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연극 <독심의 술사> 연출가 이해제, 배우 김진수
연극 <독심의 술사>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이해제 사실 10년 전 3분의 1을 써놨던 대본이었다. 숙제 검사하는 선생님이 없으니까 그 상태로 묵혀 있었는데, 올해 기회가 찾아왔다. 제일 먼저 (김)진수 형님을 만났다.
왜 제일 먼저 김진수를 찾았나.
이해제 형님하고는 2016년에 연극 <톡톡>을 하면서 친해졌는데, 형님이지만 또래라 편하다. ‘웃음’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고, 배우들과의 앙상블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 사실 우리 나이가 위로는 선생님들 계시고 아래로는 후배들이 있어서 위아래로 다 어렵다. 70년대생들이 눈치 보는 낀 세대인 것 같아. 어른도 아니고 애도 아니고.
김진수 후배들이 더 어렵지.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았나.
김진수 이해제 연출가의 장점은 소동극을 잘 한다는 거다. 나도 <너와 함께라면>이나 <톡톡> 같은 소동극을 많이 해본 편인데, 세 명으로 소동극을 꾸려간다는 것이 독특했다. 그림이 그려지는 대본이기도 했고, 반전도 있어서 만들면 재밌겠다 싶었다.
작품의 독특한 지점 중 하나가 ‘독심술사’라는 직업이다.
이해제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게 사실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괴로운 일이기도 하다. 남의 시선 때문에 눈치를 본다는 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니까. ‘서로의 마음이 오픈되어 있다면 살기 편할 텐데’라는 생각으로 독심술사를 선택했지만, 현실로 가져와 보니 판타지가 생기지 않더라. 신문 귀퉁이에나 ‘누가 그랬다더라’ 정도에 머무를 것 같아서 배경을 70년대로 했다. 나는 과거를 항상 판타지로 보는 편이다. 지나온 것, 사라진 것들. 코스튬 자체도 지금은 안 입는 옷들이니까 새롭게 보이기도 했고.
독심술사라는 인물이 낯설지는 않았나.
김진수 솔직히 (독심술사인 나자광 役 대신) 장무안 役이 더 하고 싶었다. (웃음) 전사도 있고 감정의 폭도 넓어서 배우로서 더 보여줄 게 많을 것 같았다. 나자광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자 같은 느낌도 있으니까. 근데 이해제 연출이 나자광 시즌제로 갈 거라고 나를 꼬셨다. 하하하하.
이해제 나자광을 좋아하는 이유가, 허당기 있어 보이는 이 사람이 사실은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라는 점 때문이다. (진수) 형님이 무안 役을 해도 되지만, 인간미가 느껴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미지로도 나자광 役에 잘 어울린다.
관객을 설득해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어땠나.
김진수 나자광이 어떤 부분에서는 셜록 홈즈 같은 느낌이 있다. 셜록도 여러 배우가 연기했는데, 베네딕트 컴버배치보다는 위트 있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셜록을 더 좋아한다. 나자광도 그렇게 접근하고 싶었다. 스스로 설득하고 이해하는 과정들이 있었는데, 작품 자체가 코미디이기도 하니까 ‘이럴 수 있어’라는 마음을 갖고 더 편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딱딱하지 않지만 진지할 때는 진지하게 눌러주는 인물이 되길 바랐다.
연극을 보다보면 독심술이라는 게 결국은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인가.
김진수 정확히 말하면, 듣는 편이라기보다는 내 얘기를 잘 못한다. 듣다 보니까 그들이 왜 아파하고 왜 고민하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궁금해지고 그걸 알아보는 게 좋아졌다. 특히 연기하는 친구들 중에서 심적으로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런 친구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싶고, 새롭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서 몇 년 전부터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있다. 공부를 하면서 오히려 내가 나를 이해하는 경험들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