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소설가 구보氏와 경성사람들>은 위태로운 격동의 시절 속에서 ‘그럼에두 불구하고 낭만’을 이야기헌다.
아모튼 작품의 미덕은 당대의 경성, 경성 사람들, 경성 사투리를 고대루 재현해낸 데서 먼첨 찾을 수 있다. 일등공신은 물론 박태원이다. 경성의 생활. 경성의 생활의 냄새가 담긴 그의 작품은 그야말로 좋은 재료가 된다. 그 재료로 맛난 요리를 맨드는 건 물론물론, 성기웅이다. 특히 그에게는 활자언어를 아조 소상하게 무대적으로 묘사하는 그런 재주가 있다. 이렇듯 언어적 감수성 살아있는 청각적 자미와 문학적 상상력을 표현한 무대의 시각적 자미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 충분허다. 살아보지 못한 그 시절을 살아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말하믄 거즛말일 테고, 적어두 그 시절을 살아보고픈 마음은 분명 들 것이다.
그것이 작품의 자미를 담보한다면, 작품의 감동은 각각의 에피소드들에서 느낄 수 있을 게다. 생애 최초로 받은 러브레터를 뒷간에 빠뜨려버린 여학생, 처를 두고 상경하여 첩과 살림을 차렸던 사내, 일본인 하숙집 딸에게 반한 동경의 조선인 유학생, 무엇보다도 허랑방탕한 사내 이상과 박태원의 에피소드. 아모 일도 일어나지 않지는 않지만, 아모 것도 아닌 일들 속에서 절믄이들 표현마냥 ‘웃픈’ 상황들이 연출된다. 그런데 그 웃픈 인물들에게 왠지 짠함이 묻어난다. ‘짠함’보다 덜 센 표현으로 ‘잔함’이랄까. 그 잔함에서 작가가, 연출이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는 측은지심마저 느껴진다.
중간에 연극을 요리에 비유하며, 맛난 연극이란 표현을 썼드랬다. 아무래도 저 표현만으론 설명이 부족한 듯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믄 슴슴헌데 그 슴슴함에 중독되는 요리랄까. 그의 공연이 딱 그런 식이다. 근자에 유행하는 시쳇말루다 한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두,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읎달까. 한 번 맛보시라 자신 있게 권한다.
글. 김일송(공연칼럼니스트, 이안재 대표)
※ 먼처 구했어야 헐 양해를 뒤늦게 구헌다. 이 기사는 연극 <소설가 구보氏와 경성사람들> 속 인물들의 대사를 빌려 1930년대 경성사람들의 대화식으로 쓰였다. 이는 작가 성기웅이 모국어의 의미를 되새기고, 속살을 드러내고저 지은 극단명 ‘제12언어스튜디오’와도 일맥상통허는 일일 것이다. 부디 독자들의 관대함을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