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과도 같았던 디토의 순간들! 그 마지막에서 새로운 출발을 확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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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디토 페스티벌 in 고양 ‘매직 오브 디토’

12년 전인 2007년 8월 첫 공연을 시작한 앙상블 디토(DITTO)는 당시 젊은 음악가들이 모여 실내악을 연주하던 시즌제 프로젝트성 앙상블로 출발했다. 이후 2009년부터는 ‘디토 페스티벌’이라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도 가동하며 디토의 중심 아티스트들과 더불어 국내외를 막론한 다양한 음악가들이 참여하여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켜왔다. 이에 실내악 중심의 연주회에서 탈피, 많은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비주얼 퍼포먼스와 오케스트라 공연까지를 망라하며 21세기 대한민국 클래식 공연계를 대표하는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감각적이고 매우 자연스러웠다고 말할 수 있는 디토의 음악세계. 그렇다면 대중예술과는 궤가 다른 클래식 공연에서 이러한 예술적, 대중적 트렌드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중적이고도 신선한 접근으로 젊은 관객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던 디토

클래식 음악계에 전에 없던 팬덤 현상

20세기까지 한국의 클래식 공연계는 그 역사가 짧고 저변이 좁았던 탓에 극소수의 월드스타급 한국 음악가들과 해외의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나 명망 높은 음악가들의 공연이 중심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클래식 음악의 특성상 장르의 전통을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습득하거나 외국의 쟁쟁한 연주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대단히 어려웠으며, 성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고 이전 세대와는 다른 젊은 음악가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해외의 유수 콩쿠르에서 상을 휩쓰는 한편 현지인들보다 빼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오케스트라 단원 및 수석에 임명되는 등 예술적인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의 발전된 교육환경과 보다 넓어진 정보 공유, 음악에 대한 월드와이드적인 기준의 이해 등등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더불어 청중의 높아진 기준과 깊어진 음악에 대한 이해도 이러한 발전을 이루게 된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해외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 늘어난 만큼, 활동을 접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음악가들도 많아졌다. 이전 세대의 음악가들에 비해 젊은 감수성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만큼, 이들이 자신의 팬덤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점점 보편적인 현상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해외에서 활동하기 전부터 자신의 팬덤을 만들어놓은 연주자들도 제법 많은 편이었는데, 이는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 매니지먼트들의 역할도 컸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다소 보수적인 장르를 통해 ‘어떻게 팬덤을 생산해낼 것인가?’였는데, 마침 한국의 대표적인 매니지먼트인 크레디아(CREDIA)는 당시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젊은 연주자들을 발굴하여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접근방식을 보다 대중적이고 비주얼적으로 적용, 젊은 청중 층으로부터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을 거두었다. 그만큼 디토의 개성 넘치는 예술성과 변별성 강한 이미지가 주효했다고 말할 수 있다.

2019 디토 페스티벌 in 고양 ‘매직 오브 디토’를 책임질 앙상블 디토 멤버들. 위부터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다니엘 정(바이올린),
스테판 피 재키브(왼쪽, 바이올린), 유치엔 쳉(오른쪽, 바이올린), 제임스 김(왼쪽, 첼로), 김한(오른쪽, 클라리넷), 조지 리(피아노)

한국 문화예술의 아이콘이 된 디토

잘생긴 얼굴, 매너 있는 제스처와 행동들, 스타일리시한 복장과 적극적인 매스미디어 활동 등등 무대 위와 무대 밖에서 디토가 선보인 모습은 이전의 클래식 연주회나 연주자들의 그것과는 생경할 정도로 달랐다. 젊은 청중은 이러한 디토의 파격적인 행보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음악을 비롯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토는 일반적인 비주얼 아티스트가 아니라 진지한 개혁적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성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몇몇 대중적인 작품에만 호응했던 일반 음악애호가들과 10~20대의 젊은 청중들을 보다 심도 깊고 다양한 레퍼토리로 인도했다는 측면, 한국은 물론이려니와 해외 기준으로도 호평 받지 않을 수 없는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는 측면,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솔리스트들과 앙상블과의 협연을 통해 이질감 없는 예술적 일체감을 만들어내며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 동서 문화권을 아우르는 동시대성을 만들어냈다는 측면 등등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 피아니스트 지용을 주축으로 출발한 디토는 지난 12년 동안 300회에 가까운 공연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확장된 프로젝트인 디토 페스티벌의 공연도 60회가 넘는다. 그 결과 여러 시즌은 예술의전당 유료 관객 1위를 기록하였고, 매년 10개 도시 순회공연을 모두 매진시켰다. 또한 일본 데뷔 첫해에 7,000석을 매진시키며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클래식 시장에 당당히 진출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는 한·중·일 문화셔틀 콘서트를 통해 극동아시아 클래식 음악권을 하나로 모으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렇게 디토는 그 자체로 클래식 음악계를 넘어 한국 예술계의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고, 순수 국내 자본과 기획에 의해 그 수준을 한 차원 도약시킨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내 음악계의 판도를 바꾸고 음악회에서의 소통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한편, 한국 음악가들의 위상과 음악적 수준을 세계 기준으로 격상시키는 과정을 통해 청중과 하나 되는 진정한 음악의 즐거움을 알려준 디토. 그런 그들이 새로운 비전을 위해 2019년의 12번째 디토 페스티벌을 마지막 시즌으로 결정하였다. 지금까지 디토가 그려왔던 아름다운 음악가의 초상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까.

