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고양예술인페스티벌의 개막작은 지난 해 우수작으로 선정된 연극 <배우 우배>를 선보인 (사)고양방송예술인협회의 연극 <소문>이다. 지난 해 <배우 우배>를 통해 배우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던 데 이어, 연극 <소문>은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라는 속담처럼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SNS, 메신저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며 많은 이들을 고통에 빠지게 하는 ‘소문’을 소재로 우리 시대의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철거를 앞둔 어느 달동네. 네 가정이 함께 살아가는 다가구 주택의 주인집 아주머니는 온 동네일을 신경 쓰느라 바쁘다. 감옥에 간 오빠를 기다리는 아랫방 귀머거리 선이와 오갈 데 없이 종교에 빠져 사는 주연.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이 나가 헛소리를 해대는 옆집 노파.
철거를 앞두고 모두가 앞날을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선이의 헛구역질 소리가 들려오고, “애 울음소리가 들릴 것 이야”라는 옆방 노파의 말 한마디로 사건은 시작된다. 선이의 임신을 의심하더니, 급기야 애 아빠가 누구냐며 쑥덕대기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철거와 선이의 임신은 그들의 중요한 문제가 되어 간다. 그러던 중 동사무소에 취직한 곽상만은 수시로 드나들며 선이를 보살피고, 선이 역시 유독 곽상만을 잘 따른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선이의 배가 불러오는 이유도 봉학이를 감옥에 보낸 것도 모두 곽상만의 소행으로 몰아가는데…
처음엔 그저 재미를 위해 만들어낸 잡담이자, 무책임한 동조와 근거 없는 억측들로 난무하던 ‘소문’은 우리도 모르는 새 진실이 되어 있곤 한다. 그로 인한 아픔과 상처로 급기야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우리는 종종 기사로 접하게 된다.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문’들은, 그 진실이 무엇인지, 어디서 시작된 이야기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흥미롭고,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카더라’ 혹은 ‘~아님 말고’식의 소문들이 난무하는 요즘,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매몰되어 자신들의 진정성을 잃어가고 있는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은 바로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전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코믹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웃고 즐기는 사이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진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글. 한고은(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