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현악의 계절

미리 만나본 2017 고양호수예술축제 ③
2017년 9월 15일
고양문화재단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
2017년 9월 15일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하는.
.2017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송영훈의 러브레터 Love Letter 3 – 가을 소나타 

 

나무라는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현악기들은 서로 사이가 좋다. 크기와 음역, 연주 방법에는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데 모여 연주할 때, 그들은 서로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는 듯이 어우러진다. 오케스트라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많은 수의 현악기들이 모여 한꺼번에 소리 내면 마치 악기의 재료가 된 나무가 다시 심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홀로 연주하는 현악기는 다르다. 함께 했을 때의 즐거움은 어디 갔냐는 듯, 그들은 순식간에 고독 해진다. 현악기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들은 친근하다. 그리고 그들은 고독하다. 그래서 작곡가들은 현악기의 힘에 의지에 오케스트라 작품의 뼈대를 세우고 그들의 쓸쓸함에 기대 독주 작품을 만들었다.

고양문화재단이 준비한 세 번째 마티네콘서트, <송영훈의 Love Letter 3 – 가을 소나타>는 현악기를 위한, 그리고 현악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그리고 첼로. 현악기를 대표하는 세 악기가 함께하는 이번 공연에서 우리는 어울림과 고독을 마주한다. 하지만 그 고독은 체득되지 않으며 외로움은 단순히 우리를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러니 마음 편히 눈을 감고 가을의 소리를 느껴보자. 송영훈과 그의 친구들이 우리를 친근한 고독의 세계로 데려가 줄 것이다.

 

 

헨델 & 할보르센, 파사칼리아

바이올린 김봄소리, 첼로 송영훈

‘파사칼리아는 스페인에서 유래된 3박자 계통의 춤곡이다’ 라고 사전은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뿐이라면 우리의 상상력은 길을 잃게 된다. 나는 파사칼리아의 매력을 드라마 음악에서 찾는다.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음악으로 고조시키는 그런 음악들이 드라마 음악에는 참 많이도 흐르는데, 그 감정의 원천은 바로 규칙적으로 하행하는 베이스 음형에 있다.

파사칼리아 또한 저음이 일정한 패턴으로 진행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춤곡이다. 수많은 바로크 음악가들은 이 장르를 유독 사랑했던 이유는 파사칼리아라는 장르가 가진 음악의 힘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르웨이의 작곡가, 지휘자,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한 할보르센이 편곡한 조지 프레드릭 헨델의 파사칼리아를 듣게 된다. 바로크의 수수함이 낭만주의의 화려함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헨델과 할보르센이 그 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 Itzhak Perlman & Pinchas Zukerman – Handel Halvorsen Passacaglia ]

 

 

슈만,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비올라 김상진

음악사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독주자들은 피아니스트이거나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 외의 악기들이 독주자라는 직업을 얻게 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그 전까지 으레 음악가라고 불리는 집단은 여러 악기를 연주할 줄 알았다. 다시 말하자면 어느 특정 악기가 전공이 아닌 ‘음악’이 전공인 시대를 과거의 음악가들은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과거 작곡가들은 몇몇 부분에서 의외로 관대한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서 특정 악기를 위해 작곡한 곡을 음역대가 비슷한 악기로 대체 하는 것이 그렇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오보에 협주곡’을 플루트를 위해 나누어 주었고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는 ‘비올라 소나타’로도 연주된다. 슈만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또한 그렇다. 슈만은 호른을 위해 이 작품을 작곡했지만 종종 첼로가 호른을 대신하기도 한다. 물론 비올라도 호른을 대신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 작품은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아다지오와 알레그로’가 되어 무대에 오른다. 악기의 질감에는 차이가 있지만 음악의 아름다움에는 변함이 없다.


[ Wolfgang Emanuel Schmidt performs Robert Schumann’s Adagio & Allegro op.70 ]

 

 

김상진, 로망스, 그리고 피치올라 센세이션

비올라 김상진

‘연주자는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의 성격을 닮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예민하고, 금관악기 연주자들은 직선적인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올라 연주자들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사람 좋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그런 비올라의 성격에 개성을 부여할 줄 아는 연주자이다. 하기야 그런 비올라 연주자여야 독주자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진은 자신이 작곡한 작품 2곡을 무대로 가져와 들려준다. 지난 2016년에 초연된 ‘로망스’는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를 잇는 서정적인 작품이며 그 다음 곡으로는 ‘Pizziola Sensation’을 준비했다. 참고로 이 작품은 ‘피아졸라 센세이션’이 아니다. 현악기의 주법 중 하나인 피치카토와 비올라의 합성어인 Pizziola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인 이 곡에서 비올라는 비올라이지만 비올라가 아니기도 하다. 작품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를 직접 알려줄 것이다.


