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새 스테이지가 선택한 첫 번째 연극인은 바로 성기웅이다. 섬세하고 집요한 극작가이자 디테일에 천착하는 연출가로 알려진 그는 ‘대한민국연극대상’, ‘두산연강예술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 화려한 수상 이력을 갖고 있지만, 어쩐지 연극계의 주류에서 딱 반 걸음 떨어진 곳에 우두커니 서서 경계를 탐색하는 예술인 같다.
성기웅의 대표작이라 수 있는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는 물론, 일본 연극인 히라타 오리자, 타다 준노스케와의 공동제작 프로젝트, 그리고 한국인 이민 2세대 작가인 유미리, 줄리아 조의 희곡을 선택해온 작업들을 보더라도 ‘경계’와 ‘정체성’은 그에게 늘 최우선하는 주제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식민지 시대 예술가의 첨예한 고뇌를 다루는 ‘구보씨’ 연작(<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2007), <깃븐우리절믄날>(2008), <소설가 구보씨의 1일>(2010), <21세기 건담기>(2017))은 그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오는 10월 새라새 스테이지에서 선보일 작품은 바로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로, 성기웅이 10여년 만의 재공연을 결정해 더욱 주목하게 된다.
성기웅은 모국어인 한국어에 대한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문학성과 연극성 사이에서 새로운 수사학을 탐구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극단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의미(지구상의 수많은 언어 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수가 대략 12번째로 많다는 통계에서 비롯됨)만 곱씹어 보더라도, 언어에 대한 그의 각별함을 알 수 있다.
‘경계’와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언어에 대한 특유의 예민함. 그런 성기웅이 10여년 만에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을 꺼내든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1.연출가 성기웅 2-3.연극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