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클래식, 그 세 번째 마스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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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교향악단 2018 마스터피스 시리즈 Ⅲ

올해 창단한 고양시 교향악단이 오는 10월 12일(금) 마스터피스 시리즈 세 번째 무대를 선보인다. 낭만을 가득 담은 거장들의 명곡을 바탕으로 한 정통 클래식과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역동적인 교감을 조합한 ‘다이내믹 클래식’을 지향하는 고양시 교향악단은, 지난 7월 14일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첫 화음을 울림으로써 위대한 여정을 시작한 바 있다. 이번 세 번째 마스터피스에서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그리고 첼리스트 문태국 협연의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B단조를 들을 수 있다. 작곡가 성용원 교수로부터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 노트를 받아보았다. [편집자주]

‘다이내믹 클래식’을 지향하는 고양시 교향악단

오대양 육대주로 뻗어가는 글로벌한 기상의 표출

림스키 코르사코프 스페인 기상곡

작곡가이기 전에 해군 사관으로 원양 항해를 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음악은 바다와 미지 세계에 대한 마도로스적인 탐험과 동경, 망망대해를 누비는 하얀색 정복의 해군 군악대 지휘자로서의 면면이 깊게 스며있다. 해군 군악대장으로 각지를 항해하며 이국적인 정서에 매혹된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스페인 풍의 정열적이고 격렬한 리듬과 매혹적인 선율을 화려한 관현악법으로 채색한 작품이 스페인 기상곡이다. 총 5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전 악장을 이어서 연주하는 이 곡은, 스페인의 요소를 가지고 외국인이 쓴 가장 성공한 최초의 관현악곡으로 단순히 스페인적인 정서에만 머물지 않고 오대양 육대주로 뻗어가는 글로벌한 기상을 열광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연주시간 약 15분)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낯선 미국 땅에서의 감흥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나단조 Op.104

지금의 체코, 보헤미아의 작곡가 드보르작은 51세 때 고향을 떠나 뉴욕에 있는 국민 음악원의 원장으로 부임하였다. 그곳에서 지낸 3년이라는 기간 동안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 그리고 낯선 미국 땅에서의 인상과 감흥은 창작의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그때의 체류기간 동안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카」, 저 유명한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등과 함께 이 첼로 협주곡도 작곡하였다. 뉴욕에서 빅터 허버트라는 첼리스트의 연주에 감명 받은 나머지 작곡의 착수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 이 곡에는, 당시 그가 접했던 미국 인디언과 흑인의 민요 등이 직간접적으로 담겨 있으며 3악장 내내 드보르작의 절절한 조국애가 듣는 이의 향토애를 고취시킨다. (연주시간 약 30분)

산책하듯 10개의 그림을 관람하는 사람들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러시아 5인조 중 한사람인 무소르그스키의 대표적인 기악곡으로 손꼽히는 「전람회의 그림」은 그의 음악적 재능을 가장 높게 평가했던 친구, 화가 빅토르 하르트만의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만든 피아노 조곡이다. 무소르그스키는 하르트만이 죽은 후 열린 그의 추모전에 참석했다가 10개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으로 묘사했다.

비정통적이고 현대적인 음향들, 러시아 교회선법적 화성, 민속적 성향이 강한 선율 등을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러시아적인 색채가 강하다. 선율 구성이 간결하면서도 대담하고, 강건한 표현과 고난이도의 기교로 이루어져 19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피아노 음악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곡은 여러 작곡가들에 의해 관현악으로 편곡되었지만 화려한 색채감을 자아내는 라벨의 편곡이 가장 자주 연주되며, 이번 10월 12일 고양시 교향악단의 마스터피스 3에서도 라벨의 편곡판이 연주된다.