 [ Ballade for Viola and Piano(2001), Pizziola Sensation ]

 

 

생상,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바이올린 김봄소리

수많은 음악가들이 천재성을 겨루는 음악계에서도 카미유 생상스의 재능은 그 중 최고로 꼽힐 만하다. 언젠가는 피아노 독주회를 마치고 “앵콜곡으로는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 아무거나 골라주세요.”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가늠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재능이다. 하지만 어릴 적 가졌던 재능의 크기가 위대한 작곡가가 되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생상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는 그의 재능만큼 성장하지 못했는데 이유는 양립하기 힘든 두 기질 때문이었다. 카미유 생상스는 본래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엄격한 양식을 고집하는 작곡가였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아 조금 더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지점에서 쉬운 길을 찾는 생상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생상스의 몇몇 작품에 대해서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작곡가가 바이올린의 명인이었던 파블로 사라사테를 위해 작곡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는 생상스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독주 바이올린과 그에 발맞추는 오케스트라는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잘 어울린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카미유 생상스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거장이 된다.


[ Saint-Saens, Intro et Rondo Capriccioso, 2012 Joseph Joachim Violin Comp Hannover ]

 

 

마스네, 타이스의 명상곡

바이올린 김봄소리

우연에 가까운, 기적 같은 작품들이 있다. 저번 콘서트에서 연주되었던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 같은 작품이나, 이번 공연에 연주되는 쥘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에 흐르는 ‘명상곡’이 그런 작품이다. ‘이교도의 여사제인 타이스는 기독교로의 개종을 고민하고 그때 흐르는 곡이 바로 이 명상곡이다’라는 설명은 ‘명상곡’의 선율에 순식간에 존재감을 잃는다. 사람들은 이 곡의 선율을 따로 찾기 시작했고 ‘명상곡’은 이후 완전히 독립되어 여기저기서 연주되기 시작했다. 작품의 확실한 연주효과 때문인지 지금도 많은 오케스트라들과 바이올리니스트들은 ‘명상곡’을 앵콜곡으로 즐겨 연주한다.


[ Janine Jansen Jules, Massenet Meditation from Thaïs ]

 

 

브람스, 피아노 콰르텟 제14악장

비올라 김상진, 바이올린 김봄소리, 첼로 송영훈, 피아노 김재원

요하네스 브람스에게도 힘든 시절은 있었다. 이 작곡가는 주점에서 연주하던 어린 시절을 어떻게 기억할까? 지독한 가난과 성격 변화의 상관관계 같은 것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음악적으로 브람스는 분명 얻은 것이 있었다. 바로 어떤 곡이 사람들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끄는지를 그 시절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고전주의의 엄숙한 아들이었던 그가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보기 드문 히트곡(자장가, 왈츠, 그리고 헝가리 무곡 5번 등등)을 여럿 남긴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브람스는 종종 민속음악에서 재료를 찾았고 그렇게 헝가리와 집시의 선율을 자신만의 어법으로 버무려 음악을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은 그 작품이 고전음악인지도 모르고 즐거워했다. 콘서트의 마지막 곡인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1번 사단조’의 마지막 악장이 그렇다. 폴짝거리는 리듬 위로 선율들이 뛰어놀 때 무대 위에 오른 4명의 연주자들은 즐거워한다. 우리는 그저 그들의 흥겨움을 눈과 귀로 감상하면 된다.


[ Brahms Piano Quartet No. 1 in G minor, op.25 IV. Rondo alla Zingarese: Presto ]

 

글. 윤무진(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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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하는 2017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송영훈의 러브레터 Love Letter 3 – 가을 소나타

 

 

일      시 : 10.26(목) 11:00am

장      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

입 장 료 : 전석 2만원

대      상 : 초등학생 이상

문      의 :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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