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듯 10개의 그림을 관람하는 사람들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1곡 난장이(Gnomus)
난장이의 뛰어다니는 모습이 그로테스크(grotesque)하게 묘사된다. 비틀거리며 뒤뚱대는 듯한 리듬과 잦은 휴지부, 템포의 대비를 통해 난장이의 기괴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뒤이어 프롬나드 모티브가 부드럽게 제시된 뒤 2곡으로 이어진다.
2곡 옛 성(Il Vecchio Castello)
중세시대의 고성 앞에서 노래하는 음유시인의 모습이 그려진 악곡으로 첼로의 반주에 색소폰의 우수 어린 선율이 더없이 인상적이고, 인생무상을 느끼게 해준다.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프롬나드’ 모티브가 제시된 뒤 3곡으로 이어진다.
3곡 튈르리 궁, 아이들이 놀이 뒤에 벌이는 싸움(Tuileries, Dispute d’Enfants après Jeux)
파리의 튈르리 궁 정원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밝고 아기자기하게 그려진다. 이 경쾌한 음악에 이어 다투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지럽게 묘사된다.
4곡 비들로(Bydlo)
비들로는 큰 바퀴를 가진 폴란드의 구식 소달구지의 이름이다. 소달구지가 우직하게 굴러가는 것은 러시아 국민들, 러시아 농부들의 토지와의 운명을 나타낸다. 그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운명을 나타내고 부각시키기 위해 라벨이 튜바라는 금관악기를 사용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다. 뒤이어 스네어드럼의 휘감김으로 클라이맥스가 고조되고 조용히 사라진다.
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Ballet des Poussins leurs Coques)
하르트만이 발레를 위하여 만든 무대장치를 그린 그림인 「트릴비의 의상」을 보고 작곡한 곡으로, 병아리가 아직 껍질을 깨지 못하고 부화하기 위해 껍질을 쪼며 발버둥 치는 모습을 그린 무용음악이다. 중간 부분에서는 높은 음역에서 재잘거리는 듯한 트릴로 병아리들의 울음소리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6곡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슈뮐레(Samuel Goldenberg et Schmuyle)
교만하고 뚱뚱한 부자 유태인 골덴베르크와 가난한 슈뮐레의 대조적인 모습이 효과적으로 대비되는 음악이다. 처음에는 거만한 골덴베르크가 현악기로 등장하고, 약음기를 장착한 트럼펫으로 아첨하고 촐랑거리는 듯한 슈뮐레가 갑부인 골덴베르크 옆에서 촐싹거리며 출연한다. 그러나 슈뮐레의 아첨이 성에 차지 않은 듯 골덴베르크가 마치 꿀밤을 한 대 때리는 것처럼 곡이 끝나는데, 이 곡을 들으면 상반된 두 사람의 모습과 스토리가 절로 눈앞에 펼쳐진다.
7곡 리모주의 시장(Limoges le Marché)
프랑스의 작은 도시 리모주의 시장을 배경으로 한 아낙들의 잡담과 상인들의 흥정, 시장 특유의 생기와 부산스러운 활기가 그려진다.
8곡 카타콤(Catacombae)
카타콤은 옛날 로마시대의 지하묘지다. 이 곡은 하르트만이 등불을 들고 파리의 카타콤을 살펴보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곡으로, 음산한 느낌의 느린 화음진행과 단편적인 선율로 어둡고 음울한 지하 묘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9곡 바바야가의 오두막집(La cabane sur des pattes de poule, Baba-Yagá)
커다란 닭발이 달린 시계 모양의 오두막집에 사는 슬라브 전설 속의 마녀 바바야가가 그네 타듯이 괘종을 타는 모습이 기발하게 묘사되어 있다. 하늘을 나는 바바야가를 중심으로 귀신들이 춤을 추는 악마의 잔치가 무소르그스키의 위대한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점철되어있다.
10곡 키예프의 대문(La grande Porte de Kieve)
건축가이기도 했던 하르트만이 직접 설계한 「키예프의 대문」은 종곡에 어울리는 장엄하고 묵직한 곡이다. 엄숙한 합창곡 같은 선율에 ‘프롬나드’ 모티브가 삽입되면서 마치 관람자 자신이 키예프의 대문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코다에서 첫 주제선율이 힘차고 장대하게 울려 퍼지며 전체 악곡을 마무리한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작곡에 영감을 준 하르트만의 그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