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voyage! 프랑스로 향하다

김광석의 노래, 우리들의 추억
2019년 9월 30일
새롭게, 다르게, 이상하게
2019년 9월 30일
172019년 9월 30일
2019 고양시교향악단 콘체르토 시리즈 5

‘음악을 통한 5개국 유럽여행’이라는 주제로 펼쳐졌던 고양시교향악단(지휘 카를로 팔레스키) 2019 콘체르토 시리즈의 마지막을 소개할 시간이 왔다. 독일, 체코, 러시아,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로 떠나는 여정에는 2017 부조니 국제 콩쿠르 준우승에 빛나는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함께한다. 10월 26일(토) 오후 5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펼쳐지는 이번 음악여행의 감상 포인트를 송현민 음악평론가의 ‘2019 콘체르토 시리즈 5’ 프로그램 노트를 통해 미리 소개한다. [편집자주]

고양시교향악단의 ‘2019 콘체르토 시리즈’ 다섯 번째 무대는 프랑스의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라벨과 생상의 음악으로 채워진다. 라벨이 동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어미 거위』 모음곡, 전형적인 협주곡 양식에 화려함과 이국적 분위기를 담아낸 피아노 협주곡 G장조, 그리고 ‘오르간 교향곡’이라 불리는 프랑스 음악사의 기념비적인 작품, 생상의 교향곡 3번을 함께해보자.

마법 같은 동화책을 펼치다

라벨 『어미 거위』 모음곡

『어미 거위』(마 메르 루아)는 우리에게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장화 신은 고양이> 등의 작가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1628~1703)의 동화집 제목이다. 이로부터 영감을 받아 모리스 라벨(1875~1937)이 작곡한 이 곡의 첫 형태는 동화 같은 어린이용 작품이었다. 한 대의 피아노에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연주하는 연탄(連彈)곡으로 초연 때 실제로 두 어린이가 연주했다. 라벨은 이 곡을 관현악으로 편곡했고 1912년에는 전주곡, 간주곡 등을 덧붙여 발레곡으로도 편곡했다.

제1곡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파반’이다. 궁정의 시녀들이 오랜 동안 잠들어 있는 공주를 위해 깨우기 춤의 일종인 ‘파반’를 춘다. 제2곡은 ‘난쟁이’다. 난쟁이를 자식으로 둔 가난한 아버지는 그를 산에 버리지만 난쟁이는 돌을 던져 표시를 해두었다가 그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이를 안 아버지가 돌을 지니지 못하게 하자 난장이는 빵 조각을 던져 표시하지만, 새들이 와서 먹어버려 집에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제3곡은 ‘파고다의 여왕 레드로네트’다. 파고다란 아시아의 높은 탑을 뜻한다(탑골이라고도 하는데 한국의 탑골(파고다)공원을 떠올리길 바란다). 인형의 궁전에서 여왕이 탕 속에 들어가니 인형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한다는 내용이다. 음악의 분위기가 마치 중국 경극의 한 대목 같다.

제4곡은 ‘미녀와 야수의 대화’다. 미녀에게 아내가 되어달라는 야수의 간절함, 어찌 할 줄 모르는 미녀의 복잡한 심정을 지나 사랑의 힘으로 마법이 풀리고 행복한 대화를 연상시킨다. 제5곡은 ‘요정의 정원’이다. 젊은 왕자가 나타나 오랫동안 잠에 빠져 있던 공주를 깨우고 모두들 행복한 춤을 춘다. 이 모음곡의 피날레이기에 화려하게 마무리된다.

 

라벨 『어미 거위』 모음곡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_에드워드 가드너)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음악”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라벨은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동시에 작곡했는데, 일명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오스트리아의 대(大)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형 파울 비트겐슈타인이 제1차 세계대전 때 오른팔을 잃고 돌아오자 그를 위해 써준 곡이다. 오늘날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이라 하면 이 곡보다는 G장조로 된 곡을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라벨은 재즈와 같은 대중적 요소나 바스크들의 음악적 유전자를 작품에 불어넣기도 했다. 이는 그의 어머니가 바스크인이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텐데, 이 협주곡에도 바스크인 특유의 음악이 일부 녹아 있어 흥미롭다. 바스크족은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부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으로, 스페인에 더 많이 거주한다.

라벨은 1914년에 미완성으로 남긴 「Zaspiak Bat」(바스크어로 ‘일곱은 하나’)라는 작품에서 몇 가지 주제를 가져와 이 협주곡의 1악장과 3악장을 구성했다. 그 때문인지 1악장과 3악장엔 이국적인 분위기가 감도는데 스페인풍과 재즈풍의 분위기가 이질감 없이 잘 결합된 것이야말로 이 협주곡의 매력이라 하겠다.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 준우승과 청중상 수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협연한다.

