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거장과 천재, 서로를 말하다

피아노에 담긴 슈베르트의 젊음과 만년의 양식
2018년 8월 5일
여름휴가, 새로운 나를 찾아 모험을 떠나보자
2018년 8월 5일
262018년 8월 5일
정경화 & 조성진 듀오 리사이틀

클래식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올해의 빅 이벤트, 정경화 & 조성진 듀오 리사이틀을 고양아람누리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이 이제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부상과 공백을 딛고 기적처럼 재기한 정경화,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자신만의 분명한 길을 걷고 있는 조성진. 두 사람의 환상적인 호흡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훨씬 이전부터 그의 재능을 알아보았던 정경화의 선견지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6년 만의 협연을 앞둔 두 사람의 소감, 가히 ‘거장’과 ‘천재’다운 남다른 음악철학을 ‘온라인 누리’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생생히 들어보자.

“무대 위의 즉흥적인 대화 속에서 어떤 환상적인 그림을 보게 될까”

정경화 인터뷰

Q. 올해 조성진과의 듀오 리사이틀을 앞둔 소감이 궁금하다. 조성진이 17살 때 첫 협연한 이후의 만남이라 남다를 것 같다.

A. 무척 뿌듯하고, 흐뭇하다.

 

Q. 이번 듀오 리사이틀에서 선보일 연주에는 어떤 포인트가 있을까. 어떤 마음을 갖고 들으면 좋을지 얘기해준다면?

A. 어떤 연주가 나올지 나도 아직 모르다. 준비는 꼼꼼하게 하겠지만, 무대 위의 즉흥적인 대화 속에서 어떤 환상적인 그림을 보게 될지 말이다. 베토벤 소나타를 들을 때는 자신만의 인간적인 그림을 그려보고, 말을 붙여보고, 스토리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슈만 소나타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실제 몸의 고통이 느껴진다. 어렸을 때는 이 곡의 보이싱이 굉장히 낮아서 ‘비올라를 위해 썼던 곡이구나’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표현하는 색깔이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에 현재의 내 보이싱과 잘 맞는다. 프랑크의 소나타는 60대 중반에 젊은이에게 준 곡이다. 인생 전체를 바라보며 젊음에서부터 노쇠할 때까지 전체의 아름다움을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주고받는 대화로 표현했는데, 그것이 대단히 독특하다.

 

Q. 프랑크 소나타는 1980년 라두 루프와 처음 녹음했고, 이번에 발매한 33번째 앨범에서는 케빈 케너와 협연해 수록한 곡인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번 조성진과의 호흡에 특별히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A. 나는 성진이가 만들어내는 음악의 구조적 라인이 대단히 성숙하다고 생각한다. 첫 노트를 시작하면 끝까지 끌고 나가는 힘이 대단하다. 그것은 재능 있는 연주자의 첫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프랑크가 기대된다. 처음과 끝은 물론이고, 각각의 개성적인 악장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함께해주시길 바란다.

 

Q. 2016년에 발매한 32번째 앨범은 발매 후 약 1년 반 만에 플래티넘을 기록했고,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올해 3월에는 33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이런 식지 않는 열정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시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발표한 음반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앨범(혹은 작품)이 있는지?

A. 깊이가 있는 음악에 대해서는 ‘애착’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지금 문득 떠오르는, 흥미로웠던 녹음은 생상의 ‘하바네이즈’다. 녹음 당시에 아주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음악적 대화를 나눴던, 드문 기억을 갖고 있다.

 

Q. 부상으로 한동안 공백기를 가진 후 복귀에 성공했을 때 꿈꾸는 기분이라고 표현한 인터뷰를 보았다. 그로부터 몇 년을 왕성히 활동했는데, 지금은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다.

A. 지금은 딱 때려치웠으면 좋겠다. 하하. 그렇지만….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음악에 대한 나의 의욕과 열정이 너무나 살아 있다. 그 신비한 악기 소리를 무슨 일이 있어도 붙잡고 있고 싶다는 생각과 의욕이 강하다. 말하는 사이에 또 때려치우는 것보다는 하고 싶다는 욕망 쪽으로 가고 있다.

