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다르게, 이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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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템플> 안무 겸 연출 심새인 인터뷰

심새인은 언제나 새롭기를 꿈꾼다. 그는 새로움이 재미로, 재미가 의미로 이어지는 과정을 좇으며 댄서이자 안무가, 배우로 오랜 시간 무대와 함께했다. 이번에는 언어 대신 ‘그림’으로 사고(思考)하는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을 만나 “이상한” 공연의 연출에 도전한다. 다채로운 표현 방식과 직관적인 의미 전달을 고민하는 연극 <템플>의 연출가 심새인을 만났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시도

Q. 고양아람누리 상주단체인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신작 <템플>의 연출을 맡게 되었다. ‘간다’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2014년에 연극 <뜨거운 여름>의 안무 의뢰를 받았었다. 대본이 재밌었고, ‘대훈’이라는 역할이 무용과를 나온 부산 출신이라 나랑 너무 비슷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스케줄이 많아서 거절하려고 민준호 연출가를 만났다. 대본 이야기를 나누다가 장면에 대한 상상 이야기로 이어졌는데, 마음이 너무 잘 맞는 거다. 카페에서 얘기하다가 안 되겠다 해서 술자리로 옮겼는데, 어느새 내가 그 작품을 하고 있더라. (웃음)

Q. 어떤 지점이 잘 맞았던 건가.
우리가 하는 일은 텍스트를 통해 상상한 것을 무대 위에 구체화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있는 상상을 타인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건 어려운데, 서로가 말하는 게 어떤 것인지를 금방 알아듣더라.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고 서로의 아이디어가 잘 결합하기도 했다. 그 과정이 재밌고 편해서 그 이후로도 창작할 일이 있으면 같이 하는 편이다. 놀러 오는 거다. (웃음)

Q. 신작 <템플>을 준비하면서 ‘이상한’이라는 표현을 썼더라. 어떤 부분이 이상한 것인가.
무대예술작품을 한다고 하면 나름 정해진 수순이 있다. 대본이 완성되고,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안무가를 포함해 다양한 창작진이 붙고, 배우를 만나서도 캐릭터에 맞게 리딩을 한 후 블로킹(blocking)을 잡고 장면을 만든다. 항상 똑같다. 연극이라고 하면 ‘인물들이 등장해 대화를 나눈다’ 같은 짜인 룰이 있다. <템플>은 ‘그렇게 하지 말자’에서부터 시작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상한’이라는 말을 쓴 거다.

Q. 인물이나 대본이 먼저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나는 안무가로서든 배우로서든 어떤 작품에 참여할 때마다 늘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 그런데 상업 프로덕션에서는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작업 과정에서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할 때가 있어 아쉽다는 얘기를 준호 형(민준호 연출)과 나누다가 그럼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고 거기에 준호 형이 이야기 살을 붙인 작품을 해보자는 얘기로 이어졌다. 그래서 이 작품의 대본을 보면, 맥락과 흐름이 있기는 하지만 완벽한 스토리를 알기가 어렵다. 장면을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대사가 들어오기도 하고 삭제되기도 하니까. 사람들이 요즘 무슨 공연을 하느냐고 물어보는데, 명확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연극의 형태가 가장 근접하다. 하지만 연극이라 말하기는 애매하고, ‘피지컬 시어터’라고 말하기에도 다른 성질이 존재한다. 노래를 하지만 뮤지컬도 아니고, 춤을 추지만 무용극도 아니다.

Q. 그렇게 새로운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을 발견했다. 그의 어떤 지점이 매력적이었나.
시각적 사고자라는 점. 그는 언어가 아닌 그림으로 사고를 한다. 어떤 사람은 대본을 볼 때 언어를 통해 이야기 구조를 소설처럼 상상한다. 나는 직업의 특성상 공간적으로 사고하는 편이고, 그러다 보니 위치에도 민감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언어를 통해 사고한다는 걸 생각하면, 내가 템플처럼 시각적 사고자는 아니지만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는 점에서 그에게 공감하는 지점이 있었다. 특히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아니다’라고 말할 때가 많다. 나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생각한다. 템플 역시 그렇고. 우리가 무대에서 표현하려는 것도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데, 그 새로운 방식이 템플이라는 인물과도 잘 맞았다.