무소르그스키는 스스로를 이 전람회의 관람자의 위치로 설정하고 있다. 10개의 그림을 돌아다니며 관람하는 자신과 관람객의 모습을 함께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산책이라는 뜻의 ‘프롬나드’(Promnade)라고 이름 지어진 짧은 주제가 각 악장을 연결하면서 그림과 그림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연주시간 약 34분)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중 ‘프롬나드’ 주제선율

1곡 난장이(Gnomus)
난장이의 뛰어다니는 모습이 그로테스크(grotesque)하게 묘사된다. 비틀거리며 뒤뚱대는 듯한 리듬과 잦은 휴지부, 템포의 대비를 통해 난장이의 기괴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뒤이어 프롬나드 모티브가 부드럽게 제시된 뒤 2곡으로 이어진다.

2곡 옛 성(Il Vecchio Castello)
중세시대의 고성 앞에서 노래하는 음유시인의 모습이 그려진 악곡으로 첼로의 반주에 색소폰의 우수 어린 선율이 더없이 인상적이고, 인생무상을 느끼게 해준다.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프롬나드’ 모티브가 제시된 뒤 3곡으로 이어진다.

3곡 튈르리 궁, 아이들이 놀이 뒤에 벌이는 싸움(Tuileries, Dispute d’Enfants après Jeux)
파리의 튈르리 궁 정원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밝고 아기자기하게 그려진다. 이 경쾌한 음악에 이어 다투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지럽게 묘사된다.

4곡 비들로(Bydlo)
비들로는 큰 바퀴를 가진 폴란드의 구식 소달구지의 이름이다. 소달구지가 우직하게 굴러가는 것은 러시아 국민들, 러시아 농부들의 토지와의 운명을 나타낸다. 그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운명을 나타내고 부각시키기 위해 라벨이 튜바라는 금관악기를 사용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다. 뒤이어 스네어드럼의 휘감김으로 클라이맥스가 고조되고 조용히 사라진다.

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Ballet des Poussins leurs Coques)
하르트만이 발레를 위하여 만든 무대장치를 그린 그림인 「트릴비의 의상」을 보고 작곡한 곡으로, 병아리가 아직 껍질을 깨지 못하고 부화하기 위해 껍질을 쪼며 발버둥 치는 모습을 그린 무용음악이다. 중간 부분에서는 높은 음역에서 재잘거리는 듯한 트릴로 병아리들의 울음소리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6곡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슈뮐레(Samuel Goldenberg et Schmuyle)
교만하고 뚱뚱한 부자 유태인 골덴베르크와 가난한 슈뮐레의 대조적인 모습이 효과적으로 대비되는 음악이다. 처음에는 거만한 골덴베르크가 현악기로 등장하고, 약음기를 장착한 트럼펫으로 아첨하고 촐랑거리는 듯한 슈뮐레가 갑부인 골덴베르크 옆에서 촐싹거리며 출연한다. 그러나 슈뮐레의 아첨이 성에 차지 않은 듯 골덴베르크가 마치 꿀밤을 한 대 때리는 것처럼 곡이 끝나는데, 이 곡을 들으면 상반된 두 사람의 모습과 스토리가 절로 눈앞에 펼쳐진다.

7곡 리모주의 시장(Limoges le Marché)
프랑스의 작은 도시 리모주의 시장을 배경으로 한 아낙들의 잡담과 상인들의 흥정, 시장 특유의 생기와 부산스러운 활기가 그려진다.

8곡 카타콤(Catacombae)
카타콤은 옛날 로마시대의 지하묘지다. 이 곡은 하르트만이 등불을 들고 파리의 카타콤을 살펴보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곡으로, 음산한 느낌의 느린 화음진행과 단편적인 선율로 어둡고 음울한 지하 묘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9곡 바바야가의 오두막집(La cabane sur des pattes de poule, Baba-Yagá)
커다란 닭발이 달린 시계 모양의 오두막집에 사는 슬라브 전설 속의 마녀 바바야가가 그네 타듯이 괘종을 타는 모습이 기발하게 묘사되어 있다. 하늘을 나는 바바야가를 중심으로 귀신들이 춤을 추는 악마의 잔치가 무소르그스키의 위대한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점철되어있다.

