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악을 세계에 알린 거장, 아람극장으로 귀환하다

지친 일상에 붙이자, 쉼표
2017년 3월 19일
사진으로 희망을 품다
2017년 3월 20일
02017년 3월 20일

 2017 아람누리 개관 10주년 – 거장의 귀환 Ⅰ

 조수미 ‘봄의 열정 Spring Passion’ 

 _

_
고양아람누리가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아 ‘거장의 귀환’ 시리즈를 마련했다. 첫 순서로 소프라노 조수미, 두 번째로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 세계적인 음악가가 아람누리 무대에 오른다. 조수미는 고양아람누리 개관 10주년을 기념하기에 꼭 어울리는 아티스트다. 그녀는 한국 성악을 전 세계에 알린 디바로, 데뷔 이후 꾸준한 음반, 공연, 방송 등 다양한 활동으로 우리 시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조수미의  하바네라」(오페라 <카르멘> 中)

 

_

오페라 아리아, 예술가곡, 대중음악까지
국민 소프라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무대

‘크고 아름답다’는 뜻을 담고 있는 아람누리는 서울의 주요 공연장을 능가하는 공연단지로 주목받았다. 그 중 1,887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인 아람극장은 객석 끝에서 무대까지의 거리가 36m에 불과할 정도로 가까워 어느 좌석에서든 고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5월 20일(토) 오후 7시 바로 이 아람극장에서 화려하게 펼쳐질 조수미의 이번 공연에는 ‘봄의 열정 Spring Passion’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봄날의 반짝이는 열정을 담은 오페라 아리아와 예술가곡, 대중음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지휘자 최영선이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오케스트라 피트 대신 무대 위에서 조수미와 함께하며,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한다. 또 한국을 대표하는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도 참여한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이번 공연은 ‘국민 소프라노’ 조수미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__

안 해본 게 없던 어린 시절
수석부터 꼴찌까지 다 맛본 대학시절, 그리고 유학

조수미는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1960년대 전셋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월급쟁이였다. 첫딸인 조수미는 영특했다. 동네 할머니들은 “아이가 너무 똑똑하고 영리하면 단명한다”면서 “무엇이든 두드려야 나쁜 액운이 떠나간다”고 예언자처럼 말했다. 부모님은 두드릴 것을 찾다가 조수미에게 피아노를 시켰다.

조수미는 절대음감의 소유자였다. 라디오에서 음악을 들으면 피아노로 치면서 바로 따라 불렀다. 오페라 애호가였던 어머니는 딸이 성악가가 되길 원했다. 딸에게 체력과 예술적 기반을 키워주려던 어머니 덕에 조수미는 어릴 적에 안 해본 게 없었다. 피겨스케이팅, 피아노, 발레, 가야금은 물론이고 미술학원과 웅변학원도 다녔다. 웅변대회에서는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그녀는 수의사가 되고 싶어 했다. 동물을 좋아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개도 집에 데려와 돌봐주곤 했는데, 현재도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동물애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불의를 보면 못 참지 못했던 그녀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존경했다.

선화예고를 거치면서 조수미의 역량은 빛나기 시작했다. 서울대 음대에 성악과가 생긴 이래, 최고의 성적으로 입학하며 세계적인 성악가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러나 입학 직후 연애에 빠졌던 그녀는 1학년 때 전 과목 F학점을 맞았다. 당시에는 학과 성적이 미달이면 제적되는 제도가 있었다. 조수미의 재능이 아까웠던 교수님은 유학을 조언했다. 그녀는 그렇게 떠밀리듯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탈리아에서는 철저히 음악에만 몰두했다. 5년제 음악원을 2년 만에 졸업할 정도였다.

졸업 이후 조수미는 상금을 얻기 위해 콩쿠르에 도전했다. 나폴리에서 개최된 존타 국제 콩쿠르를 석권하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시칠리 엔나 국제 콩쿠르, 198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란시스 비냐스 국제 콩쿠르, 남아공 프레토리아 국제 콩쿠르, 이탈리아 베로나 국제 콩쿠르 등을 석권하며 노래의 나라, 이탈리아를 거점으로 성악 거장으로서의 발판을 굳혀 나갔다.

조수미의 세계무대 데뷔는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의 베르디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을 부르며 세상에 조수미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본고장 이탈리아 사람들을 제외하면 외국인들도 주역으로 데뷔하기 힘들던 시절이었다. 더욱이 동양인이 그들의 오페라에 주역을 맡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조수미는 준비를 많이 했기에 떨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하고 싶었고, 꼭 일어나야만 했던 일 같았다고 한다. 그날 조수미는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많은 꽃다발과 화분 세례를 받았다. 분장실 전체가 꽃으로 완전히 뒤덮였다.

 

 

평생 못 잊을 거장 카라얀과의 만남
비운의 여주인공부터 유쾌하고 씩씩한 캐릭터까지

1988년 조수미는 자신의 오페라 인생을 세계 정상의 무대로 이끌어 올리는 계기가 되는, 큰 전환을 맞이한다. 바로 지휘의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의 만남이다.

카라얀은 조수미에게 여러 가지 충고를 해주었다. 목을 혹사할 수 있으니 ‘밤의 여왕’ 역할은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또 “너무 무리하지 말고 가끔 음악이라는 팽팽한 줄을 놓아서 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조언도 남겼다.

조수미는 “신이 내린 목소리”,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목소리”라는 카라얀의 극찬과 함께 오디션에 초청되는 영광을 누렸다. 카라얀의 급작스런 서거로 게오르그 숄티 경이 대신 지휘했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에 ‘오스카’ 역할로 출연했다.

