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기웅氏와 경성사람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조선의 왕이라면?
2018년 8월 31일
2018 고양호수예술축제 – 해외초청작 미리보기
2018년 9월 14일
연극 <소설가 구보氏와 경성사람들>

츰에 <소설가 구보氏와 경성사람들>을 소개해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땐, 막막허니 우두망찰(어찌할 바 모르는 모양)했다. 헌데 대본을 보는 순간, ‘옳거니, 내 요 얘길 똑 고대로만 옮겨두 원고 하나가 딱 나오겠구먼’ 싶었더랬다. 그릏다구 너모 파렴치허다 생각지 마시라. 실지루 성기웅의 <소설가 구보氏와 경성사람들> 또한 구보 박태원의 소설과 잡문을 고대로 옮긴 연극 아니었든가. 물론 창작허는 과정 중에 어뜬 필터링은 필연적으로 거칠 수밲에 읎겠지만서두.

기웅氏 이름을 츰 들었던 건…

근자에 등한하였즈만, 그와는 한때 새벽녘까정 곤죽이 될 정두루다 곡차를 나누던 나름 격 없는 사이(라 생각한)다. 그에게서 화제가 떨어져 곤궁한 기색을 본 일이 읎다. 여전히 속내를 알 수 읎는 구석이 있긴 허나, 때루는 하릴 읎이 전화해 승거운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다. 그런 그와 언제 어데서 츰으로 만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쓰고 연출했던 연극 <소설가 구보氏와 경성사람들>을 보았던 게, 그러니까두르 햇수루다 십여 해 전 일이니, 강산이 한 번 바뀔 세월의 연을 이어온 듯허다.

아마도 그의 이름을 츰 들었던 건 2004년이었을 게다. 그가 자신이 직접 쓰고 연출했던 <삼등병>이란 작품을 들고 경성 혜화동에 나왔을 때였다. 이 작품으루 성기웅은 조선에서 둘째 가라믄 서운헐, 전도가 양양한 절믄 연극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허지만서두 ‘성기웅’이란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은 따루 있을 터. 바루 연극 <과학하는 마음> 씨-리즈다. 자연과학대학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과학하는 마음>은 ‘조용한 연극’(quite theater)으로 저 멀리 구라파까지 이름을 날린 일본작가 히라타 오리자가 쓴 총 3편(혹은 4편)짜리 연극이다. 이 씨-리즈를 번역해 선보임서부텀 그는 이름만이 아니라 얼골까정 알리는 작가가 되었다. 함부루 그의 연극을 나눈다면, <과학하는 마음>은 그의 연극의 한 축을 이룰 게다.

기웅벨벨 작품들과 도전들

작가 기웅氏는 참으로 많은 벨벨 작품을 맨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축이 있다면, 그건 바루 1930년대 일제시대 경성을 배경으루 한 얘기일 테다. 금번에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공연될 <소설가 구보氏와 경성사람들>(2007)부텀 <깃븐 우리 절믄날>(2008), <소설가 구보씨의 1일>(2010), 그리고 지난해 <20세기 건담기>까정, 그는 총 4편의 연극을 통해 1930년대 경성을 활보했던 모단보이 구보 박태원를 부활시켰다. 그뿐이 아니다. 그와 함께 당대 조선 문단을 흔들었던 울트라 모단보이 이상도 늘 함께했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루 한 점에서는 <조선형사 홍윤식>도 딴에는 이 계보에 속헌다 말할 수 있겠으나, 구보와 이상이 등장허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아모래도 따루 놔야 할 테다.

마저 말하자면, 성기웅은 그 밖에두 참으로 많은 벨벨 작품을 맨들었다. 히라타 오리자의 다른 작품, 이를 테면 <서울노트>·<모험왕>을 연출해 올리기두 허구, <모험왕>의 속편 격인 <신모험왕>은 아예 히라타 오리자와 함께 써 무대에 올렸다. 한편 그는 일본의 샛별 연출가 타다 쥰노스케와 함께 <재생 Re/Play>·<가모메>·<태풍기담>을 맨드는가 하믄, 자신이 직접 쓰진 않았지만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김연수 작)·<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박완서 작) 등 기존소설을 가지고 낭독공연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두 했다. 그 중에서두 개인적으루 가장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꼽으래면 아모래도 <다정도 병인양 하여>를 꼽아야 할 터다. 그는 이 연극으로 문학의 한 갈래인 사소설(私小說)처럼 이른바 사연극이라는 새로운 모험을 시도했다.