10곡 키예프의 대문(La grande Porte de Kieve)
건축가이기도 했던 하르트만이 직접 설계한 「키예프의 대문」은 종곡에 어울리는 장엄하고 묵직한 곡이다. 엄숙한 합창곡 같은 선율에 ‘프롬나드’ 모티브가 삽입되면서 마치 관람자 자신이 키예프의 대문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코다에서 첫 주제선율이 힘차고 장대하게 울려 퍼지며 전체 악곡을 마무리한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작곡에 영감을 준 하르트만의 그림들

클래식 고양(高揚)을 위한 교향악단

고양시 교향악단

고양시를 대표할 교향악단으로 2018년에 새롭게 창단한 고양시 교향악단은 105만 고양시민 누구나 생활 속에서 격조 높은 클래식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고양시와 고양문화재단이 함께 공모를 거쳐 선정한 고양아람누리의 교향악단 상주단체다.

낭만을 가득 담은 거장의 명곡들을 차례로 선보이며 명곡을 바탕으로 한 정통 클래식과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역동적인 교감을 조합한 ‘다이내믹 클래식’을 지향하는 고양시 교향악단은 지난 7월 14일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첫 화음을 울림으로써 위대한 여정을 시작하였다. 실험적인 작품을 선택하는 대신 관객들에게 친숙한 곡들, 한국을 대표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주자들과의 협연으로 관객들을 만나온 것이다.

전통적 말밥굽형 오페라하우스인 아람극장과 국내 최고의 건축 음향시설인 아람음악당, 최첨단 가변형 극장인 새라새극장 등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물적·인적 기반이 모두 갖춰진 고양아람누리에서 교향악단이 상주하는 것은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사업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며, 세계적 수준으로의 도약에도 밑받침이 될 것이다. 고양시 교향악단은 4회의 마스터피스 정기 공연 외에도 고양행주문화제와 고양호수예술축제 등 지역 축제를 통해 시민들을 찾아가고, 고양시립함창단과의 합동 공연, 토요거리음악회, 문화 소외 지역 찾아가는 콘서트 등으로 고양시 곳곳을 명품 클래식의 선율로 가득 채울 예정이다.

거장과 신예의 만남

카를로 팔레스키 & 문태국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좌)와 첼리스트 문태국(우)

고양시 교향악단의 첫 상임지휘자인 카를로 팔레스키는 이탈리아 테르니 시립음악원,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페루지아 국립음악원, 푸로시노네 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작곡, 지휘를 공부하였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객원지휘자, 마사마리티마 페스티벌 예술감독, 레체 티토스키파 심포니 상임지휘자 및 레체 오페라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하였다. 2016년 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에서 외국인 최초로 지휘자상을 수상한 그는 현재 스폴레토 스페리멘탈레 극장 상임지휘자, 페루지아 국립음악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이며, 서울대학교에도 출강하고 있다.

이번 마스터피스 시리즈 3의 협연자인 첼리스트 문태국은 1994년에 태어나 만 4세에 첼로를 시작하였고, 2007년에 도미하였다. 한국에서는 양영림을, 줄리어드 예비학교에서는 클라라 김을 사사하였다. 2011년 앙드레 나바라 첼로국제콩쿠르 1위, 2014년 파블로 카잘스 국제첼로콩쿠르 아시아 최초 우승 등 화려한 이력의 문태국은 현재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세계적인 교육자이자 첼리스트인 로렌스 레서를 사사하고 있다. 요요마를 가장 존경한다는 젊은 음악가, 24살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대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표현력은 문태국이 첼리스트로서 보여줄 미래를 이번 마스터피스 3 공연에서 그려보자.

 

글. 성용원(작곡가, SW아트컴퍼니 대표)

고양시교향악단 창단 기념
2018 마스터피스 시리즈 Ⅲ

일 시  10.12(금) 8:00p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

입장료  전석 5천원 (1인당 4매까지 구매 가능)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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