 

Q. 2016년엔 뉴욕 카네기홀 역사상 처음으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완주했다.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아직 남은 목표가 있다면?

A. 많이 이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꿈을 이뤘다기보다는 꿈속에서 살다가 가는 것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돌려주나’ 좀 단순하게 고민을 많이 했다. 더 세월이 흘러 돌이켜 보니 나는 항상 음악을 통해 주는 사람이었고, 또 음악을 나누면서 내가 돌려받은 사랑은 한도 끝도 없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을 다해 사람들에게 음악을 전하는 것이 나의 살아있는 보람이고, 그런 보람을 느끼지 않으면 나는 살 수가 없다.

 

Q. 평소에 즐겨듣는 연주는?

A. 최근에는 리히터가 연주하는 바흐와 헨델을 듣고 있다.

 

Q. 휴식할 때엔 다른 취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취미가 없는 사람은 없을 거다. 나 역시 아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악기를 그만두게 되면 그림을 그린다든가, 역사공부라든가, 지리학이라든가 이런 분야에 더 깊이 접근해보고 싶다. 최근에는 몽골리안, 징기스칸의 역사에 특히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그토록 큰 나라를 통일하고 다스리면서 보여주었던 징기스칸의 포용력은 아주 놀랍다. 예전에 대관령에 몽골리안 가수가 온 적이 있는데, 몽골리안의 피가 흐르는 나와 어딘가 모르게 직감적으로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가끔은 몽골에 가서 무반주 바흐를 연주하는 꿈을 꾼다. 나는 무반주 바흐에 여전히 열심이고, 최근의 녹음과 전곡 연주회로부터도 해석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Q. 정경화에게 음악이란, 또 바이올린이란? 다시 태어나도 다시 바이올린을 선택할 것인지 궁금하다.

A. 오늘 나의 대답은 ‘아니, 다른 것을 해봐도 될 것 같다’이다. 세계를 활보하고 다니며 여행도 하고 싶고, 다시 태어나면 완전히 더 철학적으로, 문학적으로 파고 들어가고 싶다. 글을 쓰는 것도 아주 흥미로울 것 같다.

 

Q. 이번 듀오 리사이틀을 통해 만나게 될 고양 관객들에게 미리 한 말씀 부탁한다.

A. 고양은 내게 특별한 곳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고향이고, 독립운동을 하시던 외할아버지가 비전을 가지고 한강 물을 연결해 지역 농사를 크게 살린 곳이기도 하다. 올해 어머님의 100세 생신날에는 외할아버지 묘소에 참배를 가기도 했고, 고양에 세워져 있는 기념비석도 돌아봤다. 게다가 아람음악당(하이든홀)은 음향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올해 연주 스케줄 가운데 제일 기대되는 하나”

조성진 인터뷰

Q. 평소 정경화 선생을 멘토로 꼽기도 하였는데, 이번 듀오 리사이틀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궁금하다.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A. 정경화 선생님을 처음 만나 뵌 것은 2011년이다. 댁에도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고, 그 시기부터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집에서 직접 고기도 구워주시고. 그로부터 1년 정도 후에 함께 연주를 하게 됐고 이번에 6년 만에 다시 연주하게 되었는데, 올해 연주 스케줄 가운데 제일 기대되는 연주 중 하나다.

 

Q. 본인이 꿈꾸었던 일들을 차례로 이뤄 나가는 행보가 무척 감동적이다. 자신의 꿈이라고 했던 베를린필과의 협연, 카네기홀에서의 리사이틀이 그랬다. 지난해 카네기홀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성황리에 마쳤고, 재초청을 받아 독주회를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 소감이 어떠한가?

A. 지금 돌이켜 보면, 뭐랄까…. 베를린필과의 연주나 카네기홀에서의 연주가 꿈이라고 말했던 내 자신이 좀 어리게 느껴진다. 지금도 물론 어리지만. (웃음) 아직 서보지 못한 무대도 많고, 함께 하지 못한 오케스트라나 지휘자, 연주자도 많다. 그렇지만, 어디랑 협연하고 싶다거나 어디에서 연주하고 싶다는 걸 꿈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계속 더 나은 연주를 하는 게 나의 목표이고, 행복하게 계속 지금처럼 연주할 수 있는 게 나의 꿈이다.

