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처럼 다가온 그대 – 쿠아트로시엔토스와 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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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의 러브레터 season 2 – 쿠아트로시엔토스의 밀롱가

만약 어떤 대상에 계절을 짝지어줄 수 있다면, 탱고의 짝은 여름으로 맺어주고 싶다. 봄과 가을은 미지근하고, 겨울은 금세 한기가 돌 터이니, 기왕이면 불과 불이 만나 함께 타오르는 것을 바라보고 싶다. 우리가 탱고에게 기대하는 것이 그런 것이라면 과장일까? 적어도 나는 탱고가 그러하기를 바란다. 고양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송영훈의 러브레터 2, 그 두 번째 공연인 <쿠아트로시엔토스의 밀롱가>에서는 초여름과 함께하는 탱고를 만날 수 있다. 오는 6월 28일(목) 오전 11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릴 공연에서는 탱고 밴드 쿠아트로시엔토스와 첼리스트 송영훈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 시즌부터 마티네콘서트의 호스트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첼리스트 송영훈은 그간 여러 손님을 맞이해 그들이 좋은 무대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오는 공연에서 송영훈은 무대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 한다. 공연의 반을 협연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지만 탱고라는 장르가 그에게 각별하기 때문이다. 영국 유학시절 라디오를 통해 넘어온 피아졸라의 선율이 이전에는 경험 할 수 없었던 감정을 남겼다고 송영훈은 말한다. 그것이 아버지의 병환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탱고라는 음악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그 또한 알 수 없었다. 다만 언젠가는 탱고를 연주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는 확실하게 남길 수 있었다. 음악 욕심 있는 연주자가 이런저런 장르를 넘나드는 것은 이례적이 일이 아니나 송영훈에게 탱고는 그저 경험하는 것 이상의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가슴을 파고들어 깎아냈다고 해도 무방할,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남긴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송영훈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탱고 밴드 쿠아트로시엔토스는 언젠가 탱고와 제대로 만나겠다는 송영훈의 바람을 실현시켜준 그룹, 쿠아트로시엔토스와 송영훈은 지난 2005년에 처음 만나 지금까지 종종 무대를 가진다. 그런데 왜 쿠아트로시엔토스, 스페인어로 400이라는 숫자가 밴드명이 되었을까? 이 밴드가 남미적인 이름과는 한참은 동떨어진 일본에서 결성되었다는 사실이 힌트를 준다. 그렇다.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이 100%를 다해 도합 400%의 연주를 한다는, 지극히 일본적인 정신을 담은 이름인 것이다. 밴드의 멤버인 바이올린의 아이다 모모코는 도호가쿠엔 음대 재학시절부터 탱고에 푹 빠진 탱고소녀였고 2000년에 탱고 밴드 쿠아트로시엔토스를 결성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밴드의 멤버는 바이올린을 맡은 아이다 모모코를 비롯, 피아노에 하야시 마사키, 베이스 니시지마 토루, 그리고 반도네온의 기타무라 사토시로 구성되어 있다. 자 그럼 프로그램 소개를 통해 공연을 미리 경험해보자.

01.  Matos Rodriguez – La cumparsita

헤라르도 마토스 로드리게스는 우루과이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학업에는 영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다. 카바레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보며 세상에는 건축 공부 말고도 즐거운 것이 많다는 사실을 어릴 적부터 교육 받았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무튼 그 즈음 마토스 로드리게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음악이었고 충동적으로 작곡까지 감행해 음악가 로베르토 피르포에게 찾아갔다.

“어느 학생이 와서 느닷없이 곡을 봐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작의 멜로디는 쓸 만한데, 뒷부분에는 별 다를 것이 없었죠. 그래서 제가 예전에 작곡했던 탱고를 섞어서 수정해줬더니 그 학생이 아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더군요.”

이것이 탱고 <La cumparsita>의 탄생 배경이다. ‘그 학생’ 헤라르도 마토스 로드리게스의 나이는 당시 열여덟이었으니 주체할 수 없는 흥이 만들어낸 일종의 사고 같은 작품이었던 것이다.

