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마르틴 슈타트펠트 피아노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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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2016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2

마르틴 슈타트펠트 피아노 리사이틀

바흐 스페셜리스트,

‘음악의 헌정’으로 찾아오다

 

‘건반 위의 젊은 거장’ 김선욱, 마르틴 슈타트펠트, 그리고 임동혁을 차례로 만나는 ‘2016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시리즈’ 두 번째 무대가 10월 1일 펼쳐진다. 7월의 연주자 김선욱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이는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한 마르틴 슈타트펠트! 독일 낭만주의 피아니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슈타트펠트는 2009년 첫 내한 리사이틀에서 명료하면서도 서정적인 연주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선보여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2011년과 2013년에도 한국을 찾았던 그가 2016년 아시아 투어의 한국 무대로는 고양아람누리를 선택했다(고양아람누리 단독공연). 프로그램은 바흐 말년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음악의 헌정’과 쇼팽의 두 연습곡(에튀드)으로 또 한 번의 명연이 기대된다. 피아니스트 김주영의 기고로 마르틴 슈타트펠트를 미리 만난다. [편집자주]

마르틴슈타트펠트 2 ⓒ Marco Borggreve 사진제공_소닉클래식

이 시대 바흐 스페셜리트스로 손꼽히는 마르틴 슈타트펠트
ⓒ Marco Borggreve / 사진제공 소닉클래식


특정 작곡가의 해석에 능하다고 하는 스페셜리스트,

그 중에서도 ‘바흐’ 전문가는 하늘이 내린다는 사실을 실감한 무대

 

예상치 못한 만남, 그리고 거기서 경험하게 되는 뜻밖의 즐거움은 굳이 모험을 즐기지 않는 성격의 사람이라도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2009년 초여름 독일의 피아니스트 마르틴 슈타트펠트와의 첫 만남도 그랬다. 정식 연주회가 아닌 음반의 쇼케이스로 참여했던 그와의 초저녁 미팅은, 나의 예상을 적당히 빗나가 오히려 흥미로웠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러시아의 대가 레프 오보린 문하의 레프 나토체니에게 배운 이력 때문에 연주나 주법에 엄숙주의가 묻어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나의 예상부터 틀리기 시작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렇다고 아주 자유분방한 젊은이도 아닌 슈타트펠트는 오히려 만만디에 가까운 성격이었다. 하긴 190cm가 넘는 키와 정통 멜로영화에 출연해도 주인공이 될 듯한 외모에 어떤 성격이 안 어울리겠는가마는, 그저 접하는 모든 작품과 그에 따른 숙제들을 전혀 어려움 없이 해결해버리는 그 정도의 능력자라면 굳이 무대에서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겠다 싶어 부러웠다.

바흐의 연주에 있어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지는 페달의 문제와 복잡한 암보, 템포 등에 대한 내 질문에 아무 어려움을 겪지 않은 사람처럼 척척 (하지만 겸손하게) 대답했던 기억이다. 한 악장만 연주할 슈베르트의 소나타에서 악보가 생각나지 않을까봐 걱정이라고 살짝 언급했지만, 예정된 시간을 넘겨 연습시간을 줄이고 대화의 꽃을 피우던 슈타트펠트는 특별한 준비도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쇼케이스를 시작했다.

특정한 작곡가의 해석에 능하다고 하는 스페셜리스트, 그 중 ‘바흐’의 전문가는 정말 하늘이 내린다는 사실을 실감한 무대였다면 과장일까. 통일된 하나의 콘셉트를 고집하지 않고 작품마다 서로 다른 율동감과 즉흥성을 부여한 평균율 1권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또한 작은 공간임을 감안하여 조정한 풍부한 배음의 페달은 현대 피아노로 엮어낼 수 있는 이상적인 음향을 만들어냈다.

그해 가을에 만난 슈타트펠트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신선하다 못해 도발적이었던 음반과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마르틴 슈타트펠트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감상하기) 한층 노련해진 다이내믹 변화와 함께 섬세한 아고긱 조절로 다양한 뉘앙스를 만들어낸 것은 물론이고, 피아노와 쳄발로의 건반악기라는 공통분모를 교묘히 사용한 명인기의 표출이 일품이었다. 아울러 내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프랑스 풍의 서곡’ BWV 831은 작품이 지향하는 오케스트라적 이디엄을 강조하지 않고 모노톤으로 해석해냈음에도 악상이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호연이었다.

음반의 일환으로 2년 후 가진 평균율 1권 전곡 연주를 포함해, 슈타트펠트의 바흐는 30대 중반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호기롭게 실력을 과시하는 수준을 일찌감치 넘어 애호가들의 무한신뢰를 받는 단계에 이르렀다. 두 장에 걸친 바흐의 협주곡집 녹음도 정교한 테크닉과 시종 즐거움을 강조하는 바로크적 화려함으로 가득 차 있는 연주로, 스위스의 실내악단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의 긴밀한 음악적 ‘밀당’이 인상적이었다.

잘라낸_마르틴슈타트펠트 6 ⓒ Adrian Bedoy

한 곡, 한 곡 오랜 시간 다듬고 고민하며 다채로운 색채의 낭만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슈타트펠트 ⓒ Adrian Bedoy


사려 깊고 묵직한 서정성,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현명함,

거대한 음의 건축물의 구축에 비견되는 작은 것에 대한 애정

 

거의 모든 연주자가 그렇듯 슈타트펠트 역시 자신을 한정된 이미지의 피아니스트로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직 적극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독일어권의 작곡가들을 중심으로 낭만파 레퍼토리에 대한 창조적 연구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 20대부터 애정을 갖고 다뤄 오고 있는 작곡가들은 슈베르트, 멘델스존, 그리고 슈만이다.