1악장은 나무를 부딪쳐 소리 내는 ‘딱따기’(slapstick)라는 악기로 시작한다. 이 소리는 3악장에도 등장해 통일감을 느끼게 한다. 1악장에서 다섯 개의 주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중 제1주제는 바스크족의 민속음악을 연상시키고, 제2주제는 스페인의 음악을 느끼게 한다. 나머지 주제들은 재즈의 분위기가 일관한다. 인상적인 트럼펫 솔로와 타악기만의 특수한 음향효과, 여러 변수를 두고 움직이는 화음들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다채롭다.

느린 2악장은 1·3악장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조용한 피아노 독주로 시작하며 살짝 라흐마니노프를 연상시키고, 플루트의 독주가 들어오며 쇼팽의 녹턴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2악장의 주제는 라벨의 또 다른 인기작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처럼 매우 고풍스럽다.

빠른 3악장은 매우 유쾌한 악장이다. 제1주제는 귀를 찢는 듯한 호루라기 소리를 연상시키고, 제2주제는 민속음악 같으며, 제3주제는 떠들썩한 행진곡과 비슷하다. 3악장에선 프랑스풍의 위트뿐만 아니라 피아노에 숨어 있는 타악기적인 효과를 끄집어내어 재즈의 느낌을 강하게 살리고 있다. 이 대목에서는 동시대에 활동했던 프로코피예프나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라벨은 피아노 협주곡에 대해 “가볍고 재치가 있어야 하며, 심오함이나 극적인 효과를 노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그의 철학을 이 곡을 통해 기분 좋게 구현해내고 있다. 결국 이 곡은 1932년 1월 14일, 파리에서 초연될 때에 큰 인기를 얻었다. 세간의 평론은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음악”이라며 극찬했고, 라벨은 “모차르트와 생상의 작품과 비슷한 정신을 담아내려 애썼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왕립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_유리 테미르카노프, 피아노_마르타 아르헤리치)

피아노의 전설에게 헌정하다

생상 교향곡 3번 ‘오르간’

‘작은 오케스트라’라 불리는 피아노와 오르간이 함께하는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은 어떠할까? 샤를 카미유 생상(1835~1921)의 교향곡 3번은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이 작은 오케스트라들이 하나를 이루는 극히 호화로운 곡이다. 이 곡은 두 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각 악장을 다시 두 부분으로 구분했기 때문에 사실상 보통 네 악장을 지닌 교향곡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한 편의 장편소설을 읽는 듯 그 분위기의 전개가 이야기를 하는 듯하며, 대단히 문학적이다.

1악장은 애수에 젖은 듯한 느린 서주부로 시작하며 오보에와 플루트가 연주된다. 이후 현악기들과 관악기들이 자잘하게 새기는 촘촘한 음형을 타고 빠르게 제1주제가 흐른다. 그 분위기는 투쟁적으로, 서주와 제1주제는 기본 테마가 되어 전곡을 일관한다. 이후 강렬하고 긴박감 넘치는 흐름이 폭발적인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후 차츰 잦아든다. 거의 침묵으로 가라앉을 즈음 오르간의 화음이 은은하게 울려 펴지며 느린 악장에 해당하는 후반부로 접어든다. 희망의 찬가(讚歌) 같은 현의 테마가 유지되어 유려한 칸타빌레 선율을 노래하며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2악장의 전반부는 스케르초에 해당한다. 스케르초(scherzo)는 ‘해학’ ‘희롱’ 등을 뜻하는 말이자, 교향곡이나 현악 4중주에서 3악장에 쓰이는 방식을 뜻한다.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열정적인 흐름과 피아노까지 가세한 현란한 흐름이 눈부신 질주를 감행한다. 이 흐름이 차분히 마무리되면 그 정적 끝에 장엄한 오르간 소리가 전면에 부각되며 후반부가 시작되는데,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 교향곡에 왜 ‘오르간 교향곡’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를 알게 된다. 피아노가 연주하는 영롱한 아르페지오를 타고 바이올린에 의해 제1악장 전반부에 나왔던 주제 선율이 변주되어 흘러 나온다. 이후 오르간이 주도하는 찬란하고 박진감 넘치는 흐름, 현과 목관이 어우러지는 섬세한 흐름이 교차하며 클라이맥스를 구축한다. 마지막에는 오케스트라와 오르간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피날레의 울림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1886년에 완성된 이 곡은 생상 원숙기의 소산이다. 프랑스 고전음악의 형식을 완전히 체득한 생상이 자유분방함과 낭만적인 내용으로 19세기 이후 도래할 교향곡의 역사를 이 곡을 통해 암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작곡되던 해 5월 19일에 런던에서 생상이 직접 지휘봉을 잡고 초연했다. 피아노의 전설, 리스트(1811~1886)에게 헌정한 이 곡의 악보에는 ‘리스트를 추모하여’라고 적혀 있다.

 

생상 교향곡 3번 ‘오르간’ (파리 관현악단, 지휘_파보 예르비, 오르간_티에리 에스카이흐)

글. 송현민(음악평론가)

이 기사는 2019 고양시교향악단 콘체르토 시리즈 프로그램 북의 원고를 발췌한 것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