그럼에두 불구하고 낭만을 이야기허다

무튼 여기서 다루게 될 작품은 <소설가 구보氏와 경성사람들>이다. 무릇 당시를 배경으로 헌 거개의 작품이 일제의 수탈이나 독립군의 활약 등을 그렸다믄, <소설가 구보氏와 경성사람들>을 필두루 헌 성기웅의 경성 씨-리즈들은 ‘그럼에두 불구하고 낭만’을 이야기헌다. 그릏다. 그 시절이 물론 위태로운 격동의 시절이었음에 틀림이 없겠지만, 그의 작품 속 경성은 그럼에두 불구하고 한가롭고 낭만스러운 풍경이다. 공연은 구보가 목적 읎이 경성을 산보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로부텀 들은 이야기들을 에피소드 나열하듯 전개된다. 이 연극에는 모다 여섯 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헌다. 낙하하는 러브레터, 윤초시의 상경, 특강! 이상적 산보법, 동경의 가을, 악마, 성탄제.

정상을 향해 오르는 등산이 아닌, 따루 정해논 목적지 읎이 발길 닿는 대루 걷는 산보처럼, 이 연극에는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읎다. 따라서 정상(크라이막스)도 읎다. 말하자믄, 대단한 사건도 읎고 기승전결도 읎는 셈이다. 그릏다구 졸렬한 이야기는 아니다. 만일 졸렬했다믄 고양아람누리에서 나서서 공연을 올리겠는가. 사족을 더하자믄, 이번 공연은 고양문화재단에서 절믄 연극인을 주목하려는 취지로 시작한 ‘새라새 스테이지’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40대 중턱을 넘은 그가 여전히 절믄 연극인이라니!

슴슴헌데 그 슴슴함에 중독되는 공연

연극 <소설가 구보氏와 경성사람들>은 위태로운 격동의 시절 속에서 ‘그럼에두 불구하고 낭만’을 이야기헌다.

아모튼 작품의 미덕은 당대의 경성, 경성 사람들, 경성 사투리를 고대루 재현해낸 데서 먼첨 찾을 수 있다. 일등공신은 물론 박태원이다. 경성의 생활. 경성의 생활의 냄새가 담긴 그의 작품은 그야말로 좋은 재료가 된다. 그 재료로 맛난 요리를 맨드는 건 물론물론, 성기웅이다. 특히 그에게는 활자언어를 아조 소상하게 무대적으로 묘사하는 그런 재주가 있다. 이렇듯 언어적 감수성 살아있는 청각적 자미와 문학적 상상력을 표현한 무대의 시각적 자미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 충분허다. 살아보지 못한 그 시절을 살아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말하믄 거즛말일 테고, 적어두 그 시절을 살아보고픈 마음은 분명 들 것이다.

그것이 작품의 자미를 담보한다면, 작품의 감동은 각각의 에피소드들에서 느낄 수 있을 게다. 생애 최초로 받은 러브레터를 뒷간에 빠뜨려버린 여학생, 처를 두고 상경하여 첩과 살림을 차렸던 사내, 일본인 하숙집 딸에게 반한 동경의 조선인 유학생, 무엇보다도 허랑방탕한 사내 이상과 박태원의 에피소드. 아모 일도 일어나지 않지는 않지만, 아모 것도 아닌 일들 속에서 절믄이들 표현마냥 ‘웃픈’ 상황들이 연출된다. 그런데 그 웃픈 인물들에게 왠지 짠함이 묻어난다. ‘짠함’보다 덜 센 표현으로 ‘잔함’이랄까. 그 잔함에서 작가가, 연출이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는 측은지심마저 느껴진다.

중간에 연극을 요리에 비유하며, 맛난 연극이란 표현을 썼드랬다. 아무래도 저 표현만으론 설명이 부족한 듯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믄 슴슴헌데 그 슴슴함에 중독되는 요리랄까. 그의 공연이 딱 그런 식이다. 근자에 유행하는 시쳇말루다 한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두,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읎달까. 한 번 맛보시라 자신 있게 권한다.

 

글. 김일송(공연칼럼니스트, 이안재 대표)

※ 먼처 구했어야 헐 양해를 뒤늦게 구헌다. 이 기사는 연극 <소설가 구보氏와 경성사람들> 속 인물들의 대사를 빌려 1930년대 경성사람들의 대화식으로 쓰였다. 이는 작가 성기웅이 모국어의 의미를 되새기고, 속살을 드러내고저 지은 극단명 ‘제12언어스튜디오’와도 일맥상통허는 일일 것이다. 부디 독자들의 관대함을 바라마지 않는다.

연극 <소설가 구보와 경성사람들>

기 간 10.10(수)~10.13(토) 평일 7:30pm, 토 2:00pm 7:00p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관람료  전석 3만원

대    상  중학생 이상 입장 가능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