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서 펼쳐지는 봄날의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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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ㅍㅍㅍ 페스티벌

음악 팬들에게 페스티벌은 너무나 친숙한 용어다. 힙합이나 전자음악 같이 대중적인 장르부터 재즈와 인디 록 같은 마이너 장르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형태의 페스티벌들이 열리고 있다. 이런 음악 페스티벌들이 성행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좋은 음악가들의 음악을 한데서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플레이그라운드’, ‘피크닉’, ‘페스티벌’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타이틀로 한 ‘플레이그라운드 피크닉 페스티벌’(일명, ㅍㅍㅍ 페스티벌)은 이러한 특성을 극대화한 훌륭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2018 ㅍㅍㅍ 페스티벌을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
낮에는 편안함이, 밤에는 열정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현장이다.

세 개 키워드의 머리글자 자음을 따서 ‘ㅍㅍㅍ 페스티벌’이라고도 불리는 이 페스티벌은 그 어느 페스티벌보다 이름에 충실하다. 훌륭한 음악가들이 공연을 펼치는 음악 페스티벌이 중심축에 자리하고, 다양한 놀 거리가 준비되어 있어 있으며,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잔디마당도 있다. 그린 농구와 미니 사방치기 같은 스몰 스포츠로 구성된 ‘파란하늘놀이터’, 그리고 ‘푸른잔디보물찾기’ 등 온가족이 하나가 되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데, 미션을 수행하면 선물까지 증정한다. 공연 무대인 고양아람누리의 노루목야외극장은 객석 뒤편으로 잔디마당도 있어, 피크닉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쪽에 자리를 잡는 것을 추천하다.

이런 환경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에는 ㅍㅍㅍ 페스티벌이 도심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ㅍㅍㅍ 페스티벌이 열리는 고양아람누리는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3번 출구 앞에 위치한다. 이제까지 피크닉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교외 지역으로 나가야 했던 반면, ㅍㅍㅍ 페스티벌은 접근성이 좋은 도심 속에서 열리는 것이다. 일상의 가까운 곳에서 피크닉과 라이브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강력한 매력을 지닌 페스티벌이다.

다채로운 빛깔의 음악 페스티벌

음악 페스티벌인 만큼, ㅍㅍㅍ 페스티벌이 각광받는 것은 결국 음악 때문이다. 올해 라인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월드뮤직이다. 우리나라의 보사노바 대표주자로 꼽히는 ‘나희경’, 한국적인 레게 사운드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노선택과 소울소스’, 젊은 감성으로 스카와 재즈의 경계를 허무는 ‘임채선 스카재즈유닛’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나희경은 현재 브라질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본토의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하여 낸 ‘한국적인 보사노바’ 앨범 『Amora』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ㅍㅍㅍ 페스티벌에서 그녀를 만나는 것은 브라질의 정통 사운드와 한국의 감성을 조화시킨 훌륭한 음악을 맛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노선택과 소울소스, 임채선 스카재즈유닛은 각각 레게와 스카라는 자메이카의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데, 장르적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직관적이고 매력적인 사운드를 선보인다.

피크닉과 함께하는 음악 페스티벌에 재즈 연주자를 어찌 빼놓을 수 있을까. ‘브라이언 신 & 더 스윙 메이커스’는 정말 색다른 밴드다. 이태원의 재즈 클럽 ‘올댓재즈’를 자주 찾은 사람이라면 이들의 음악을 접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뉴올리언스 재즈’나 ‘딕시랜드’라 불리는 고전 재즈를 다루는 밴드인데, 수자폰처럼 좀처럼 보기 어려운 악기도 연주하는 매력적인 팀이다. 현대 재즈에서 느끼기 어려운 경쾌한 리듬감과 멜로디로 관객들을 휘감을 것이다.

왼쪽부터 장필순, 노선택과 소울소스, 권순관, 마더바이브

우리나라에서 귀하디귀한 비브라폰 연주자인 ‘마더바이브’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굳이 따지자면 R&B와 재즈, 팝 정도를 언급할 수 있겠지만, 마더바이브가 표현해내는 음악적 색깔은 기존의 음악 장르로 특정해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성적이다. 작년에 첫 솔로 앨범을 냈지만, 우리나라 음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해온 베테랑 아티스트다. 왜 그토록 많은 음악가들이 마더바이브와 함께하려 했는지는 이번 ㅍㅍㅍ 페스티벌에서 확인해야 할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팝 아티스트들의 솔로 무대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전진희와 권순관, 조소정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팝 밴드 ‘하비누아주’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전진희는 감성적이고 투명한 터치의 피아노 연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번 봄날의 페스티벌에 완벽히 하나 되는 감성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다.

‘노리플라이’의 멤버이자 솔로 싱어 송 라이터 권순관은 특유의 매력적인 음색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소 건조하고 내려앉은 분위기에서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는 스타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조소정은 앞서 언급한 아티스트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우리 대중음악계의 아이콘적인 아티스트가 함께한다. 우리나라 포크 음악계의 거물인 장필순을 언급할 차례다. 작년에 앨범 『soony eight : 소길花』를 발표하며 컴백했고,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다. 포크를 넘어서 팝 적인 색채도 강한 까닭에 장필순의 음악이나 포크 음악에 낯선 이들까지도 매료시킬 것이다.

2018 ㅍㅍㅍ 페스티벌

봄날을 보내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

여러 측면에서 ㅍㅍㅍ 페스티벌은 편하고 부담감이 없는 페스티벌이다. 음악, 환경, 이벤트, 어느 한 곳에도 과장됨이 없다. 각자의 느낌은 다르겠지만, 나는 이 페스티벌이 ‘직선적인’ 행사라고 표현하고 싶다. 너무 많은 공연과 너무 많은 이벤트가 열려 무엇 하나에도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요즘의 수많은 페스티벌 속에서, ㅍㅍㅍ 페스티벌은 온전히 그 순간에 자리하게 한다. 잔디밭에 깔린 돗자리 위에서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듣는 아름다운 듣는 음악. 봄날의 주말을 이보다 아름답게 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글. 류희성(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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