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P무용단의 정수를 보여주는 베스트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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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OF LDP

현대무용은 심오하고 함축적인 특징 때문에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가 꽤나 어려운 예술 분야다.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힘들었던 2000년대 현대무용계에서 LDP(Laboratory Dance Project)는 유일하게 팬덤을 탄생시킨 무용단이다. 20년 넘게 한국 현대무용계의 중심으로 활동하며 대중적 수용력을 높여온 LDP의 대표작을 8월 28일(토)과 29일(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현대무용의 대중적 수용력을 높여온 LDP

대중에게 현대무용은 그리 친숙한 예술 분야는 아니다. 그 추상성과 상징성으로 인해, 다시 말해 표현의 난해함으로 인해,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현대무용계에서는 대중적 수용력을 높이는 일이 일종의 과제처럼 느껴져 왔다. 국내 현대무용계에서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단체라고 한다면 한국예술종합학교 실기과 출신들로 이루어진 이루는 LDP를 꼽을 수 있다.

‘Laboratory Dance Project’의 약자인 LDP는 2001년 창단된 이래로 신창호, 차진엽, 이용우, 김판선, 김성훈, 김보라, 김재덕 같은 걸출한 무용가들의 활약으로 무용계를 넘어 일반 관객에게 일종의 팬덤을 형성하였다. 보다 젊은 세대인 이선태, 류진욱, 안남근, 임샛별, 윤나라 등은 ‘댄싱 나인’이라는 TV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도 하였다. LDP의 창단 21주년은 현대무용의 대중적 수용력을 높이는 데 있어 하나의 지표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논할 수 있다.

원래는 작년 여름, 창단 20주년을 맞아 기획된 공연이었으나 거리두기 단계 상승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취소된 만큼 이번 공연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LDP <몸부림 MOMBURIM>

LDP의 현재를 이끄는 김동규의 <몸부림 MOMBURIM>

김동규는 LDP의 대표로서 좌충우돌 개성 넘치는 젊은 무용가들을 한데 아울러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 <몸부림 MOMBURIM>은 말 그대로 어떻게 춤을 춰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는 ‘몸부림’이다. 김동규는 “공연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 어느새 무용수들이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더라, 어떻게 춤을 춰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움직이는 것보다 반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해 트레이닝’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숙련된 무용수 10명의 몸 안에 내재한 근본적인 몸짓으로부터 서서히 에너지와 역동성을 고조시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분위기를 돋울 줄 아는 김동규만의 스타일이 여실한 작품으로 이번에 소극장에서 보다 가까이 감상할 수 있다.

LDP의 현대무용은 일련의 심오한 주제와 연결하려 하기 보다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움직임 그 차제를 관조하는 것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살아 숨 쉬는 인간의 몸이 펼칠 수 있는 최대치의 에너지, 감각, 기량, 열정이 그들의 최대 장점이다. 바로 이것이 쓸데없이 심오하고 함축적인 다른 현대무용에 비해 일반 관객의 눈과 마음을 끌어당기는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LDP <노코멘트 No Comment>

LDP의 정체성, 신창호의 <노코멘트 No Comment>

신창호는 LDP의 창단 멤버로서 그의 존재 자체가 LDP의 방향성과 발자취를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실기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노코멘트 No Comment>는 2002년, 불과 스물다섯 살이었던 신창호가 대학 발표회에서 초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표작으로 명명되면서 LDP의 정체성을 확인시키는 작품으로 거론되고 있다. LDP가 크고 작은 공연이나 행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추는 대표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No Comment>는 독일 뮌헨 공연 당시 TV에서 우연히 본 이라크전의 참상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폭격을 받아 폐허가 된 집 앞에서 자신의 얼굴과 가슴을 치며 절규하던 한 중년 남자. 그의 모습으로부터 가족과 재산 등 한 사람의 삶 전부를 앗아가는 전쟁의 참상을 느낀 신창호는 이러한 처절한 절규를 작위적이고 기교적인 동작 없이 단순하게 온몸을 치고 던지고 내달리는 움직임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초연 당시 LDP의 내로라하는 남자무용수들이 대거 출연한 이 작품은 무용계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도 화제를 모았다. 20년 가까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서는 묵직한 의미는 퇴색된 채 강한 몸짓만 남은 듯한 인상도 없지 않으나, 이번 공연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초연 때 느낌을 되살리겠다고 한 만큼 기대할 만하다.

글. 심정민(무용평론가·비평사학자)
사진제공. LDP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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