 잡지 않습니다. 대신 마이크를 들고 이날 연주될 작품을 소개할 텐데요, 이 날의 콘서트는 아드리엘 김이 지휘하는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시 말해 전 작품이 오케스트라 작품이라는 이야기죠. 클로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그리고 프랑스 음악과 5촌은 될 법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관현악곡 「세헤라자데」, 프랑스 파리의 낭만에 한껏 매료되었던 조지 거슈인의 「파리의 아메리카인」까지, 프랑스를 사랑했던 작곡가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다른 길을 가다 –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예나 지금이나 프랑스인들의 문화 자부심은 유명하죠. 그런데 한때 이런 자부심이 무너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이 말 그대로 프랑스 음악계를 점령했던 시절이 그랬지요. 사실 바그너의 음악은 결코 그들에게 숭배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받아들인 것은 순전히 프랑스 음악가들의 선택이었습니다. 포레, 생상스, 프랑크, 쇼숑, 댕디 등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이 신화와 강렬한 음악의 결합 아래 푹 빠졌고, 이후 세대인 클로드 드뷔시 또한 바그너의 숭배자를 자처했습니다.

사실 프랑스 음악가들이 바그너에 푹 빠진 이유 중 하나는 바그너 음악의 대단한 파급력이었습니다. 음악으로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지만 그 비슷한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음을 바그너를 통해서 본 것이었죠. 젊고 자신만만했던 드뷔시도 음악으로 바그너처럼 무언가를 이루고 싶었고, 바그너가 했던 방식으로 나름의 혁명을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바그너의 정신으로 바그너를 넘어설 방법은 없었고, 드뷔시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을 택합니다. 드뷔시는 그렇게 그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내 우직하게 밀어붙여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관현악곡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이러한 정신으로 만들어낸 드뷔시의 대표작입니다. 1892년에 작곡을 시작해 1894년에 마무리한 이 작품은 이전에 들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스라한 음향의 세계, 그곳에서의 이야기는 마치 한때의 꿈처럼 듣는 이를 스쳐 지나갑니다.

음악으로 빚어낸 판타지 –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학창시절 음악 시간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러시아 5인조라는 그룹을 어렴풋하게나마 들어 보셨을 겁니다. 어릴 적에는 민족주의니 뭐니 하면서 그냥 그렇게 넘겼던 이 그룹은 실은 꽤나 독특한 모임입니다. 그룹의 멤버였던 알렉산드르 보로딘은 화학자, 세자르 큐이는 직업군인,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는 공무원이었습니다. 음악을 전업으로 삼지 않는 음악가들이 모인 그룹이 음악사에 남게 된 것이죠.

지금도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아닌 취미로 권장되는 분위기가 있지만 19세기 러시아는 이런 분위기가 더욱 팽배해 있었습니다. 음악은 말 그대로 교양의 영역이며, 그것을 직업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 안에서 당시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법률가의 길을 가거나 장교의 길을 갔습니다.

러시아 5인조의 일원이었던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 또한 해군장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방향을 틀어 작곡에만 전념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작품은 다른 러시아 5인조 멤버들의 음악보다 더욱 정교하면서 세련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세헤라자데」는 이런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왕의 곁에서 천일 하고도 하루 동안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주인공 세헤라자데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 환상적인 음향의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프랑스적인 정서보다는 동양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지만, 그 세련미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작품이죠.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 라벨의 「볼레로」

모리스 라벨은 클로드 드뷔시와 함께 인상주의로 분류되는 작곡가입니다. 그런데 둘의 음악 스타일은 사뭇 달랐습니다. 드뷔시가 마치 수면 위의 잔잔한 파장처럼 듣는 이를 적셔 온다면, 라벨의 음악은 보다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죠. ‘라벨은 언제나 반듯한 차림으로 돌아 다녔다’라는 주변 이들의 증언이 어울리는 음악을 라벨은 평생 만들어왔습니다.

라벨의 「볼레로」는 1928년의 작품입니다. 러시아 무용가인 이다 루빈슈타인을 위해 작곡한 이 작품은 아주 간단한 리듬과 주제만으로 시작합니다. 작품은 시간을 점차 보내면서 이런저런 악기들을 쌓아 나가고, 그 크기는 마치 눈사태를 일으킬만한 크기로 불어납니다. 그리고 화려한 피날레를 맞이하죠. 많은 위대한 작품이 그랬듯이 이 작품 또한 찬반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일례로 작곡가 플로랑 슈미트는 이 작품에 대해 “라벨의 유일한 오점”이라고 말할 정도로 혹평했었죠. 하지만 역사는 슈미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고, 대신 이 단순함의 미학을 찬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여담을 곁들이자면, 모리스 라벨은 1937년에 사망했지만 이후 그의 음악적 유산은 수많은 저작권료를 벌어들였습니다. 1960년 이후 라벨의 음악이 벌어들인 금액은 우리 돈으로 약 4000억 원, 그 중에서 라벨의 「볼레로」 한 작품에서만 7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저작권료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대단하군요.

파리를 사랑한 미국인 –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카인」

러시아인들만 프랑스, 그리고 그곳의 수도인 파리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미국의 예술가들은 잔뜩 파리로 건너가 그곳의 분위기에서 헤엄쳤습니다. 확실히 당시 파리는 미국에는 희박하던 예술적 분위기가 넘실거리던 도시였습니다. 막 20대로 넘어온 애런 코플런드는 나디아 불랑제와 공부하기 위해 이곳으로 건너왔고, 조지 거슈인 또한 파리를 한껏 느껴 보겠다고 이곳으로 잠시 건너왔습니다.

거슈인에게 파리는 기대 이상의 공간이었습니다. 1923년의 첫 파리 방문 이후 5년 뒤인 1928년에는 다시 파리로 건너와 그곳에 있는 수많은 음악가들을 만났습니다. 파리도 파리 나름대로 좋았지만 거슈인은 그곳에서 좀 더 배우고 싶었습니다. 또 인정도 받고 싶었죠. 자신이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는 그런 인정이 거슈인에게는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코플런드의 스승이기도 한 나디아 불랑제에게 편지를 보내 배움을 청합니다. 그녀는 거슈인이 배울 것이 없다고 답장합니다. 모리스 라벨을 만났을 때도 그에게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거슈인의 요청을 듣고 라벨은 이렇게 답합니다.

“제일의 거슈인이 되면 될 일이지, 왜 굳이 이류 라벨이 되려고 하십니까?”

파리에서의 일련의 경험이 거슈인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때 파리 체류의 경험을 살린 「파리의 아메리카인」은 거슈인의 대표 작품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파리의 분위기에 잔뜩 취한 미국인의 커다란 눈망울을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감탄과 찬사로 넘치는 아름다운 파리 찬가인 이 작품으로 거슈인은 자신이 거슈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글. 윤무진(음악칼럼니스트)

2018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송영훈의 러브레터 Season2 – 로맨틱 프렌치

일 시  10.25(목) 11:00a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

입장료  전석 2만원

대 상  초등학생 이상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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