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여기, 같이 있을 동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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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곰팡이 연합공연.<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조동진(1947~2017)은 대중음악계에 깊고 튼튼하게 내린 뿌리다. 지난 8월 세상과 작별한 이 포크음악계 전설은 과작(寡作)의 아티스트였지만, 앨범마다 짙은 영향력을 자랑했다.

20년 만인 지난해 11월 내놓은 정규 6집이자 유작인 ‘나무가 되어’ 역시 마찬가지다. ‘음유시인’이라는 별칭답게 “노래는 시의 오래된 미래”라는 혹자의 말을 떠올리게 한 시(詩)적인 노랫말은 물론이다. 사운드 역시 생각의 운율이었다. ‘들었다’라는 단순히 청각에 설명을 보태는 수식으로는 부족했다. 노랫말과 멜로디, 특히 사운드의 공간감이 부각되는 체험의 멜로디였다. 몽환적인 앨범이다. 전자악기 등을 통해 분위기와 공간감을 강조한 일렉트로닉의 하위 장르인 앰비언트가 연상된다. 그 가운데도 포크의 서정성을 뭉근하게 머금고 있다. 자연주의 서정성을 여전히 머금은 ’20세기의 포크의 21세기식 귀환’이었다. 가사(假死) 상태에 빠져 있던 포크에 새 숨결 또는 새 공간감을 부여한 셈이다. 그렇게 1990년대 하나음악이 2010년대에 되살아났다.

 

 

한국에 전례가 없던 레이블 하나음악 그리고 조동진

대중음악계에 깊고 튼튼하게 내린 뿌리와 같은 존재, 조동진

하나음악은 조동진이 정신적 지주로 있었던 음악공동체였다. 조동진의 6집에는 그 동안 사용되지 않았던 하나음악의 로고가 재등장한다. 하나음악은 1990년대 대중음악을 논할 때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레이블이다. 조동진의 동생이기도 한 조동익, 조동익과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결성한 듀오 ‘어떤날’, 장필순 그리고 한동준이 이 레이블의 자양분을 먹고 자랐다. 특히 하나음악은 상업적인 색깔이 없는, 한국에서는 전례가 없던 레이블이었다. 소속 뮤지션들이 오직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자양분은 현재도 이어진다. 1인 프로젝트 밴드 ‘토이’를 이끄는 송라이터이자, 현대식 음악공동체라 할 수 있는 안테나뮤직의 수장 유희열이 어떤날을 가장 명반으로 꼽고, 이 음반 수록곡들의 노래 가사를 수십 차례 필사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게 유희열은 조동진과 연결됐다. 현재 송라이터들은 유희열 음악을 자양분 삼고 있다. 조동진의 뿌리는 계속 뻗어나간다.

 

 

하나음악의 정신을 계승한 푸른곰팡이

애초 지난 9월 16일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음악레이블 푸른곰팡이의 연합 공연 ‘조동진의 꿈의 작업 2017 –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는 조동진이 그 뿌리를 보여주고자 한 무대다. 푸른곰팡이는 조동진의 동생인 싱어송라이터 조동희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하나음악을 계승한 음악 공동체다. 방광암 투병 중에도 조동진은 이 레이블 연합공연 무대에 오르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공연을 20일 앞두고 그는 세상을 떠났고 공연은 고인의 추모공연이 됐다.

지난 9월 16일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푸른곰팡이의 연합 공연 사진, 조동진의 타계로 추모공연이 되었다

콘서트는 조동진이 출연하지 않았지만 조동진다웠다. 거창함보다는 음악 본연에 집중한 구성이었다. 무대에 오른 뮤지션 누구하나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절제하며 노래했다. 김현철 등 무대에 오르는 대신 객석을 지킨 하나음악 시절 후배 뮤지션들 마찬가지였다. “화려하지 않은 대신에 소박하지만 마음이 담긴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형님도 바라셨을 것”(장필순)이라는 후배들의 마음이 담백하게 투영됐다. 이날 공연은 조동진이라는 음악의 명기(名器)를 답습하기보다 각 뮤지션, 팬들과 조우하려는 근육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 자리였다.

지난 9월 16일 공연이 끝난 후 찍은 단체 사진

(재)고양문화재단이 오는 12월 29일(금)과 30일(토)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펼치는 푸른곰팡이 연합공연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는 그러한 마음이 연장선상이 될 자리다. 장필순, 김광진, 정원영, 한동준 등 푸른곰팡이 연합팀의 하모니가 공연장에서 울려 퍼지고 새라새극장 로비에서는 하나음악, 푸른곰팡이에서 발매한 음반들과 조동진의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고양아람누리 공연은 레이블 연합공연이었지만 추모 공연이 된 지난 9월 콘서트에 앞서 본래 일찌감치 예정됐다. 하루는 조동진 단독 공연, 하루는 푸른곰팡이 레이블 공연이 열릴 계획이었다. 현재 이 음악공동체 밖에 있지만, 유명해진 뮤지션을 충분히 부를 수도 있는 공연이었다. 그러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후배들에게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조동진의 말을 조동희는 기억해냈고 지금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더 버드, 소히 등 자신들의 분야에서는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 말이다.

 

 

나무가 되어 여전히 늘 우리 곁에

조동진이라는 거목이 만든 그림자 아래 진솔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기회를 얻고 있다. 지난 추모 공연 속 영상에는 조동진이 경이롭고도 고요한 피아니즘을 선보인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의 말을 빌려 “우리가 그토록 꿈꾸었던 그 ‘경이롭고 고요한 세계’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이라고 적은 문구가 삽입됐다. 굴드는 1962년에 쓴 ‘박수를 금지하자!’(Let’s Ban Applause!)에서 “예술이란 내적 연소”라고 쓴 바 있다.

조동진은 실제 세상에서 내적 연소가 됐지만,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정신은 여전히 꿈틀댄다. “나뭇잎 사이로 파아란 가로등 /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나뭇잎 사이로)이 되어 영원히 숨 쉬고 있다. 감히 그의 음악적 유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나무가 되어 / 나무가 되어 / 끝이 없는 그리움도 / 흙 속으로”(나무가 되어)와 여전히 공명하고 있다. 칠순을 앞두고 나무가 되길 꿈꿨던 조동진은 그렇게 음악의 나무가 돼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집에서 들던 잠자리 머리맡에는 시인 올라브 H. 하우게(1908~1994)의 시집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봄날의 책)가 놓여 있었다. 시인 이원이 조동희에게 선물했고 조동희가 조동진에게 선물한 시집이다. 조동희와 함께 병원을 다니는 내내 이 시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겨울에 열리는 이번 푸른곰팡이 연합공연은 누군가를 상실한 이들의 어린 마음에 쌓인 눈을 털어주는 시간이다. 조동진은 생전 어느 공연에서 말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공감하고 호흡하고 경험하는 순간은 늘 저에게 기적과도 같아요. 그런 기적을 이루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하시죠.”

이번 공연도 그 기적의 순간이다.

 

글. 이재훈(뉴시스 문화부기자)

 

 

 

         

INFO.

 

푸른곰팡이 연합공연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기      간 : 12.29(금)~12.30(토)

시      간 : 금 7:30pm, 토 6:00pm

장      소 :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입 장 료 : 전석 6만6천원

대      상 : 초등학생 이상

문      의 :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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