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조명의 야외무대에서 나를 찾아 탈바꿈하는 시간

베토벤의 바이올린 탐구, 그 노정의 의미를 조명하다
2021년 7월 26일
고양의 저명 예술인들이 펼치는 고양시 모티브의 창작 릴레이
2021년 7월 26일
102021년 7월 26일
천하제일탈공작소 탈춤극 <노페이스 No Face>

정발산 숲으로 둘러싸인 야외무대에 ‘키네틱 아트’ 조명이 더해져 더욱 특별해지는 공간. 그곳에서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쉽고 재미있는 탈춤 한마당이 펼쳐진다! 9월 29일(수)부터 10월 2일(토)까지 고양아람누리 야외공연장(잔디주차장)에서 공연되는 탈춤극 <노페이스 No Face>가 그것이다. 얼굴 없음(No Face)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신만의 얼굴을 찾아가는 여정을 신비로운 조명의 야외 공간에서 함께 따라가 보자.

신비로운 조명의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전통예술

흥겨운 탈춤과 노래 속에 풍자와 해학을 담아 시대의 부조리와 모순을 풀어내는 우리 전통 탈춤으로 오늘날의 사회를 들여다본다면, 어떤 문제들을 담아낼 수 있을까? 천하제일탈공작소의 탈춤극 <노페이스 No Face>는 왕따, 외모지상주의, 성적지상주의 등 요즘 청소년들이 특히 고민할 법한 이슈들을 다루며 관객들과 공감을 나누는 공연이다.

우리 전통 마당놀이가 그러했듯 <노페이스 No Face>는 마당놀이 형식으로 야외광장에 빙 둘러 앉은 관객들을 만난다. 경계 없는 무대와 객석에서 탈꾼들과 관객들은 숨소리까지 한층 가깝게 느끼며 소통하게 되는데, 여기에 수십 개의 움직이는 조명인 ‘키네틱 아트’까지 결합하면서 숲속의 야외무대가 더욱 신비로운 공간으로 다가온다.

탈춤극 <노페이스 No Face>

나만의 얼굴을 찾아가는 색다른 여정

탈춤극 <노페이스 No Face>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외치면서도 은근히 노페이스(얼굴 없음)를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비슷한 얼굴을 한 채, 비슷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대한민국 청소년들과 우리 자신들을 그리고 있다. 제목 ‘노페이스 No Face’는 얼굴을 가린 ‘탈’을 의미하기도 하고, 청소년 등골브레이커로 알려진 어느 브랜드를 가리키기도 한다. 서로 너무 비슷해서 ‘얼굴 없음’인 것이다.

<노페이스 No Face>에는 안동 하회탈 가운데 ‘이매탈’, 고성오광대의 ‘문둥이탈’, 그리고 북청 사자놀음의 ‘꼽추탈’ 등 세 가지 전통 탈이 등장해 얼굴 없는 사회에서 저마다의 얼굴을 찾아간다. ‘이매탈’은 웃는 얼굴 뒤로 따돌림의 슬픔을 감춘 인물, ‘문둥이탈’은 외모 지상주의 속에서도 당당한 기백이 있는 인물, ‘꼽추탈’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점점 오그라드는 인물의 상징이다. 이들 세 캐릭터의 여정을 통해 관객들도 각자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어떤 얼굴로 오늘을 살았을까? 앞으로의 우리는 어떤 얼굴로 살아가야 할까?

이를 위해 <노페이스 No Face>는 전통 탈춤에서 탈과 탈꾼이 보여주는 관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탈은 욕망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드러내는 장치다. 하지만, 탈을 착용하는 순간부터 그 욕망은 탈꾼이 아닌 탈의 욕망이다. 탈꾼은 탈을 쓰고, 탈이 되면서, 자신으로부터는 탈(脫)해 왔다.

<노페이스 No Face>에서는 각각 문둥이탈, 이매탈, 꼽추탈을 쓴 탈꾼 허창열, 이주원, 박인선이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내며 얼굴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데, 그 여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탈을 벗고 자신의 얼굴을 찾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일깨워준다.

탈춤극 <노페이스 No Face>

탈춤의 경계를 넓히는 오늘의 탈꾼들, 천하제일탈공작소

탈춤극 <노페이스 No Face>를 제작한 ‘천하제일탈공작소’는 탈춤의 원리와 정신을 기반으로 동시대의 관객들과 함께 어울리는 공연을 만들고자 하는 오늘날의 탈꾼들이 모인 단체다. 전통탈춤의 예술성과 우수성을 알리는 것은 물론 여러 지역의 탈, 움직임, 음악, 언어를 확장하며 현 시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작 활동도 펼치고 있다.

전통 레퍼토리인 <탈&춤> <탈바꿈> <가장무도> 외에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을 토대로 한 <오셀로와 이아고>(2018), 염상섭의 소설 <삼대>를 재해석한 <삼대의 판>(2019), 연암 박지원의 동명 여행기를 무대화한 <열하일기>(2021) 등의 창작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남다른 실험성과 현대적 해석력으로 탈춤의 경계를 꾸준히 넓혀 오고 있다.

동시대 음악어법으로 만나는 전통음악 정신, 음악그룹 나무

<노페이스 No Face>의 음악을 맡은 ‘음악그룹 나무’는 대금 연주자 이아람을 중심으로 타악 연주자 황민왕, 베이시스트 최인환, 피리 연주자 성시영 등 4명의 창작자 겸 솔리스트로 구성된 단체로, 전통음악의 깊은 정신을 바탕으로 한 동시대 음악어법이 돋보이는 이들이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으로 전통 제의인 굿의 미학을 선보인 <실크로드 굿>(2018), 「종묘제례악」을 재해석한 <팔음>(八音, 2020) 등이 대표작이며, 이번 <노페이스 No Face>에서도 독특한 해석과 사운드로 공연을 빛낸다.

탈춤극 <노페이스 No Face>

글. 류민영(고양문화재단 정책기획팀)
사진제공. 천하제일탈공작소

고양문화재단에서 알려드립니다

이 포스트에 소개된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 혹은 전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포스트 제작 당시와 달리) 일정이 변경되었을 수 있으며, 추후에도 진행 여부 및 일정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 점 널리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