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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해요, 당신>

거리에 하나둘씩 크리스마스트리 불빛이 켜지고 있다. 연말이 다가온다는 의미. 약속도 많고, 북적북적 함께 하는 식사도 많다. 해가 가기 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자리도 좋지만, 늘 곁에 있던 가까운 사람에게 고마운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말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라면 유난히 추울 거라는 올겨울도 훈훈하게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공연 하나를 더해본다. 바로, 연극 <사랑해요, 당신>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병, 무대에서 공감하다

연극 <사랑해요, 당신>은 공연에서는 다소 보기 드문 주인공과 소재를 무대에 올린다. 우선 노년 부부가 주인공이고, 아내는 치매환자다. 그렇다. 치매를 소재로 하는 연극이다. 그저 남의 집 일이라고, TV나 영화 속 주인공들이나 겪는 특별한 질병이라고 생가하기엔 이제 치매는 우리 삶 가까이에 들어와 있다. <사랑해요, 당신>은 바로 그 점을 잘 포착한 연극이다.

2017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72만 명이 넘는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한 명이 앓고 있는 셈.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그 수는 더욱 늘어 30년 뒤에는 무려 27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그 질병이 바로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연극 <사랑해요, 당신>은 치매 가정의 어려움을 복잡한 통계자료와 글이 아닌 무대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그 실상을 전달하고자 한다. “연극이 끝날 때쯤 젊은 관객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는 출연배우의 말은, 우리가 흔히 ‘노인들의 병’이라 여기며 무관심했던 치매라는 질병에 대해 젊은이들도 이 연극을 통해 공감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평범한 일상,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 부부

무대 위 남편 역인 한상우는 감정표현에 서툰 무뚝뚝한 아버지다. 밖에서는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집에서는 엄하고 자식들에게도 자상하지 못한 전형적인 옛날 아버지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가 처한 상황과 감당해야 하는 사건은 절대 가볍지 않다. 자식들은 미국으로 떠나고, 유일하게 함께 사는 아내가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남편 한상우는 본인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열심히 아내를 간호한다. 하지만, 아픈 아내에게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곁에서 평소처럼 돌봐주는 것뿐.

항상 남편 옆에 있었어도 남편이 그렇게나 자신을 사랑하는 줄 몰랐던 아내 주윤애는 표현에 인색했던 남편 때문에 평생 외로웠다. 노년이 된 지금은 연락도 잘 하지 않는 자식들을 항상 걱정하며 그리워하고, 무뚝뚝한 남편의 작은 장난에는 소녀처럼 즐거워한다. 그런 그녀가 치매환자가 되어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증상은 점점 심해지고, 남편의 간호에 감동하면서도 고생하는 그의 모습에 미안함을 넘어 죄책감을 느낀다.

끝까지 사랑은 잃지 말아요

마음 속 진솔한 대화로 관객을 위로하는 연극 <사랑해요, 당신>에서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부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무대에 오르는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경력 덕분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네 명의 배우, 이순재, 정영숙, 장용, 오미연이 현실 부부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어 관객들을 공감하게 한다.

항상 곁에 있다는 이유로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잊고 살아가던 평범한 부부. 오롯이 두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시련을 부부는 과연 어떻게 극복해낼까. 올겨울, 연극 <사랑해요, 당신>의 한상우-주윤애 부부를 만난다면, 평범한 부부 사이에 숨어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2018년 한 해를 되돌아봄과 동시에 말이다. 기억은 잃어가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은 잃지 않는 무대 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글. 이민희(객원기자)

연극 <사랑해요, 당신>

일 시  12.22(토) 3:00pm 6:00pm

장 소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대 상  중학생 이상 (중학생 미만 입장불가)

관람료  R석 5만원 S석 4만원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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