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음악이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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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철 트리오 Live 21.7MHz

공연이 멈춘 지 시간이 꽤 지났다. 다행인 것은 최근 공연장의 문이 조금씩 열리면서 아티스트의 모습을 무대에서 볼 수 있게 됐다는 것.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도 ‘새라새ON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7월에 열리는 세 번째 ‘새라새 ON 시리즈’는 피아니스트 윤석철의 음악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윤석철 트리오 Live 21.7MHz’다.

자유롭게, 색다르게, 꾸준하게

1985년생이니 윤석철도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지금은 장르 구분 없이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능력을 맘껏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이름 앞에는 ‘재즈 신동’이나 ‘재즈 천재’라는 단어가 붙는다. 2005년 울산재즈페스티벌 콩쿠르 대상과 2008년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콩쿠르 3위 등 재즈 아티스트로서 화려한 수상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재즈는 하나의 정해진 형식이 있지 않고 아티스트의 개성과 연륜이 중요한 음악이라 천재의 등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대학 새내기라고는 짐작할 수 없는 피아노 실력에 파워와 스윙감까지 겸비한 윤석철의 등장은 재즈계를 뜨겁게 만들었다.

마침 나는 라이브클럽 이곳저곳에서 그의 20대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거장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과 베니 그린(Benny Green)이 느껴지는 연주에 놀랐고 이후 윤석철의 행보에 주목하며 응원을 보냈다.

이제 명실상부 한국 재즈를 이끄는 피아니스트가 된 윤석철의 첫 시작은 2009년에 발표한 데뷔작 『Growth』이다. 베이시스트 정상이, 드러머 김영진과 함께 결성한 윤석철 트리오(Yun Seokcheol Trio)는 지금까지 멤버 교체 없이 이어지고 있다. 파트너의 변화가 잦은 재즈계에서 10년 넘게 3명이 호흡을 맞춰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연주만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끈끈한 브로맨스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Growth』부터 EP 포함 트리오 앨범은 6장을 발표했는데 활동의 분기점이 되는 것은 2014년에 발표한 『즐겁게, 음악.』이다. 전통적인 재즈 작곡과 연주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쳐내기 시작했다. 재즈가 가진 무거운 이미지를 벗겨낸 그의 연주 음악은 젊은 세대에게 충분히 어필했고 매우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제자와의 대화를 삽입해 유머러스하게 구성한 「렛슨 중」과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명곡을 오래된 게임에서 나올 법한 키보드 소리로 재해석해 연주하는 「Giant Steps」(2016년 발매한 앨범 『자유리듬』 수록곡)에서 그의 색다른 재즈적 표현 기법에 탄성을 질렀다.

 

윤석철 트리오 「즐겁게, 음악」

우리 모두 즐겁게 재즈!

윤석철은 재즈 연주 외에 대중가요의 작곡과 프로듀서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자이언티가 이문세와 함께 부른 「눈」이란 곡을 작곡했고, 요즘 유명인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부캐 ‘더 블랭크 숍’(The BLANK Shop)은 프로듀서 활동명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2019년 늦여름에 유재석이 이끄는 MBC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에 한국 최고의 연주자들과 함께 출연해 TV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음악 장르에서 활동하지만, 윤석철은 어린 시절 재즈의 꿈을 갈고닦은 홍대 재즈클럽 에반스에서 잼데이(Jam Day)의 호스트를 여전히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번 새라새극장 콘서트는 2019년에 발표한 『Songbook』을 중심으로 연주할 예정이다. 신곡 5곡과 기존에 발표했던 4곡을 다시 연주할 앨범으로 활동 10년을 정리하는 기록이다. 공연 타이틀 ‘Live 21.7MHz’에는 21년 7월 공연이란 의미와 함께 심야의 라디오 방송 콘셉트도 담겨 있어 디제이와 청취자처럼 아티스트와 관객이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윤석철답게 제목만으로도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 「그의 걸음걸이는 이상해」, 이제는 그의 대표곡이 된 「즐겁게, 음악.」까지 들을 수 있다. 여러분도 그가 들려주는 ‘즐거운 음악’에 빠져보시길 바란다.

글. 김광현(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사진 제공. 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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