2019 디토 페스티벌 in 고양 ‘매직 오브 디토’의 협연자와 오케스트라.
윗줄 왼쪽부터 제레미 덴크(피아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피아노), 카를로 팔레스키(지휘자), 그리고 고양시교향악단

마법과도 같았던 순간들, 그 마지막을 맞이하며

오는 6월, 고양아람누리에서 개최되는 2019 디토 페스티벌 in 고양 ‘매직 오브 디토’(Magic of DITTO)는 총 4회 공연으로 이루어진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공연이자 마지막으로 열리는 공연은 6월 29일(토) 펼쳐질 디토 콘체르토 콘서트 ‘디토 meets 고양시교향악단’이다.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과 유치엔 쳉(바이올린), 제임스 정환 김(첼로)과 더불어 카를로 팔레스키가 지휘하는 고양시교향악단이 차이콥스키 ‘1812년 서곡’과 왁스만의 「카르멘 판타지」, 생상스 첼로 협주곡 제1번,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헤럴드」와 같은 대작들을 연주한다. 디토 솔리스트들의 화려한 비르투오시티가 펼쳐질 절호의 기회로, 디토의 지난 12년을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성대한 잔치이다.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불꽃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한편 6월 27일(목)에는 디토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정이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반주로 리사이틀을 펼칠 예정이다. 한국계로서는 처음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한 파커 4중주단의 리더이자 디토 앙상블의 주요 멤버로 활동해온 다니엘 정이 선보일 레퍼토리는 메시앙의 「주제와 변주」,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아르보 페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 슈베르트의 환상곡 D.934로서 낭만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그만의 신선한 서정성과 열기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2019년 마지막 디토 페스티벌 in 고양 ‘매직 오브 디토’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는 공연은 6월 22일(토)에 펼쳐진다. ‘디토 연대기’라는 의미심장한 타이틀을 붙인 만큼, 디토의 지난 활동을 압축시켜 보여주는 필살의 작품들과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군다나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한 이후 현재 젊은 피아니스트들 가운데 빼어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슈퍼스타 조지 리가 참여하여 이들의 연대기를 더욱 아름답게 장식할 예정이다. 슈만 피아노 5중주 Op.44와 모차르트의 현악 3중주를 위한 디베르티멘토 K.563 1악장, 모차르트 클라리넷 5중주 K.581 4악장, 드보르작 피아노 5중주 제2번 2악장, 마지막으로 브람스 피아노 4중주 제1번 4악장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동안 디토가 연주해온 대표 고전 레퍼토리들을 일별하면서 조지 리와의 환상적인 앙상블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2019 디토 페스티벌 in 고양 ‘매직 오브 디토’의 포문을 여는 공연은 바로 6월 12일(수) 펼쳐지는, 디토의 음악감독 리처드 용재 오닐과 제레미 덴크와의 ‘환상곡’ 프로그램이다. 지금의 디토 페스티벌을 있게 한 장본인으로서 비올리스트이자 음악감독인 용재 오닐이 이 마지막 공연에서 느끼는 감회는 남다를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환상곡’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그가 지금까지 보낸 세월이 꿈과 같은 환상이었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남아내고자 했다는 상상을 자극하기도 하는데, 이 중후하면서도 감수성 풍부한 비올라를 통해 그가 선보일 레퍼토리 또한 아주 매력적이다. 바흐의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BWV903」을 필두로 슈만의 「환상 소곡집」 「이야기 그림책」 같은 낭만주의 레퍼토리로 1부를 장식하고, 2부에서는 곧바로 현대로 들어와 시어 머스그레이브의 「In the Still of the night」와 켄지 번치의 「The 3G’s」, 힌데미트의 비올라 소나타 제4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비로소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는 디토 페스티벌. 하지만, 디토의 음악감독 리처드 용재 오닐이 모토로 삼은 “보다 즐거운 클래식, 클래식에의 공감”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슬로건은 이제 생명력을 다한 끝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부터 시작될 새로운 출발이라는 확신을 바로 ‘2019 디토 페스티벌 in 고양’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디토의 필살의 라인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브람스 피아노4중주 제1번 연주 영상

글. 박제성(음악평론가)
사진제공. 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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