슈만의 작품 중 가장 먼저 녹음한 작품은 Op.99 ‘갖가지 소품’과 Op.7 토카타였다. 재기발랄함과 어둠을 오가는 뛰어난 연출력과 안정감 있는 기교가 돋보인 슈타트펠트의 슈만 해석은 2015년 녹음한 협주곡 a단조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마크 엘더 지휘, 할레 오케스트라)

첫 내한에서 일부만 소개했던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 D.960도 슈타트펠트가 지향하는 낭만 레퍼토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요절한 작곡가의 ‘백조의 노래’가 전달하는 비극성이나 초월의 경지를 의식하는 대신, 슈타트펠트는 자신만의 프레이징과 터치로 사려 깊고 묵직한 서정성으로 대곡을 신중하게 헤쳐 나가는 모습이다. 이른바 ‘독일파’ 피아니스트의 해석이라고도 하겠으나,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현명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네빌 매리너 경의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호흡을 맞춘 멘델스존 협주곡 1번 역시 슈베르트에서 보여준 무게감이 적절히 나타난 호연이었다. 서두르지 않는 템포감과 정확한 아티큘레이션, 과도하지 않게 나타나는 비르투오소적 요소가 절제되어 나타나는 연주로, 이 역시 그와 같은 세대의 분방함과는 스마트하게 차별화되는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이미 2013년 내한 무대에서 다채로운 색채의 낭만 레퍼토리를 선보였음에도 그의 행보가 느리게 느껴지는 이유는 한 곡, 한 곡 오랜 시간 다듬고 고민하며 조심스레 선보이는 그의 스타일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바흐와 같은 거대한 ‘음의 건축물’의 구축에 익숙한 슈타트펠트가, 극단적으로 작고 가벼운 내용의 소품들, 특히 작곡가의 유년시절 작품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음반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특별하다. 25세 때 녹음한 바흐의 ‘작은 전주곡’ 열네 곡을 비롯해, 2014년 녹음한 슈만의 ‘어린이 정경’ Op.15는 그의 ‘작은 것에 대한 애정’을 지속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후자의 슈만은 기존의 루바토와 리듬적 요소 등을 모두 뒤집어 놓은 듯 파격적인 해석인데, 수공예품을 만들 듯이 한 땀, 한 땀 새기듯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정성이 경탄을 자아낸다.

신보인 모차르트의 협주곡도 두 번째 장에 서프라이즈가 기다리고 있는데, 여덟 살의 모차르트가 런던에 체류할 당시 썼던 스케치들을 재구성하여 녹음한 것이다. 시간으로는 55분, 36개의 트랙에 실려 있는 1, 2분 남짓의 스케치들에 천재소년 모차르트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바, 모두 슈타트펠트의 사려 깊은 배려 덕이다. 완숙함과 유려함이 전곡을 기분 좋게 감싸고도는 첫 번째 장의 협주곡 K.271 ‘쥬놈’과 구성의 묘를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마르틴슈타트펠트 7 ⓒ Yvonne Zemke

10월 1일 고양아람누리에서 바흐 ‘음악의 헌정’과 쇼팽 연습곡을 연주하는 슈타트펠트 ⓒ Yvonne Zemke


음반과 실연 양쪽에서 접할 기회가 드문 문제작,

바흐 ‘음악의 헌정’으로 맞이하는 10월의 첫날

 

고양아람누리가 준비한 반가운 이번 10월 내한공연은, 슈타트펠트의 탁월한 재능이 그동안 걸어온 음악여정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바흐의 역량이 최고조로 발휘된, 다성부 음악의 대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음악의 헌정’ BWV 1079는 무대에 올리는 것 자체가 관심거리이다. 솔로와 실내악이 번갈아 나오는 텍스트를 피아노로 구현하는 과정은 넉넉한 연주력은 기본이요,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적 요소 전반을 꿰뚫고 그 안의 상호 역학까지도 파악하고 있어야 연주가 가능한 문제작이기 때문이다. 음반과 실연 양쪽에서 접할 기회가 드문 역작임에 분명하다.

후반부에 연주될 쇼팽의 연습곡 Op.10, 연습곡 Op.25는 음악가들에게는 물론이고 애호가들에게도 자신만의 확실한 연주관이 자리 잡혀 있는, 그렇기에 누가 연주해도 도전이 될 수밖에 없는 무대이다. 초기 낭만의 우아함과 쇼팽의 순수함을 표현할지, 구조와 비례를 우선시하는 독일식 합리성을 선택할지, 아니면 자유분방하게 그려지는 명인기의 향연을 들려줄지, 마르틴 슈타트펠트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글. 김주영 (피아니스트, <Pianist Now, 피아노로 글을 쓰다> 저자)

 

                                                                                                                                      

2016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2
마르틴 슈타트펠트 피아노 리사이틀

잘라낸_슈타트펠트포스터출력

 

 

 

 

 

 

 

 

 

일시 : 2016.10.1(토) 7:00pm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 홀)

프로그램 : 바흐_ 음악의 헌정, BWV1079 / 쇼팽_ 연습곡 Op.10, Op.25

대상 : 만7세 이상

입장료 : R 7만원, S 5만원, A 3만원

문의·예매 : 1577-7766 / 예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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