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예술]누구나 예술가가 된다_3화:색안경 편

코 끝에 찾아온 겨울, 어반자카파가 여러분을 데리러 갑니다
2016년 11월 14일
2016 경기유망작가전 생생화화(生生化化) – 신진:열네 개의 시선
2016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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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스타일 맞춤 문화예술공감기 –

 

 

때론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세상이 어지러운 요즘, 검색어 몇 자만 두드리면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인데 우리는 다시금 스스로에게 반문하게 된다. ‘과연 나는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왜 알고 있는 것인가?’ 이제 알만큼 알아서, 혹은 더 이상 뭘 알아야 한다는 게 지긋지긋해서, 딱히 그 것이 내 삶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가는 것, ‘배움’을 너무 일찍 놓게 된다. 또는 ‘배움=공부’라는 틀에 박혀 필요에 의한 배움을 강요당한다고 생각한다.

배움에는 다양한 뜻이 있다. 같은 듯 미묘하게 다른데, 사전적 의미의 ‘배움’은 ‘새로운 지식이나 교양을 배우는 것’이라는 뜻과 함께, ‘경험하여 알게 되다’의 뜻도 가지고 있다. 알게 되는 것은 대상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다. 즉 과거의 나의 ‘앎’을 기반으로 하여 내 눈과 뇌에 씌여진 유일무이한 색안경을 끼고 새로운 경험을 습득한다. 그리하여 인생에 경험이 쌓이면 쌓일 수록 나의 ‘색안경’은 그 색채를 더 해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무지개 같은 삶의 어느 한 귀퉁이에

단색으로 물들어 살고 있지는 않을까

11-2 1-1 색안경2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때로는 굉장히 짙은 검정 ‘색안경’을 낀 것처럼 가치관, 고정관념이 박혀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볼 때가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색이 거의 없는 투명에 가까운 ‘색안경’을 끼고 대화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정보를 그대로 복사하듯 수용하고, 또 그대로 배포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색안경’을 갖고 있는 사람과 통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그러면 초록은 초록 끼리, 빨강은 빨강 끼리 관계를 형성하고 비슷비슷한 시각들로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쏟아내며, 비슷비슷한 모습들로 고개를 끄덕이며, 비슷비슷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당신의 삶은 어떠한가?

낯선 이의 생각이 궁금해지다

그런데 가끔 보편적인 삶이라 위안하며 그럭저럭 살아가는 우리들이 다른 ‘색안경’이 궁금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주말에 본 영화 너무 재밌다, 근데 결말이 뭔가 이상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신발을 사긴 사야하는 데, 이거 진짜 괜찮은 것 맞나?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하지?

이 결혼 잘하는 걸까? 내게 이 직업이 맞는 걸까?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

 

소소한 궁금증에서부터 일생일대 결정의 순간 까지, 우리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생각, 내가 살아보지 못한 인생, 내가 맛보지 않은 무언가에 대해 호기심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유연한 사고와 판단을 얻기 위해 다른 이의 ‘색안경’이 필요한 순간들이 존재한다. 큰 결정, 새로운 도전에 앞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선택을 하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다.

똑똑한 사람들의 비범한 ‘색안경’이 실제로 안경처럼 존재해서 잠시 빌려 쓸 수 있다면야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이러한 순간들을 위해서 타인의 ‘색안경’을 써보는 것을 대신 할만한 조금 특별한 경험이 필요하다.

열네 개의 시선을 훔쳐 보다

여기, 아람미술관에 열네명의 작가들이 자신의 생각, 시선을 통한 깊은 사고의 끝에서 얻은 선물 같은 ‘무언가’를 펼쳐 놓았다. 우리는 이러한 응축된 형태로 전시된 결과물들을 바라봄으로써 내가 겪어보지 못한, 생각지 못했던 아주 오묘하고 독특한 ‘색안경’의 창조물들을 체험할 수 있다. 일상 속에서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경기도에 살고 있는 14인이 어떤 생각과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였는지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전시란 그런 것이다. 어렵고 전문적인 예술도 교양도 아닌, 그저 우리 곁에 스쳐가며 살아가던 누군가가 자신의 깊은 생각과 고민, 감동, 질문과 답들을 한 데 모아놓고 넌지시 ‘색안경’을 건네는 즐거운 경험과 발견의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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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경기유망작가 생생화화 – 신진 : 열네 개의 시선]프로그램 안내 및 작가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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