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이끄는 세 가지 감동 내일로 나아가는 세 편의 작품

인생을 담아, 예술을 담아 운율과 영혼을 담아
2021년 6월 25일
열등감은 나의 힘
2021년 7월 23일
82021년 6월 25일
2021 디지털-씨어터 스테이지

기술적 시도로 예술의 상상력을 확장하여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공연 시리즈, 고양문화재단의 『2021 디지털-씨어터 스테이지』가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세 편의 작품이 차례로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기술과 예술의 융복합 작품들이 우리 공연예술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어느 정도 실현될지 세 편의 작품을 직접 경험해보시길 바란다.

‘디지털-씨어터’(Digital-Theater)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AI(인공지능), 프로젝션 맵핑, 레이저 파사드,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기술과 공연예술이 접목된 융복합 창작예술을 의미한다. 고양문화재단의 『2021 디지털-씨어터 스테이지』는 본격적인 4차 산업시대로 접어들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 현장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새로운 기술과 기존 공연예술의 장점이 접목된 공연들을 만나볼 수 있는 차세대 공연 시리즈로 기획되었다.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진행된 공모를 통해 총 26개 작품이 접수되었고, 서류 및 포트폴리오 심사, 인터뷰 심사를 거쳐 최종 세 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기술을 공연 콘텐츠에 접목시키는 명확한 이유와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론을 심사하였고, 해당 기술이 가진 미래적 비전 또한 고려하여 초연작 한 편과 재연작 두 편을 선정하였다.

첫 번째 디지털-씨어터 스테이지

메타 휴먼과 함께 떠나는 생존 여정

연극 <A,아이>

6월 25일(금)부터 27일(일)까지 공연되는 첫 번째 작품은 ‘메타 휴먼’ 기술을 활용한 연극 <A, 아이>이다. 연극이 사라진 시대에 연극의 흔적을 좆는 여정을 담아내는데, 모션 캡처로 인물을 본뜨고 언리얼 엔진 프로그램으로 AI를 활용하여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메타 휴먼’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다.

때는 연극이 사라져버린 어느 시기, 미래의 인물인 주인공 ‘아이’와 언리얼 엔진 프로그래밍으로 탄생한 과거의 인물 ‘A’가 함께 떠나는 생존을 위한 여정이 그려진다. 배우 대신 메타 휴먼으로 설정된 ‘A’는 관객들로 하여금 보다 객관적으로, 동시에 보다 다양한 형태로 과거의 인물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과거의 인물과 미래의 인물이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변하는 동안, 관객들 또한 다양한 질문과 생각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홍사빈은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발가락 육상천재> 등을 통해 주목받던 신예 배우에서 이제는 본격적인 창작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하려 한다. 드라마의 재현적 속성을 배제하고, 흥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젊은 창작자의 새로운 감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주목 받는 배우 박창욱과 권슬아가 각각 다른 매력으로 젠더 프리(gender-free)의 ‘아이’를 연기하며, 최근 <당클매다>로 21세기 굿판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 미디어아트 그룹 이스트허그(EASThug)가 참여해 극의 완성도를 한껏 높일 예정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떠나는 이 길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두 번째 디지털-씨어터 스테이지

비현실과 몽상이 뒤섞인 모험

3D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7월 24일(토) 공연되는 두 번째 작품은 루이스 캐럴의 명작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원작으로 한 가족 뮤지컬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지금 읽어도 파격적인데 논리성과 일상성이 배제되어 있으며, 충동적이고 무정형의 꿈과 같은 공간을 탐험하는 용기로 충만한 작품이다. 1865년 발표된 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대성을 담보하는 놀라운 작품이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회자되는 고전이 될 것이다.

스토리의 돌발성과 장면 구성의 난해함으로 인해 공연화가 만만치 않은 이 작품을 3D 기반으로 풀어낸 것이 바로 『2021 디지털-씨어터 스테이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원작 소설의 이야기 구조를 단순화하여 보다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으며, 자체 개발한 나안 홀로그램 시스템(3D 안경 없이 3D를 볼 수 있도록 구현하는 기술)과 인터랙티브 가상 배우 시스템 등으로 실제 표현하기 어려운 공상의 세계를 완성도 높게 그려내 몰입감을 준다.

나른한 오후, 글씨만 빼곡한 책을 읽고 있던 소녀 앨리스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상상한다. 그때 갑자기 나타나 어디론가 향하는 시계토끼. 호기심을 느껴 시계토끼를 쫓아가던 앨리스는 굴 속에 갇히게 되고, 다행히 신비의 물약을 먹고 몸이 작아져 그곳을 탈출한다. 다시 시계토끼의 안내로 이상한 나라에 들어선 앨리스는 무심코 커다란 케이크를 먹는데, 하필 그 케이크는 그곳을 공포로 지배하는 붉은 여왕의 것이었다. 지명 수배가 내려져 쫓기는 신세가 된 앨리스. 앨리스는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세 번째 디지털-씨어터 스테이지

모두의 마음에 남아 있는 따뜻한 우정

미디어 파사드 <내 마음 속 어린왕자>

8월 7일(토)과 8일(일)에는 전 세계인의 가슴에 살아 숨 쉬는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가 첨단 영상 기법이 결합된 작품으로 재탄생된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는 소설가인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비행사였다. 생과 사를 가른 전장 이면에 그가 남겨놓은 아름다운 동화 <어린왕자>는 시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서 깊은 깨달음과 울림을 전하여 ‘어른을 위한 동화’로도 일컬어지고 있다.

<어린왕자>를 모티프로 하여 극단 자유마당이 새롭게 창작해낸 <내 마음 속 어린왕자>는 미디어 파사드와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하여 사막과 우주의 풍경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어린왕자>의 여러 에피소드에 담긴 따뜻하면서도 성숙한 시선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고양시에 터전을 두고 있는 극단 자유마당의 김영배 작·연출 작품으로 지난 2017년 중국연극협회 초청으로 중국에서 초연하였고, 이번 8월 공연이 국내에서는 초연이다.

사랑하는 손녀의 생일. 그날은 할아버지가 과거 비행 조종사였던 시절에 어린왕자와 만나 신비한 우정을 나누다가 헤어진 날,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간 날이다.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어린왕자와의 짧은 만남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사막에 불시착해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왕자와의 기묘한 만남, ‘장미’ ‘이별’ ‘왕’ ‘여우’ ‘뱀’을 만났던 소행성에서 지구까지 이어지는 어린왕자의 여정을 말이다. 신비롭고도 슬픈 삶의 철학 끝에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별이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피어난다.

글. 김창훈(고양문화재단 공연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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