연극 <템플>을 위해 신체훈련 중인 심새인과 배우들. 대사 대신 몸짓과 움직임으로 주된 표현을 하는 이 작품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배우도 관객도 ‘상상’하기 좋은 연극

Q. 실존 인물이 자폐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 않을까.
자폐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와 다른 인물을 다룰 때는 항상 조심스럽다. 템플 역을 맡은 배우도 처음에는 어디까지 표현해야 하는지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자폐라는 지점을 <템플>에서는 쿨하게 버렸다. 물론 실제로 템플이 자폐를 갖고 있고, 그런 인물들이 우리 주변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집중하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인물’ 그 자체다. 시각과 촉각, 청각이 예민한. 템플은 말을 조금 특이하게 하는 편인데, 왜 특이하게 말하게 됐을까를 고민하는 쪽인 거다. 극에서 보여주는 템플의 반응이 일반적인 반응과 다를 수는 있다. 그런데 그건 템플만이 아니라 인간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반응을 보이는 것뿐이다. 개개인의 성향이니까. 인물을 다룰 때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해버리면, 오히려 그 사람이 가진 특별함이 축소된다.

Q. 템플이 다르게 사고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우리 작품은 템플의 학창시절을 배경으로 그가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템플의 시각에서 그를 놀리는 아이들이 괴물처럼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되기도 하고, 우리가 바라보는 공간과 템플이 느끼는 공간이 나뉘어서 그려지기도 한다. 실재하는 존재가 눈에 보이면 ‘사고의 여러 다른 방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품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지, 무대까지 자유로우면 콘셉트에 눌리는 건 아닐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무대는 단순하게 꾸민다. 자유로운 이미지를 생각하며 잔디를 깔았고, 그 위에 하얀 문과 그네 하나를 놓는다. 배우들은 다 맨발로 연기할 거고. 배우도 관객도 상상하기 좋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Q. 분명 기존의 연극과는 다른 공연이 될 것 같다.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
내 사고를 확장하기는 쉽지만,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해야 하니까 그 부분이 어렵다. 내가 ‘이상한 공연’ 만든다고 시작했는데, 그 이상함이 어떤 이상함일까에 대한 질문이 들더라. 내가 하고 싶은 이상함은 평범하게 표현되지 않는 것이다. 그건 ‘다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기존의 틀을 흔들고, 다른 곳에서는 하지 않을 것들을 하는 것. 대신, 이 이상함을 관객이 이해하지 못하고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 무용을 오래 했지만 점차 무용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관객은 이해를 못 하는데 이상하기만 하다. 개인적으로 무용은 아름다움이나 몸의 기술적 신비함을 이해하는 것까지라고만 본다. 20대가 지나서 연극, 뮤지컬 쪽으로 넘어오니, 관객이 재미도 느끼면서 의미도 분명히 가져가더라. 우리 작품도 관객이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어렵지만 그래도 괜찮게, 맞게 가고 있는 것 같다. (웃음)

Q. 관객이 어떤 재미를 느끼길 원하나.
포스터에 ‘자폐인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된 템플 그랜딘의 색다른 자서전’이라는 문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없었으면 했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주제라는 것은 있다. 하지만 그것이 글로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 내 생각이 문장이 되면, 누군가는 그 문장을 읽고 거기에 갇혀서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관객이 느낄 수만 있다면, 나에게는 그것이 직관적으로 잘 만든 것이고 성공이다. 문장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건 말로 설득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작업을 할 때도 늘 관객이 어떻게 느낄까를 생각하고, 실제 공연에서도 내가 상상한 구간에서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게 좋다. 나에게는 정말로 관객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모두 다를 거라 생각한다. 대사 한 마디가 와 닿을 수도 있고, 몸의 움직임이 신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 장면을 봐도 모두가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않을 거다. 관객이 직접 와서 느끼는 것이 정답이다.

글. 장경진(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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