02, 03.  Momoko Aida – Milonga séptima, Desayuno con vos

클래식 연주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바흐, 베토벤의 작품을 주워섬긴다 할지라도 매번 같은 자리에 머물러 같은 것을 되풀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탱고음악도 마찬가지. 언제까지나 피아졸라와 같은 고전만을 연주할 수는 없다. 다행히 탱고 음악은 유연하기에 이 장르에 애정 있는 음악가라면 언제든지 자신만의 탱고를 만들어 연주할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모모코 아이다는 탱고를 사랑한 이래로 줄곧 그렇게 해왔다. 그녀는 쿠아트로시엔토스 앨범에 수록될 창작곡을 여럿 작곡했으며 지난 2014년에는 솔로 앨범 <Al Cielo Desierto>을 발매했다. 이번 연주회에서 들려줄 창작곡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탱고 친화적인 음악가인지를 경험해보자.

04.  Astor Piazzolla – Le Grand Tango

나디아 불랑제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클래식 음악 교육자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단순히 그녀가 길러낸 제자들의 유명세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 자신은 엄격한 교육자였지만 불랑제는 제자들이 어딘가에 얽매이기를 바라지 않았다. 최선의 자신을 음악으로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스승은 마찬가지로 제자였던 피아졸라에게도 탱고를 마음에 둘 것을 당부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를 위해 쓴 1982년 작품 는 고전음악과 탱고가 훌륭한 비율로 섞인, 스승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그래서 로스트로포비치가 그 작품을 좋아했냐고 묻는다면, 처음에는 확실히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작곡된 지 8년이 지나서야 초연을 했기 때문이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이 작품에 대한 감정이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로스트로포비치와 탱고는 마치 가우초 셔츠를 입은 소련인을 떠올리게 한다. 다행히 가 자신과 어울린다고 생각한 연주자들이 속속 등장했고 작품은 피아졸라를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 잡았다.

05, 06.  Astor Piazzolla – Milonga del Angel, Michalengelo’ 70

사전은 밀롱가는 빠른 템포위에 강렬한 리듬이 곁들여진 2/4박자의 춤곡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에는 그런 것이 없다. 대신 담배연기 자욱한 카페와 그곳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풍경이 있을 뿐이다. 감정과 템포의 대비라는 측면에서 생각했을 때 이어지는 <Michaelengelo’ 70>은 좋은 선곡이다. 작품은 이전 곡의 매캐한 기운을 다 거둬버린다는 듯이 시원하게 달려 나간다.

07.  Carlos Gardel – Por una cabeza

피아졸라가 탱고를 예술 음악의 영역으로 끌어 올려 다른 지위를 누리게 해주었다면 카를로스 가르델은 활동 당시 탱고 그 자체로 여겨졌다. 이전까지 말이 없던 탱고 위에 가사를 올린 것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종종 설명이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 <Por una cabeza>가 그런 곡이다. ‘들어보면 알아요’라고 말하는 음악에 굳이 말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08.  Astor Piazzolla – Adios nonino

수많은 탱고 음악가들 중에서 유독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작품이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탱고에도 내면이 있다면 피아졸라가 그 속을 가장 내밀하게 들여다본 사람이기 때문은 아닐까? 공연의 마지막 곡인 는 그런 피아졸라가 유독 많이 느껴지는 곡. 작품이 세상에 나온 배경은 다음과 같다.
중앙아메리카 순회 연주에 있던 피아졸라는 그곳에서 아버지 비센테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를 잃은 아들은 슬픔과 함께 이전에 작곡했던 를 떠올리며 새로운 곡을 만들어냈다. , nonino는 아버지 비센테의 애칭이었다.
는 송영훈에게도 각별한 작품이다. 유학시절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하던 와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곡이 바로 이 곡이기 때문이다. 두 음악가가 동시에 아버지를 떠올린 것이 우연이라면 지독한 우연이 될 테지만 그것을 경험한 사람에게 우연은 필연이 되기도 한다. 송영훈에게 탱고는 그렇게 우연처럼 다가와 현실이 되었다.

 

글. 윤무진(음악 칼럼니스트)

2018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송영훈의 러브레터 Season2 – 쿠아트로시엔토스의 밀롱가

일 시  6.28(목) 11:00a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

입장료  전석 2만원

대 상  초등학생 이상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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