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평소 정경화 선생을 멘토로 꼽기도 하였는데, 이번 듀오 리사이틀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궁금하다.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A. 정경화 선생님을 처음 만나 뵌 것은 2011년이다. 댁에도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고, 그 시기부터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집에서 직접 고기도 구워주시고. 그로부터 1년 정도 후에 함께 연주를 하게 됐고 이번에 6년 만에 다시 연주하게 되었는데, 올해 연주 스케줄 가운데 제일 기대되는 연주 중 하나다.
Q. 본인이 꿈꾸었던 일들을 차례로 이뤄 나가는 행보가 무척 감동적이다. 자신의 꿈이라고 했던 베를린필과의 협연, 카네기홀에서의 리사이틀이 그랬다. 지난해 카네기홀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성황리에 마쳤고, 재초청을 받아 독주회를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 소감이 어떠한가?
A. 지금 돌이켜 보면, 뭐랄까…. 베를린필과의 연주나 카네기홀에서의 연주가 꿈이라고 말했던 내 자신이 좀 어리게 느껴진다. 지금도 물론 어리지만. (웃음) 아직 서보지 못한 무대도 많고, 함께 하지 못한 오케스트라나 지휘자, 연주자도 많다. 그렇지만, 어디랑 협연하고 싶다거나 어디에서 연주하고 싶다는 걸 꿈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계속 더 나은 연주를 하는 게 나의 목표이고, 행복하게 계속 지금처럼 연주할 수 있는 게 나의 꿈이다.
Q. 자신의 연주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는지? 그리고 어떤 연주자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A. 잘 모르겠다. 예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연주자는 전자제품처럼 장점, 단점을 따지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답을 한 적이 있다. 이 제품은 이 점이 좋고, 저 제품은 저런 점이 좋다는 식으로 연주자를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어떤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은지는, 사람들이 말해주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나보다.
Q. 요즘 몰두하고 있는 레퍼토리가 있다면?
A. 최근까지 모차르트 앨범을 준비하느라 모차르트 연주를 많이 했었다. 독주는 슈베르트, 바흐, 그리고 내년에는 브람스도 한번 쳐보려고 한다. 30대부터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해볼까 생각 중이다.
Q. 앞으로 함께 협연해보고 싶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또는 연주가가 있는지.
A. 딱히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지금 알고 있는, 이미 함께 연주했던 지휘자나 연주자랑 다시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렇게 할 계획도 있다. 실내악은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에 베르비에 페스티벌도 다녀오고, 첼리스트 안드레이 이오니처도 만나고 하면서 ‘마음이 잘 맞으면 실내악이 참 재미있는 거구나!’ 하는 걸 느꼈다. 듀오 같은 경우는 커뮤니케이션도 좀 더 편하고 해서, 좋은 연주자들과 앞으로도 계속 해보고 싶다.
Q. 피아노에 처음 매력을 느낀 순간을 기억하는지?
A. 처음에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했었는데, 바이올린이 피아노보다 어렵다고 느꼈다. 서서 연주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피아노가 더 좋았다. 그런데 점점 크면서 생각해 보니까, 피아노는 유일하게 반주자가 필요 없는 악기더라. 혼자 할 수 있는 악기라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도 하나의 악기라고 치면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오케스트라와 같은 사운드를 낼 수 있는 악기라는 게 또한 매력인 것 같다.
Q. 만약 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았다면, 20대의 조성진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A. 만약 공부를 했다면 지금쯤 대학을 졸업을 하고 석·박사나 취직 준비를 하고 있겠지요. (웃음)
Q. 새해 소원과 목표를 묻는 질문에 “특별한 소원은 없지만, 연주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인상 깊었다. 평소 연습은 어느 정도 하고 있는지, 또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여행을 다닐 때는 연습을 잘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할 수 있을 때는 몇 시간씩 하려고 노력한다. 집에 있을 때는 무조건 4시간, 최대 5시간 연습하고 있다. 해야 할 곡이 많아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웃음) 나의 건강관리는 잘 먹고, 잘 자고, 산책도 하고… 그것밖에 없는 것 같다.
Q. 올해, 많은 팬들이 기다린 국내 첫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향후 국내 공연 계획이 궁금하다.
A. 정경화 선생님과의 듀오 공연 후, 11월에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안토니오 파파노와의 연주가 있다. 또 12월에는 정명훈 선생님과 도이치 그라모폰 120주년 공연이 있다. 내년에는 6월, 9월, 11월에 한국에 올 것 같다.
Q. 이번 듀오 리사이틀을 통해 만나게 될 고양 관객들에게 미리 한 말씀 부탁한다.
A. 고양아람누리에서는 이번 듀오 연주가 처음이다. 2010년도에 김선욱 형이 아쉬케나지랑 협연하는 것을 처음 보러 갔었는데, 그때 어쿠스틱이 굉장히 좋다고 느꼈다. 이번에 연주하는 것이 기대가 되고, 앞으로도 또 연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