 

Q. 자신의 연주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는지? 그리고 어떤 연주자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A. 잘 모르겠다. 예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연주자는 전자제품처럼 장점, 단점을 따지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답을 한 적이 있다. 이 제품은 이 점이 좋고, 저 제품은 저런 점이 좋다는 식으로 연주자를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어떤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은지는, 사람들이 말해주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나보다.

 

Q. 요즘 몰두하고 있는 레퍼토리가 있다면?

A. 최근까지 모차르트 앨범을 준비하느라 모차르트 연주를 많이 했었다. 독주는 슈베르트, 바흐, 그리고 내년에는 브람스도 한번 쳐보려고 한다. 30대부터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해볼까 생각 중이다.

 

Q. 앞으로 함께 협연해보고 싶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또는 연주가가 있는지.

A. 딱히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지금 알고 있는, 이미 함께 연주했던 지휘자나 연주자랑 다시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렇게 할 계획도 있다. 실내악은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에 베르비에 페스티벌도 다녀오고, 첼리스트 안드레이 이오니처도 만나고 하면서 ‘마음이 잘 맞으면 실내악이 참 재미있는 거구나!’ 하는 걸 느꼈다. 듀오 같은 경우는 커뮤니케이션도 좀 더 편하고 해서, 좋은 연주자들과 앞으로도 계속 해보고 싶다.

 

Q. 피아노에 처음 매력을 느낀 순간을 기억하는지?

A. 처음에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했었는데, 바이올린이 피아노보다 어렵다고 느꼈다. 서서 연주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피아노가 더 좋았다. 그런데 점점 크면서 생각해 보니까, 피아노는 유일하게 반주자가 필요 없는 악기더라. 혼자 할 수 있는 악기라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도 하나의 악기라고 치면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오케스트라와 같은 사운드를 낼 수 있는 악기라는 게 또한 매력인 것 같다.

 

Q. 만약 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았다면, 20대의 조성진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A. 만약 공부를 했다면 지금쯤 대학을 졸업을 하고 석·박사나 취직 준비를 하고 있겠지요. (웃음)

 

Q. 새해 소원과 목표를 묻는 질문에 특별한 소원은 없지만, 연주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인상 깊었다. 평소 연습은 어느 정도 하고 있는지, 또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여행을 다닐 때는 연습을 잘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할 수 있을 때는 몇 시간씩 하려고 노력한다. 집에 있을 때는 무조건 4시간, 최대 5시간 연습하고 있다. 해야 할 곡이 많아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웃음) 나의 건강관리는 잘 먹고, 잘 자고, 산책도 하고… 그것밖에 없는 것 같다.

 

Q. 올해, 많은 팬들이 기다린 국내 첫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향후 국내 공연 계획이 궁금하다.

A. 정경화 선생님과의 듀오 공연 후, 11월에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안토니오 파파노와의 연주가 있다. 또 12월에는 정명훈 선생님과 도이치 그라모폰 120주년 공연이 있다. 내년에는 6월, 9월, 11월에 한국에 올 것 같다.

 

Q. 이번 듀오 리사이틀을 통해 만나게 될 고양 관객들에게 미리 한 말씀 부탁한다.

A. 고양아람누리에서는 이번 듀오 연주가 처음이다. 2010년도에 김선욱 형이 아쉬케나지랑 협연하는 것을 처음 보러 갔었는데, 그때 어쿠스틱이 굉장히 좋다고 느꼈다. 이번에 연주하는 것이 기대가 되고, 앞으로도 또 연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정경화 & 조성진 듀오 리사이틀

일 시 9.1(토) 5:00p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

관람료  VIP석 12만원, R석 9만원, S석 7만원, A석 5만원, B석 3만원

대    상  초등학생 이상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