이후 그녀는 앞만 보며 달리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탈리아 라 스칼라, 런던 코벤트가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 등 세계 정상급 오페라 하우스와의 공연에 주역으로 출연하며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에게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또한 주빈 메타, 제임스 레바인, 로린 마젤, 플라시도 도밍고 등과 같은 세계 최상급 지휘자나 연주자 또는 오케스트라들과 함께 세계 유명 무대에서 연주했다.

 

조수미의 밤의 여왕 아리아지옥의 복수가 나를 불타오르게 하네」 (오페라 <마술피리> 中)

내게 ‘조수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직도 ‘밤의 여왕’이다. 조수미는 크리스티나 도이테콤과 더불어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을 가장 잘 부른 소프라노로 손꼽힌다. 아르놀트 외스트만, 게오르그 숄티, 아르맹 조르당이 지휘한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을 맡은 바 있다. 당사자인 조수미는 ‘밤의 여왕’을 비인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배역이라 말한다. 완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무대에서 컨디션이 안 좋으면 힘들다. ‘밤의 여왕’을 부를 때는 잠도 잘 못 자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한다.

‘밤의 여왕’ 외에도 그녀의 배역은 많다. 드라마틱한 면모와 코믹한 면모가 잘 섞여 있어 <리골레토> 중 ‘질다’,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루치아’, <라 트라비아타> 중 ‘비올레타’와 같은, 결국 죽음을 택하는 비운의 역할을 잘 불렀다. 이와 반대로 <호프만 이야기> 중 ‘올랭피아’라든지, <사랑의 묘약>에서의 ‘아디나’, <연대의 딸>에서 나오는 코믹한 주인공 ‘마리’도 잘 소화한다.

 

_

철저한 자기관리, 진정한 프로페셔널
많이 주면 줄수록 돌아오는 사랑은 더 커지기 마련_

조수미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데뷔 30년을 이어왔다. 건강관리를 위해 따로 하는 건 없다고 하지만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려고 노력하고,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자신이 할 일에 경각심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그녀의 방식이다.

다만 음식은 각별히 조심한다. 술과 담배는 안 하고, 짜고 매운 것, 튀긴 것과 아이스크림은 먹지 않는다. 요즘 식성은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에 가깝다. 고기 대신 파스타 빵, 바나나 샐러드를 섭취한다. 찔러서 피 나오는 것 중엔 생선만 약간 먹는다고 한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스태미나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지만,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아 좋다는 그녀의 말이다.

조수미는 무대 준비도 프로답다. 충분한 연습시간은 물론, 연출도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작은 것 하나라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공연할 때 몸을 사리는 성악가들과 다르다. 공연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관객들과 교감을 나눈다. 모든 것을 주고 나면 자신이 비워진다. 그것을 빨리 채워서 다음 공연에서 좀 더 나은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게 조수미의 공연 사이클이다.

조수미는 자신의 일을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일이다. 예술가는 청중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많이 주면 줄수록 돌아오는 사랑은 더 커진다고 조수미는 말한다.

 

 

조수미의 그리운 금강산

_

__

봄의 열정과 같은 그녀의 인생 노래
세계 최고의 성악가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조수미는 한국가곡을 부르다가 눈물을 흘리곤 한다. 데뷔 직후부터 그녀는 외국에서 한국가곡을 불렀다. 「보리밭」(윤용하 작곡, 박화목 작사)이 에라토(Erato) 레이블 음반에 실리면서 조수미는 한국음악을 세계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20대 초반 유학 시절 어린 나이에 이역만리에 떨어져 있다 보니 고국 생각도 많이 났다는 그녀다. 처음 유학 가 5년 동안 고생하면서 우리말로 하는 노래가 더 다가왔다고 한다.

조수미는 「아리랑」이나 「그리운 금강산」 등을 노래하기 전에 이런 노래가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남북 분단과 어떤 관련이 있다든지 청중 앞에서 설명하곤 한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이해를 하고, 작품도 존재감 있게 전해지는 것 같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조수미가 세계에서 활동을 시작할 무렵, 한국이라는 나라는 유럽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한국 국적과 여권을 가지고 여행을 한다는 것이 괴롭고 힘든 일이었을 정도다. 외국에서 남북한을 잘 구분하지 못 하다 보니 냉전시대에는 국적 때문에 조사도 많이 당하고 그 때문에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국경을 넘으며 약소국에 대한 무시를 직접 경험하다 보니, 무대에서 우리 노래를 부를 때 그 설움의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을 흘렀다고 그녀는 말했다.

오는 5월 20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무대에서도 조수미는 김동진의 「진달래꽃」, 이흥렬의 「꽃구름 속에」, 그리고 이병우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등 우리말 노래를 부른다. 세계 최고의 성악가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모두 지닌 소프라노 조수미. ‘봄의 열정’이 되어 가슴 속에 들어올 그녀의 인생 노래를 기다린다.

 

글. 류태형(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음악칼럼니스트)

 

 

         

INFO.

2017 아람누리 개관 10주년 기념 거장의 귀환

조수미 봄의 열정 Spring Passion’

_

일    시 : 5.20(토) 7:00pm

장    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입장료 : R석 13만원, S석 11만원, A석 9만원, B석 7만원

대   상 : 초등학생 이상

문   의 : 1577-7766 / www.artgy.or.kr

 

+

예매 바로가기

 

+

2017 아람누리 개관 10주년 기념 거장의 귀환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예매 바로가기

_

_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