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는 무지개 너머 저편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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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고양상주단체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신작 쇼케이스 <변용학의 먼나라 이노무나라> 리뷰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변용학의 먼나라 이노무나라>는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빌 브라이슨과 해당 책은 극 속 강의(?)에 등장하기도 한다. 책을 연극으로 올릴 때 대부분의 경우 이야기의 모티프를 취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백과사전 혹은 역사책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작품은 마치 변용학의 의식의 흐름인양 우연과 즉흥성에 의해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구체성을 갖기 시작한다. 무겁지 않게, 웃으면서 도발하는 변용학이 말하고 싶었던 역사가 무엇의 역사인지 어렴풋이 실체가 잡히기 시작한다.

인간은 인간 외의 동물들과 무엇이 다른가? 아주 최근까지도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약육강식에 있어 거리낌이 없었는데 ‘무엇’이 인간을 혹은 인간의 두뇌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처음에 이 작품의 간단 설명을 들었을 때는 아마도 그 지점에 주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극단 ‘간다’가 최신의 과학 트렌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가능한 추측이었는데, 막상 무대 위에 오른 연극은 추측했던 것과 달리 이론적인 측면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지 않는다. 이론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감성에, 공감에 호소한다. 반성을 할 줄 아는 인간으로서 약자와의 연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연극이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지점으로 보인다.

변용학의 강의는 그의 후배들이라고 지칭되는, 일종의 코러스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간다’ 특유의 귀여운 발랄함이 빛나는 것은 바로 이 코러스들 덕분이다. 그들은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초반에 등장하는, 도구를 발견한 유인원이 되기도 하고, 빌 브라이슨과 과학서적이 되기도 하며 과학도감에 흔히 나오는 유인원의 진화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초반의 역사를 빠르게 관통하고 만나는 것은 권력을 갖게 된 인간의 잔혹성, 그리고 그에 의해 희생되는 약자들이다. 근현대가 시작되기 이전의 역사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잔혹사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그 끝에 수렴되는 것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문명이라고 믿고 있는,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향한 유럽 이주민의 폭력이다. 미국 이주민의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 과정은 유대인에 대한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만큼이나 잔혹하고 폭력적이며 야만적이었음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고 이에 대한 각성이 미국사회에서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근대사에서 만나는, 약자에 대한 이 다종다양한 폭력을 각성한 현대인들은 그들이 성취했다고 믿고 싶어 하는 평등, 그 평등의 나라에 진정으로 도달한 것일까? 끝부분에 이르러 이 연극이 방점을 찍고 싶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그것이 억압이고 차별이라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 의해 고통 받는 약자, 바로 여성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슬픔으로 가득한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의 노래가 주디 갈란드의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로 넘어가며 현대 인간사회에 있어서의 최약자, 약자라는 것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약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디 갈란드를 통해 보여주는 미국 헐리우드의 이야기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연계의 미투 운동을 대유하고 있다. 공연계의 성찰이 이루어진다고는 하지만 지금 드러난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일은 여전히 권력을 지닌 자들에게는 쉬운 일이다. 외롭고 끝을 알 수 없는 투쟁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 연극은 아마도 그에 대한 대답을 포함하고 싶었을 것이다. 연극을 마무리하는 극중극, 변용학 가족의 저녁식사 장면은 여전히 우리사회가 진정한 평등에 이르기 위해서는 너무나 먼 곳에 있으며, 그러나 평등으로 향한 진화의 여정은 시작되었다는 것 – 극 초반에 등장한 유인원의 각성처럼 – 을 보여준다.

‘간다’는 데뷔작인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에서 이미 성차별과 성평등 의식을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나간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 드러내는 문제의식은 극단 ‘간다’가 꾸준히 말하고 싶었던 것의 연장에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번 쇼케이스는 형식적인 면에 있어 정통 서사가 아닌 관객과의 소통을 통한 유연한 현대극의 형식을 실험적으로 보여주며 주제의식을 강력하게 드러낸다. 그런 의미에서 브레히트의 서사극 전통의 연장에 있다. 관객과의 다양한 소통을 위한 이 극단의 시도는 아마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의 약자에 귀 기울이는 주제의식과 형식은 그렇게 하나의 목적에 도달하는 것이다.

 

글. 남궁경(자유기고가)

창작 쇼케이스 <변용학의 먼나라 이노무나라>는 2018년 고양문화재단 상주단체로 선정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와 함께 한 2018 콘텐츠 파트너십 프로그램 중 하나로, 2018년 5월 3일(목)~5일(토) 3일간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전석 무료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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